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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멘트 Jun 25. 2024

집 나간 KRNB 되찾기 프로젝트

KRUCIALIZE 론칭이 일으킬 KRNB의 새로운 물결


‘국내 최대 R&B 레이블이 론칭되다.’


'도착 (Journey)' KRUCIALIZE Label Film

지난 5월,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컨템퍼러리 R&B 레이블인 KRUCIALIZE를 론칭했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백현의 [City Lights]와 같은 R&B 앨범을 제작하거나, 보아의 ‘Cloud’와 레드벨벳의 ‘Kingdom Come’과 같은 수록곡을 통해 간간히 R&B를 선보였던 SM이 이번에는 R&B를 비즈니스적으로 더욱 확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KPOP의 최전선에 있는 SM이 국내 음악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고 있는 R&B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SM에게 R&B 레이블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오늘날 R&B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가’


KPOP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으면서, 해외에서도 KRNB가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딘, 크러쉬, 자이언티가 있으며, 이들의 공이 상당하다. 해외 스트리밍 비율이 높은 Spotify에서 딘과 크러쉬는 모두 1억 회 이상 재생된 곡을 보유하고 있고, 자이언티 또한 4천만 회 이상 재생된 곡을 가지고 있다. 세 아티스트는 담백한 보컬과 차분하면서도 섹시한 바이브로 해외 리스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각자의 강점을 살려 포근하고 몽환적인 스타일을 세련되게 해석하여 한국 R&B의 수준을 높이는 데에 크게 기여하는 중이다.


그러나 국내 R&B 시장은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며, 이는 국내외 차트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SZA, Victoria Monet, Muni long과 같은 R&B 아티스트들이 해외 차트 상위권에 자주 오르는 반면, 한국 R&B 아티스트들은 국내 차트에 진입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 멜론 차트 TOP100을 기준으로 크러쉬를 제외하면 R&B 아티스트를 찾기 어렵고, 장르별 차트의 상위권에는 대부분 최소 3개월 이상 된 곡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그중 많은 곡이 KPOP 아티스트의 작품이다. 대표적으로 솔리드의 ‘이 밤의 끝을 잡고’부터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과 같이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장르적 시도가 확고했던 R&B 호황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오늘날 R&B는 대중에게 덜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다. 


수민(SUMIN) | 유라

또한, 다른 장르와 결합하면서 R&B는 독립적인 장르로서의 포지션이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딘, 크러쉬, 자이언티의 음악도 사실 R&B에 힙합 요소가 강할뿐더러, 유라와 수민처럼 다양한 장르를 흡수해 R&B의 아방가르드한 세계관을 형성하는 아티스트들이 등장하면서 R&B의 본질이 부차적인 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R&B가 점차 예술적인 성격을 띠고 있지만, Muni long의 ‘Made For Me’나 KISS OF LIFE의 ‘Sugarcoat’와 같은 성공 사례를 보면, R&B의 근본과 전통성을 유지하면서도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따라서 R&B의 부흥을 이루기 위해서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절실했으며, SM은 이를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KRNB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기 위하여’


본격적으로 국내 R&B를 활성화하기 위해 KRUCIALIZE가 취해야 할 행보는 무엇일까? KRUCIALIZE는 올해 안으로 새로운 아티스트를 선보일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R&B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 육성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이들이 주로 해야 할 일은 R&B의 대중화를 위해 ‘오리지널 음원 발매’를 진행하는 것이다. 기존에 SM은 팝, R&B, 트랩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섬세하게 엮어 팝스러운 느낌을 가지면서도 딥한 탑라인을 통해 여러 장르의 특징을 조화롭게 담아냈었다. 더 나아가 KRUCIALIZE는 기존의 해외 R&B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성을 함께 챙길 수 있는, 조금 더 클래식하고 정통적인 R&B 스타일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Muni long의 ‘Made For Me’나 Tinashe의 ‘Nasty’처럼, 숏폼을 통해 R&B 소울이 꽉 찬 곡들이 대중에게 성공적으로 다가간 사례를 참고하여, 2000년대의 미학과 사운드를 활용하면서도 대중이 쉽게 호응할 수 있는 멜로디에 한국적인 감성을 짙게 담는다면, 주류 장르로서 희미해진 R&B의 본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장르의 순수성을 보존하기 위함이다.


JINBO - [KRNB2 Part.1]

다음으로 ‘SM 리메이크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80년대 히트곡부터 최근 KPOP까지 다양한 R&B 리메이크 곡을 골고루 담아낸 JINBO의 [KRNB2] 앨범 시리즈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다. 리메이크의 장점은 원곡의 테마를 그대로 살리거나, 혹은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최근 조이의 ‘안녕’이나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샴푸의 요정’ 같은 사례를 보자. 원곡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해석을 더한 리메이크 곡이 원곡을 좋아하는 기존 팬들은 물론, 새로운 팬층까지 끌어들이면서 다양한 연령대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따라서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가장 현대적인 R&B 사운드를 구현해 원곡과 리메이크 곡 모두에 입체감을 더할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이는 트렌디하고 세련된 사운드로도 R&B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마치며’


정신없이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도 쉼이 필요하듯, 자극적인 음악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요즘, 음악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나른하고 여유로운 멜로디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면서도, 잔향이 남아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 이러한 역할은 R&B만이 해낼 수 있기에, 다시금 R&B의 재기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SM의 KRUCIALIZE 론칭은 국내 R&B씬의 부흥을 돕고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 될 것이다. R&B가 단순히 앨범 내에서 트랙 간의 밸런스를 맞추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자립적이고 독립된 형태로 주류 장르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KRNB의 전방위적 성장을 기대하며, 유례없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준비를 마쳐본다.






by. 율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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