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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작가 Nov 03. 2023

도쿄 카페투어(34) - 글리치 커피 & 로스터스

도쿄 카페투어(34) - Glitch Coffee & Roasters

도쿄 카페투어(34) - Glitch Coffee & 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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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1-0054 Tokyo, Chiyoda City, Kanda Nishikicho, 3 Chome−16 香村ビル 1階

⏱️08:00 ~ 19:00(평일)

⏱️09:00 ~ 19:00(주말)

�23.01.10

☕️Panama Boquete Elida ASD (¥1,000)

☕️Colombia Huila Monteblanco Geisha(¥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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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매니아라면, 도쿄에 여행을 가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글리치 커피 앤 로스터스. 꼭 커피 매니아가 아니라도 핸드드립을 좋아한다면 들어봤을 카페다. 굉장히 많은 원두를 구비하고 핸드드립을 주력으로 하는 매장으로 유명하다. 


카페투어하는 입장에서 글리치 커피는 무조건 가야 하지만 위치가 그리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문할 가치는 너무나도 충분하다. 이날 어찌나 바람이 불던지 커피가 맛있어서 잊을 수 없는 날이자 동시에 강풍 때문에 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매장에 들어가면 정말 많은 원두가 진열되어 있는데 굉장히 압도적이다. 사진에는 없지만 판매하는 원두도 같이 진열되어 있어서 진짜 로스터리 카페답다고 생각이 들었다. 글리치에서 원두를 하나 사서 올까 싶었는데 이게 꼭 한국에 와서 마시면 그 맛이 안나더라. 이유는 너무나도 많지만 남이 내려주는 게 가장 맛있고 여기서 일하는 사람이 여기서 판매하는 원두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내가 아무리 잘 내려도 그 맛이 안 난다. 그리고 도쿄에서 마시는 것과 집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이 같을 수가 있을까? 마지막으로 가장 큰 차이는 물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나는 원두는 사서 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카페에 대해 추억을 더럽히는 결과를 초래한 달까? 

평소 핸드드립을 즐겨 마시는 사람이라면 원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없다. 또는 직원에게 추천을 받으면 편하기는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에는 원두 정보가 적혀있는 저 작은 종이에 의존해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카테고리가 3가지로 나뉘어있다. INNOVATION, HARD TO FIND, TRADITIONAL. 이건 꽤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로스팅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보다 감성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본인들의 원두를 분류하는 게 매력적인 거 같다. 확실히 로스터리 카페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자리이자 눈이 심심할 틈이 없는 자리에 앉을까 싶었지만 나는 늘 카페에 가면 바리스타로부터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곤 한다. 그들이 일하는 걸 최대한 가까이서 보고 싶고 어떻게 손님을 응대하는지 그들의 일하는 동선은 어떤지 등등 최대한 많은 걸 눈에 담고 싶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언어가 안 되기 때문이다. 일본어를 조금이나마 할 줄 알았더라면 굳이 바리스타 가까운 곳에 앉을 필요는 없었겠지.

매장에서 마실 수 있는 원두의 종류는 15가지이며 판매하는 원두는 20가지나 된다. 

그래서 수많은 원두 중에서 나는 무엇을 주문했냐! 바로 파나마 엘리다 ASD. 사실 너무 많아서 뭘 주문해야 할지 몰라서 근데 한국에서 맨날 마시는 나라의 원두는 마시고 싶지 않고 그래서 눈에 들어온 게 바로 파나마! 일단 파나마 뒤에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그건 눈에 안 들어오고 파나마만 보고 주문을 했다. 마셔보니 무산소 특유의 향이 났는데 보니까 무산소였다. 근데 무산소 특유의 향이 강하게 나지 않아서 아주 좋았다. 무산소 커피를 한 잔 다 마시는 게 은근히 힘든데 양이 많지 않아도 근데 향이 옅으니까 부드럽게 술술 넘어갔다. 


컵노트를 다 느끼지는 못했고 깔끔하고 밝은 건 확실히 느껴졌다. 그리고 꽃향과 오렌지 마지막으로 레드와인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밋밋함을 히비스커스라고 할 수도 있겠다. 확실히 커피는 원두가 일단 좋아야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개판으로 내려도 원두만 좋으면 어느 정도 커버는 되는 거 같다. 


도쿄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전구인데 자세히 기억이 안 나는데 독일인가 유럽 어디에서 굉장히 인기 있는? 그리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전구라고 한다. 


매장 내부 중앙에 떡하니 있는 로스터기. 한국은 내가 알기로 로스팅 공간이 분리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충 얘기하자면 일단 문이 있어야 한다. 근데 일본은 아닌가 보다. 지금까지 로스팅실이 따로 분리되어 있던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 매장 내에서 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법으로 별 문제가 없나 보다. 

저 드리퍼는 내 기억이 맞다면 블루투스 연동이 되는 굉장히 비싼 드리퍼인데 기억이 안 나네. 전에 일했던 매장에 전시용으로 사다 놨었는데 말이지. 


필터는 스트리머 컴퍼니에서 본 필터와 동일하다. 아마 전-후처리만? 근데 가운데에 있는 게 에버퓨어 ES07이라는 제품인데 하나에 24만 원이다. 판매하는 곳도 거의 없고 구글링 해보니까 11번가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필터를 벽에 붙여 놓은 카페가 몇 없는데 생각해 보니 한국에서도 유행처럼 벽에 필터를 붙여 놓고는 했는데 요즘은 다 숨기는 추세라서, 도쿄에서 한 손에 꼽는 거 같다. 필터를 벽에 붙여둔 카페는. 

한잔만 마시기에는 아쉬워서 한 잔더 주문을 했다. 참고로 주문을 하고 나면 영수증을 챙겨주는데 영수증엔 귀한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적혀있으며 이 영수증을 지참하면 2번째 커피부터 20% 할인을 해준다. 생각해 보면 20% 할인이면 엄청난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일단 핸드 드립 자체가 비싸고 2잔을 마시기가 버겁다. 그리고 3잔? 정말 쉽지 않다. 아무리 도쿄의 양이 야박하다고 해도 말이다. 


이날 마지막 카페여서 마무리를 뭐로 할까 고민하다가 사치 좀 부려봤다. 콜롬비아 후일라 몬테블랑코 게이샤. 게시야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데 또 있으면 안 마시는 건 아니니까. 20% 할인받아서 1,050엔이다. 진짜 너무 비싼 거 아니냐? 그래도 진짜 아깝지 않을 정도로 너무 맛있었다. 꽃향이 지배적이었고 오렌지 느낌의 산미. 꽃향이 굉장히 매력적인 커피였다. 따뜻하게 마셨어도 굉장히 맛있었을 거 같은데. 왜 아이스로 주문을 했을까? 진짜 강풍으로 인해 얼어 죽을 뻔했는데 굳이 아이스를 주문하는 나는 진정한 한국인일까? 그런데 향과 맛이 너무나도 강해서 다 마시기 조금 버거웠다. 이게 향이랑 맛이 너무 뚜렷해도 문제가 되는 거 같기도 하고 단순히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남기지는 않았다. 남길 이유는 없으니까. 단순히 내 취향이 약간 아니었을 뿐.


당연히 의도한 것이지만 직원들 모두가 통일된 복장을 입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문가의 느낌을 주기 위함이었을까? 아무래도 가격이 조금 나가는 커피를 판매하니까 그에 맞는 복장을 입은 거라고 생각해야겠다. 서비스직이니까. 복장이 중요하다. 그리고 그게 매장을 나타내는 것 중 하나이니까. 근데 여기는 검은색으로 모든 걸 맞췄다. 마스크부터 시작해서 구두, 양말, 바지, 셔츠 그리고 자킷까지. 옷을 맞추는 게 별거 아닌 거처럼 보이지만 통일성을 보여주며 특히나 검은색이 주는 그 뉘앙스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티셔츠를 입은 게 아니라 셔츠와 자켓까지 입었기에 더 전문적인 느낌을 주는 거 같았다. 그렇다고 후드티를 입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편견이 아닐까. 그 진정성의 무게나 친근감이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가만 생각해 보니 커피를 좀 한다는 곳은 대부분 내부가 어두웠다. 왜 그럴까? 오래 있으면 진짜 시력 금방 마이너스가 될 거 같은데 이 또한 의도한 것이겠지? 좀 포근한 느낌을 주고 싶었던 걸까? 시력 따위는 포기하면 되니까? 그리고 복장에 이어서 커피 관련된 기구들 모든 것들이 검은색이었다. 카페에서 색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색을 뺀 인테리어. 뭐 원목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와 테이블 그리고 의자는 도쿄에서 너무나도 흔한데 이렇게 검은색에 진심인 곳은 정말 보기 드문데 말이지. 아무튼 심플하면서 포인트는 확실하다. 그 외에 다른 곳에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오직 커피에 집중하는 느낌이랄까? 


중심지에서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충분히 방문의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본다. 카페의 결은 마메야 카케루라고 보면 될 거 같다. 비슷하지만 다른 하지만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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