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문학 큐레이터 Jan 25. 2023

할머니 등에 업혀있던 나의 시선

이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는 때

민족의 대명절 설.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버지의 고향으로 향했다. 우리 할머니는 항상 정정하셨다. 전 직장에서 많은 어르신들을 뵈었을 때 느꼈다. 할머니는 정말 건강했다. 다른 할머니들처럼 작은 유모차를 끌고 다니거나 지팡이를 짚지 않았고, 등이 굽지 않았다. 목이 터져라 크게 얘기하지 않아도 잘 들으셨으며, 항상 바쁘게 움직이셨다.


항상 부엌은 깔끔했고, 이불을 갤 때에도 먼지를 털어내곤 하셨고, 방바닥에 한 줌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매일 쓸고 닦으셨다. 


그런 할머니가 변했다. 예전과 달리 부엌은 깔끔하지 않았고, 할머니는 더 이상 방을 열심히 닦지 않으신다. 매일 새벽 일어나 수많은 반찬을 하시던 분이 지금은 아무런 요리도 하지 않으신다. 예전보다 몸은 더 마르셨고, 더 듣지 못하신다. 밖으로 잠깐 나가 바람을 쐬는 일조차도 할머니에게 너무 큰일이 되어버렸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어쩌면 나와 할머니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겠구나. 7살 어린 시절의 나는 아직도 할머니 등에 업혔을 때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있다. 할머니의 목 뒤엔 큰 점이 있다. 그 점을 콕콕 찌르면서 할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시골 둑길을 거닐었다. 그랬던 나는 어느덧 30살이 되었고, 할머니는 더 이상 나를 업지 못하신다. 


'할머니 여기 봐요!' 평소에 내 사진도 찍지 않던 내가 할머니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남은 시간 동안 더 자주 대화하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않으면 난 아마 할머니 나이가 될 때까지 후회할 것 같다. 


안방에 할머니와 함께 누워 할머니의 메마른 손을 쓰다듬고 어깨가 아파 차마 감지 못했다는 구불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 순간을 기억한다. 할머니 앞에선 난 여전히 7살 꼬마아이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슷한 듯 다른 듯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