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Harmony - [SAD SONG]
‘P1Harmony (이하 피원하모니)’는 KPOP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주목받았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그룹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영화 <피원에이치: 새로운 세계의 시작>을 선보였다. 영화는 디스토피아가 배경인데, 이런 암울한 세상이 된 원인은 인간의 뇌를 조작해 분노와 충동을 일으키는 ‘알코르 바이러스’때문이다. 이 바이러스는 갈등을 야기하며 ‘플러스월드(가상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6명의 소년들이 이를 해결하고자 힘을 모았고, 궁극적으로 안정화된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갔다. 실제로 피원하모니는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결성되었다. 그 당시 이들의 시선은 갈등과 충돌이 만연한 사회 현실로 향했으며, 이를 해결해야만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 ‘조화’로운 세상이 올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설정 속에서 피원하모니의 세계관이 탄생했다.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아간다'는 설정은 피원하모니의 음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들의 앨범은 크게 두 가지 시리즈로 나뉘는데, [DISHARMONY]와 [HARMONY]가 그것이다. [DISHARMONY] 시리즈는 부조리한 사회 현실을 조명하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반면, [HARMONY] 시리즈는 피원하모니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면서도 단합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플러스월드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러스월드에 조화를 가져온 피원하모니는 마침내 새로운 세상, ‘리얼월드(현실세계)’로 향하게 된다. 이들은 올해 상반기, 정규 1집 [때깔(Killin’ It)]에서 자신들이 진정한 ‘HERO(NEW KIDS)’임을 자처하고, 이를 증명하고자 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피원하모니의 시선 변화이다. 플러스월드에서 이들의 시선은 모두 사회를 향했지만, 리얼월드에서는 그 시선은 각자 자신에게로 향했다는 점이 다르다. 플러스월드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로부터 자유로워진 피원하모니는 이제 자아 인식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각자의 개성을 표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전 작들의 비주얼은 전반적으로 컬러가 단조로웠다. 의상 또한 무채색 농도가 짙고, 통일되어 있어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때깔(Killin’ It)]에서는 이전보다 색감이 다채로워져서 확실히 생동감이 느껴졌다. 컨셉 포토도 각자가 착용한 액세서리를 조명하고 있으며, 서로 구별되는 옷차림새를 하고 있어 각기 다른 멤버들의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세계관이 아이돌 브랜딩에서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는 그룹의 매력 포인트를 높여주지만, 지나치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다. 피원하모니는 세계관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접근하는 그룹으로, 이 팀에 몰입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세계관 학습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다가가기 어렵다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연작에서 이러한 점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어쩌면 피원하모니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리얼월드로 나가 자신들만의 때깔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순간을 기다려왔던 것은 아닐지
‘때깔’에서 인식하게 된 영웅적 자아를, [SAD SONG]에서는 집중 탐구하기 시작한다.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그림이 영웅에 대한 보편적인 시선이지만, 피원하모니는 영웅이 세상을 구한 후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 오는 순간에 초점을 둔다. 이전 시리즈에서 조화를 위해 먼저 그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는 데 집중한 것과 같이 이번에도 이러한 독특한 접근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점. 이는 이제 피원하모니만의 확실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앨범명과 동명인 타이틀 ‘SAD SONG’이 당장 곡 이름만 보면 감성적인 멜로디가 나올 것 같지만, 슬픈 노래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댄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넘버다. 만화 원피스에서 드럼왕국의 숨은 영웅이었던 닥터 히루루크는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것만큼 슬픈 건 없다고 한다. 피원하모니는 영웅으로서 그런 슬픔마저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그들만의 ‘SAD SONG’으로 제시한 것이다.
피원하모니는 장르에 대한 과감한 시도를 통해 독특한 타이틀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매번 신선함을 유지해왔다. ‘SAD SONG’이 “슬픈 노래가 점점 날 가두려해”, “아무런 말도 날 위로하지 못해” 등의 노랫말을 갖고 있음에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과감하게 라틴 풍의 스타일을 차용해 풀어나간 덕분이다. 이전부터 강점이었던 보컬 라인의 하모니와 랩으로의 부드러운 전환이 여전히 살아있는 게 고무적이다. 타이틀 외의 트랙들도 듣는 묘미가 있다. ‘Last Call’은 펑키한 일렉과 시원한 후렴을 통해 Boys Like Grils와 One Direction같은 밴드를 연상시키고, 건반이 주도하는 ‘All You’는 R&B 감성을 전달하며 앨범에서 잠시 쉬어갈 틈을 제공한다. 또한, 인탁과 종섭의 첫 번째 유닛 트랙인 ‘WASP’는 이들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결국, [SAD SONG]에 이르러 피원하모니는 자아를 탐구하는 심층적 접근을 통해 정체성을 한층 더 단단하게 다지는 데 성공했다. 보편적인 사실이 아닌,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조명하고자 하는 독특한 접근법을 통해 차별화된 포인트를 만들어낸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이러한 독특함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전 작품부터 멤버 전원이 제작에 적극 참여하며, 개성이 강해진 모습은 좋지만, 그들이 시도하는 다양한 음악적 표현이 현 아이돌 씬에서 주류가 아닌 스타일로 나타나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그들이 선택한 라틴이나 유행이 지난 힙합 요소는 시도 자체는 신선하지만, 대중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선택이 새로운 청중에게 다가가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피원하모니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따라서 피원하모니는 독창적인 개성과 대중적인 호소력 간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폭넓은 청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악적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