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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창업할 수 있을까?_어떤 바리스타를 고용할 것인가

17. 어떤 바리스타를 고용할 것인가

by 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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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어떤 바리스타를 고용할 것인가


이건 사장 입장에서 당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지만 반대로 바리스타 입장에서도 생각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내가 사장이라면 어떤 바리스타를 뽑을 것인가? 기준과 명확한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런 바리스타인가?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다면 여러 가지로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종종 본인이 고용한 직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장님들이 있는데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본다면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업이라는 것이 이익을 추구하는 곳이기에 이해보다는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곳이다. 감정보다는 이성적인 판단이 필요한 곳이며 커피만큼 진입장벽이 낮은 곳은 또 없으니 사람 구하는 것이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가려면, 카페가 잘 되려면 서로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유명한 바리스타가 아니라면 결국 누군가를 고용하고 누군가에게 고용을 당한다면 서로의 입장을 한 번쯤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바리스타를 고용할 것인가?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바리스타가 사장님 입장에서 최고의 바리스타인가? 주인의식이라는 건 존재할까? 허상이 아닐까? 주인이 아닌데 어떻게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을까? 노동자가 존재하지는 않는 허상이지만, 아무튼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게 하려면 사장이 먼저 대우를 해줘야 한다. 존재하지 않는 허상을 갖고 일하라고 하는 건 꽤나 잔인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노동자 스스로가 열심히 할 수 있게끔 먼저 사장이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 보통의 노동자라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게 비로소 우리가 이야기하는 주인의식이다. 근데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주인의식이 있기를 바라는 거 자체가 굉장히 폭력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 이외의 것들을 어떤 걸 봐야 할지를 고민하는 게 좋다. 주인의식은 노동자가 생각하기 나름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기에 사장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자본주의에 걸맞게 다른 곳보다 돈 만 원이라도 더 준다면 열심히 한다. 보통의 노동자라면.


이력서 한 장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건 굉장히 어렵다. 이건 면접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면접을 본다고 그 사람을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고, 보통 면접에서 개판 치는 경우는 없으니까. 그렇다면 애초에 면접을 가지 않았겠지. 물론 면접과 이력서에서 어느 정도 괜찮다고 보이는 사람들을 가려낼 수 있으나 이 또한 확실하지는 않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 내 카페의 상권에 맞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서비스직이니까 무조건 서비스 마인드가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상권에 맞는 사람을 채용해야 하는 것이다. 명동, 이태원 등 외국인들이 많은 곳은 기본적으로 언어가 되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을 한다. 그리고 언어가 안 되면 일하는 사람 본인이 불편하다. 그렇기에 이러한 특성들을 고려해서 뽑아야 한다. 또한 한 명을 고용하는 거라면 상관이 없지만 여러 명을 고용할 때면 연령대도 생각을 해야 하며 조화로움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내가 생각한다고 해서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특히나 사람이라는 건 그렇다. 각자가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문제도 많아진다. 하지만 이걸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것 또한 사장의 능력이다.


내가 사장이라면 기본적으로 서비스 마인드는 깔고 가는 것이며, 발전하고 싶은 바리스타를 뽑을 거 같다. 그냥 재미로 또는 돈 벌려고 하는 바리스타 말고 정말 커피에 관심이 있고 발전하고 싶은 바리스타를 뽑을 것이다. 그래야 일도 능동적으로 할 것이니까. 그럼 사장 입장에서는 오히려 지원을 해주고 싶지 않을까? 결국 노력을 한다는 건 더 맛있는 커피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손님 유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혹여나 그렇지 않더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더 낫지 않은가?

그리고 이러한 분위기는 사장님이 만드는 거니까. 만약 상주를 한다면. 그렇지 않다면 매니저 또는 혼자서 근무한다면 그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왕복 3시간을 다니며 프랜차이즈 카페를 즐겁게 다닐 수 있었던 것은 발전과 배움에 대한 갈급함이 있어서가 아닐까? 그리고 같이 일했던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나 혼자만 발전과 배움에 대한 갈급함이 있었더라면 무리에서 굉장한 소외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대로도 마찬가지다. 사실 반대는 어쩌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시 사장님도 커피에 대한 열정이 굉장했으며 늘 매장을 발전시키려고 했다.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개인 카페 같이 운영을 하셨다. 물론 이게 무조건적으로 좋다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일하는 직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모순적이게도 내가 지금 있는 카페에서 일을 해보니까 알게 된 거 같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 무리를 나오고 나서 보니까 그랬던 것이다. 지금은 혼자서 스스로 공부를 하고 발전하려고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 되지 않는다. 특히나 나는 노동자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 발전은 할 수 있겠지만, 매장은 제자리걸음일 것이다. 운영하는 사람의 방향이 커피가 아닌 이윤 창출이기 때문에. 무엇이 옳다라고는 할 수 없다. 이러한 곳도 있는 것이니까.


가능하다면 일일 알바로 하루 고용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체험해보는 게 가장 좋다. 노동자는 어떤 매장인지 경험을 해보고 사장은 어떤 노동자인지 경험을 해보고 서로가 합의가 된다면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해외엔 너무나도 당연하게 존재하는데 우리나라엔 없는 게 조금 아쉽다. 이렇게 한다면 서로가 리스크를 적게 가지고 가는 것일 텐데 말이다. 분명히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어떠한 제도든 악용을 할 사람들은 악용을 한다. 다만 이 제도가 피해보다는 득을 볼 게 훨씬 많다고 본다.

쉽게 말하자면, 간 보자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게 나쁜 건 아니니까.


결국 어떤 바리스타를 고용할지 고민하다 보면 내가 어떤 바리스타가 되어야 할지가 보인다. 더 나아가서 어떤 사장이 되어야 하며 매장 운영 방향까지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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