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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보밀 Mar 04. 2024

임신 9-12주 차의 일기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큰다─ 심지어 뱃속에서도!








입덧약을 먹으면서 토는 거의 안 하게 됐지만, 울렁거림은 여전히 심하고 설상가상으로 졸음까지 어마어마하게 덮쳐왔다. 54kg로 줄어든 몸무게는 다시 올라오지 않는 중. 남편은 툭하면 차차는 아빠가 더 좋대, 하며 장난을 치는데 나는 차차가 나중에 엄마보다 아빠가 더 좋다고 말하는 생각만 해도 진짜로 서운해져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데! 엄마가 더 좋다고 해야지! 억울억울한 내 얼굴을 보는 남편은 에이, 그래도 내가 밀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다는 사실이 중요한 거지, 하며 달래지만 절대로 차차의 1순위가 나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




그런 와중에 입덧약이 다 떨어지면서 9주 차 진료를 받았다.






9주 차의 차차는 2.38cm.





- 2주 만에 오셨는데 아기집 엄청 커진 거 보세요! 아기가 놀 공간이 넓어진 거라 좋은 거예요.

- 아기도 엄청 컸어요!

- 팔이랑 다리도 만들어졌죠. 보시면 여기가 머리, 여기가 엉덩이. 

- 오.. 저기가 머리인 줄 알았는데.

- 아기가 커졌으니까 다음 진료부터는 복부 초음파로 볼게요. 양수도 충분하고, 출혈도 없으니 딱 좋아요.




차차는 2.38cm로 자라면서 팔과 다리도 열심히 만들었다. 네 발 달린 슬라임 같아,라고 생각했다가 황급히 속으로 차차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치만 엄마는 네가 세상에 나와도 널 아마 자꾸 놀릴 거고, 아빠의 장난기는 엄마보다 심하면 심했지 절대 덜하지 않으니 각오하고 나오는 걸 추천해.


몇 주 내내 쉬지 않고 속이 울렁거리더라니 이렇게 쑥쑥 크느라 그랬구나, 기특한 내 아기. 울렁거리는 건 여전히 힘들고 지치지만, 이 입덧이 얼른 끝나기만을 바라고 또 바라는 바지만 네가 건강하다는 말을 듣는 그 순간에는 내가 느끼는 모든 고통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야.



입덧이 최소 한 달은 더 갈 거라는 말씀에 3주 치 입덧약을 더 처방받았다. 다음 진료는 태아의 목덜미 두께를 재서 1차 기형아 검사를 실시하는 12주 차. 보건소에서 받은 산전검사지를 같이 가져갔더니 이 검사들 빼고 나머지 항목만 12주 차 진료 때 같이 한번 더 검사하자고 하셨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혈액 검사가 있다는 한 마디에 덜컥 겁먹은 사람.. 주사 맞고 피 뽑는 건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도 무서울 것 같아.






모든 진료가 끝난 뒤에는 산후조리원도 예약했다. 보통 산후조리원은 기형아 검사가 끝난 다음 예약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안내 문자가 왔길래 상담이나 받아보자 했었는데, 조리원 상담 담당자분께서는 9월엔 이상하게 산모가 많아 미리 예약할 수 있도록 먼저 안내 문자를 발송한 거라고 하셨다. 11월에 출산하는 사람과 상담할 때는 또 달만 바꿔서 11월은 이상하게 산모가 많은 달이라고 할 것 같아서 속으로 좀 웃었지만 막상 상담을 받으면서 보니 조리원 시설도 깨끗하고 시스템도 체계적인 데다, 여러 규정 같은 것들도 합당하게 느껴졌다. 병원과 모든 데이터가 연계되어 있어 조리원에 따로 스케줄을 체크할 필요 없다는 점, 신생아 케어해 주시는 분들이 모두 정규 간호사라는 점이 제일 좋았지만─ 조리원에 있는 동안 배우자 외의 다른 가족 면회가 안 된다는 점 역시 당연하지만 마음에 들더라고. 가족들이야 다들 걱정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러 오고 싶겠지만, 출산 후의 몸과 마음은 또 얼마나 힘들겠어. 세상 피로한 얼굴과 몸 상태로 손님맞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참 다행이지. 딱 한 가지 별로였던 부분은 남양에서 제조한 분유를 쓴다는 거였지만, 바꿀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뭐해서 그냥 넘어갔다. 어차피 이 병원에서 조리원 생활까지 마치기로 했던 참이라 설명을 다 듣고 나니 더 망설일 것도 없어 2주 치(13박 14일)에 대한 예약금을 먼저 완납했다. 조리원 1주는 70만 원, 2주는 320만 원인데 이후 나오는 조리원 비용은 우리가 반을 내고, 나머지는 정부에서 나오는 출산 지원금과 파주시에서 주는 출산 지원금을 합하면 될 것 같아. 



혹시 못 드시는 음식이나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세요? 하고 질문하셔서 순간적으로 깊게 고민하고 말았다. 편식이라면 어디 가서 뒤지지 않는 짧은 입의 소유자라 뭐부터 말해야 하나 하다가, 그래도 조리원에서 선지해장국이나 천엽 같은 걸 주진 않겠지 싶어 대충 내 기준 외관이 혐오스러워 못 먹는 음식이나 식감이 거북한 음식들을 걸러내고 무난하게 비린내 나는 음식이나 조개류를 못 먹는다고만 말씀드렸다. 조리원에서는 매일 미역국이 나오는데, 홍합 미역국이 나올 수 있어서 미리 이런 걸 알아둬야 한다고 하셔서 말씀드리길 잘했다 싶었어. 또 내가 못 먹으면서 나올 만한 게 뭐가 있을지 좀 더 생각해 봐야지. 사실 내가 미역국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걸 잘 아는 남편이 조리원에서는 미역국만 먹어야 하는데 아주 큰일 났다며 옆에서 킥킥댔다.



아기 태명이 차차라고 했더니 처음 들어보는 태명이라고, 흔하지 않은 태명이라 신기하다고 하셨다. 그런 것 같기도 하네. 엄마 뱃속에서 차근차근 준비해서 나오라는 뜻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좋네요, 하심.



조리원 예약을 마치고 집에 오면서 찾아본 것들을 따로 정리해 두기로 한다.


   유축기의 깔때기는 산모가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조리원에서 가슴 상태를 확인한 뒤 산모에게 맞는 깔때기를 추천해 주니, 미리 혼자 찾아볼 필요 없이 조리원 입소 후 구매하면 됨.

   조리원에서 진행하는 교육 중 모유 수유, 신생아 응급 처치, 태열 아토피 예방 교육은 남편과 같이 들을 수 있으니 시간 미리 확인하고 꼭 듣기. 산후 요가의 경우 회음부 회복 정도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자.

   출산 준비 가방 쌀 때 아기 모자도 챙기면 좋을 것 같다. 코바늘 열심히 연습해서 만들어놓을 예정.

   아기 배냇저고리, 속싸개, 겉싸개는 따로 준비했다가 조리원 나갈 때쯤 신생아실에서 요청할 때 갖다 주면 된다.











11주 차. 위에서 9주에 접어드니 입덧약이 나름대로 잘 받아 토는 안 한다고 했던 말을 취소해야겠다. 입덧이 다시 심해져 이틀 내내 토를 했다. 





제일 최악은 월요일이었다. 새로운 편집 툴을 시연하는 미팅이 있어 회의실에 들어갔다가 덥고 습한 공기 때문에 숨이 막혀 금방 울렁거리기 시작했고,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했지만 들썩들썩 헛구역질을 했다. 구역질을 심하게 할 때는 눈물샘도 덩달아 자극을 받는 걸까? 찔끔찔끔 흐르던 눈물이 마스크가 젖을 정도가 되는 바람에 결국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말았고, 모두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공적인 자리에서 눈물을 보이다니, 감정적인 요인이 아니라 신체적인 요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음에도 괜히 자존심이 상하고 말았다.



그러나 자존심을 돌볼 여유가 어디 있으랴, 회의실을 나오자마자 곧장 화장실로 직행해 전날 저녁 있었던 두 차례의 구토로 이미 싹 다 비어버린 위장을 또다시 쥐어짜서 쏟아내고 말았다. 옆 칸에 누군가가 있었는데, 내가 웩웩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조용히 있다 슬그머니 물을 내리고 나가서 더 민망한 기분.



단축근무로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또 한바탕 게워내 버렸지. 간신히 입을 씻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있으려니, 이번에는 그냥 이 모든 게 서러워서 눈물이 났다. 차차야, 엄마 조금만 덜 힘들게 해 줘어…….












그리고 12주 차 진료. 매번 병원 진료가 예정된 아침마다 그새 차차가 얼마나 컸을지 설레고 궁금한 만큼 차차에게 별 탈은 없을지도 걱정된다. 지난 3주를 돌아봤을 때 내가 잘못한 건 없나? 배를 너무 눌렀다던지, 엎드려 잤다던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던지─ 대충 머릿속으로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보고 이상이 없음을 재차 확인한 뒤에야 조금씩 안심하기 시작한다.





12주 차 진료부터는 질 초음파가 아닌 복부 초음파가 가능해서, 바로 산부인과 진료실로 가지 않고 초음파실에 먼저 들렀다. 누워서 옷을 올리고 (바지도 골반 아래로 내려야 한다) 배를 드러내면 초음파실의 선생님이 젤을 묻힌 초음파 기계를 배에 대고 지그시 눌러가며 이리저리 탐색해 주신다. 보호자는 선생님과 같은 컴퓨터 모니터를, 나는 누워서 천장에 달린 모니터를 각각 바라보며 아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 구조였다. 







12주 차의 차차는 거의 6cm가 되었다.





어느새 5.9cm가 된 우리 차차. 어디가 머리고 어디가 엉덩이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9주 차와 다르게 보자마자 머리가 여기, 팔다리는 여기, 엉덩이는 여기 있구나! 하고 알아볼 수 있었다. 심장 소리도 빠르고 규칙적으로 잘 뛰고 있고, 키가 12주 아기인 것치고 크다고 하셨다. 엄마 아빠가 둘 다 평균 신장보다 좀 더 큰 편이라 우리 아이도 클 줄은 알았지만 뱃속에 있을 때부터 티가 날 줄은 몰랐지. 팔과 다리가 생긴 걸 보니 또 괜히 뭉클했다. 초음파 볼 때마다 뭉클해지는 마음, 이거 어떻게 참을 수 있나요. 








이어서 입체 초음파도 보여주셨다. 두상을 보자마자 남편과 내가 동시에 한 생각─ 송 씨다! 완전 송 씨 유전자다! 옆짱구 두상이 딱 남편과 똑같아서 뭉클한 마음이 드는 한편으로 웃음이 쿡쿡 나왔다. 아이가 태어나면 꼭 남편을 닮기를 바랐었는데 진짜로 머리 모양부터 남편 축소판이라는 게 너무 귀여웠어. 움찔움찔거리기도 하고 초음파 기계 때문에 눈이 부신지 얼굴을 가리기도 했는데, 한쪽 손으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 꼭 엄마 아빠 안녕, 하고 인사하는 것 같았다. 






초음파를 보고 나온 뒤에는 진료실로 이동. 남편이 차차 키우느라 고생했다고 어깨를 꼭 안아주었다. 살면서 이 격려를 얼마나 많이 듣게 될까, 앞으로도 쭉 잘 키워내야지. 




담당 선생님인 김혜미 선생님을 만났다. 입덧은 어떻냐고 하셨는데 요 며칠 나에게 맞는 입덧약 섭취 주기를 찾아내 잠잠했던 터라, 약을 안 먹으면 여전히 울렁거리지만 약을 먹으면 효과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오늘 진료를 보니 다음 진료는 16주 차네요, 4주 텀이지만 일단 약은 3주 치만 드릴 테니 그것만 드시고 끊어보신 다음 영 아니다 싶으면 더 드리는 걸로 할게요, 하셨다. 


잠깐 나에게 맞는 입덧약 주기에 대해 메모. 입덧약은 먹고 난 뒤부터 빠르면 4시간, 늦으면 8시간 뒤부터 비로소 효과가 나타난다. 처음에는 점심 먹고 오후 1시쯤 한 알을 먹고 밤 11시쯤에 두 알을 먹었는데 (하루 최대 4알까지로 제한되어 있다) 그렇게 하니 다음날 오전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오후는 아무런 약 기운이 돌지 않아 심하게 울렁거리고, 저녁이 되면 밥을 먹기가 힘들 정도로 구토감이 든다. 지금 바꾼 주기는 오전 10시~11시 중 한 알을 먹고 밤에는 자기 직전인 11시 반에서 자정에 두 알을 먹는 것으로, 이렇게 되면 다음날 오전도 그럭저럭 버티기 쉽고 저녁엔 오전 중 먹은 약 기운이 돌아 좀 기운을 차릴 여유가 생긴다.





초음파실에 다녀오긴 했지만, 진료실 내에서도 한 번 더 복부 초음파를 봤다. 임신 5주 때부터 함께해 주시는 선생님이 봐주시니 조금 더 꼼꼼히 차차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 좋았다. 빠르면 12주 때 태아의 성별을 알 수 있다던데, 선생님이 그것도 알려주시려나. 우리가 병원에 오기 며칠 전 헌법재판소에서 임신 32주 이내에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지 못하게 하는 법이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린 참이었다. 







1980년대에 이르러 의료기술이 발달해 태아 성별을 감별해 낼 수 있게 되자, 한국에서는 당시 만연하던 유교 사회의 남아선호사상과 맞물려 뱃속의 태아가 여자 아이면 낙태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당시 형법상 낙태죄 하나만 가지고선 낙태를 방지하는 게 어렵다고 판단, 태아의 성별을 감별해 고지해 주는 것이 낙태로 이어지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성별 고지 행위 자체를 금지한 것이다. 사실 나 역시 여아 선별 낙태가 만연하던 시대에 태어난 1990년 백마띠 여성이었고, 백마띠는 (그 난리에도 죽지 않고 태어났으므로) 드세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고 자랐기 때문에 그리 멀기만 한 남의 일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도 과거에 비해 양성평등의식이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고,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쇠퇴하는 만큼 여아를 선호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대의 변화를 감지한 헌법재판소에서도 법이 생긴 지 37년 만에 성별 고지 금지 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한 것.


사실 차차가 아들이든 딸이든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다 좋다 했지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차차가 딸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영 없던 것도 아니었나 보다. 


초음파 화면을 보시던 선생님이 (차차가 양반 다리를 한 채로 오므리고 있어서 잘 보이진 않지만) 다리 사이에 점 같은 게 보여 가능성이 있다고 하시길래 처음에는 무슨 가능성인가 했는데, 문장을 곱씹어 보니 아들일 가능성을 말씀하신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12주에 본 성별은 16주 때 바뀔 수도 있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지금으로서는 뭐가 보이긴 보인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들인가 보다, 하면서 딸과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내가 모아둔 인형 등의 장난감을 같이 갖고 논다거나 같이 베이킹을 한다거나)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려 하는 낌새를 느꼈다. 우리가 지어놓은 이름도 남들은 남자아이 이름이라고 하지만 나는 왠지 딸 이름으로 더 어울릴 것 같았는데! 아니야, 그래도 아들이면 또 손이 덜 간다고 하잖아? 딸은 너무 잘 삐지고 옷 하나를 입혀 보내려고 해도 자기 주관이 강해서 힘들대, 친구들에게서 주워들은 말을 빠르게 떠올리며 행복회로를 돌렸다. 사실 이 모든 건 아이마다 다르다는 진리 앞에서 무력한 정신 승리였지만, 이런 것까지 억지로 꺼낼 정도라니 내 안에는 여아선호사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행복회로를 돌린 게 효과가 있었는지 빠르게 멘탈을 회복할 수 있었다. 



내 머릿속이 요동치는 걸 모르는 의사 선생님은 그저 다정하게 기형아 검사 소견을 말씀해 주셨다. 목덜미 두께가 12주에 진행하는 1차 기형아 검사에서는 태아의 목 뒤에 있는 피하 조직, 즉 목덜미 투명대의 두께를 보게 된다. 이 두께가 두꺼울수록 태아의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다운 증후군이나 심장 결손 등의 기형 위험도가 증가한다고. 투명대 두께의 정상 범위는 최대 3mm까지라고 하는데, 차차는 1.1mm라 아주 안정적이고 건강하다고 설명하셔서 또 한시름 놓았다. 



산부인과 진료까지 끝내고 난 뒤에는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던 채혈의 순간이 왔다. 12주 차 산모에게 진행하는 1차 기형아 검사의 일환으로, 산모의 혈액을 채취해 임신 중 호르몬 수치 등을 측정한다. 원래는 병원에서 산전 검사 등등 받아야 할 게 많은데 우리는 임신 확인하자마자 바로 옆에 있는 운정보건소에서 산전 검사를 먼저 진행한 상태였기 때문에, 보건소에서 진행한 검사의 결과지를 전달하고 모자란 것들만 검사할 수 있었다. 미리 찾아보고 간 바로는 피를 한 통만 뽑는다고 했는데, 주사 바늘을 연결해 놓은 상태에서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 소리가 네 번 들린 걸 보니 (바늘 쪽을 보는 게 무서워 고개를 한껏 돌리고 있느라 소리만 들림) 총 네 통에 담은 것 같았다. 아프기도 하고 겁도 났지만 차차를 위해서라면 주사쯤은 열 번도 더 맞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 번은 이번에 써버린 셈으로 치자.



주사 바늘을 뺀 자리에 알콜솜을 대고 5분 동안 꾹 누르다가, 이만하면 됐겠지 싶어 병원을 나섰다. 비타민 수치도 나온다고 하니 그때부터는 정말 비타민 D를 다시 복용해야겠지. 지금은 먹기만 하면 울렁거려서 일부러 중단했는데, 의사 선생님은 비타민 D도 중요한 영양소라 꼭 채워야 한다고 하셨다. 너무 고함량이라 힘들 수도 있으니 좀 함량이 낮은 걸로 꾸준히 먹을 수 있게 해 봐야겠어. 




가족들에게도 차차 초음파 사진을 보냈더니 엄마는 모습이 딱 남편 같다고 하셨다. 어머님도 사진 보니 남편 닮은 게 아들인 것 같다고 하시네. 다들 벌써부터 남편 닮았다는데 차차가 나를 안 닮아서 서운하다는 생각은 요만큼도 안 들고, 남편 닮으면 세상 귀여운 아기가 나올 테니 그저 잘됐다는 생각만 드는 걸 보면 내 콩깍지도 참 튼튼한 것 같다. 









3주 만에 갔는데 이만큼 자라 있다니, 4주 뒤인 16주 차 검사 때는 또 어디가 어떻게 얼마나 자라 있으려나. 


최근에는 배가 살짝살짝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배를 볼 때마다 직전에 먹은 메뉴를 떠올리며 이 배는 피자 배인가, 냉면 배인가 갸우뚱했는데, 이제 더는 헷갈리지 않고 차차는 여기쯤이구나! 한다. 나만 알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남편에게 보여주니 배가 나왔다고 신기해하는 걸 보면 확실히 나온 게 맞는 것 같기도. 얼른 배가 산더미만큼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차차가 커지는 만큼 몸도 무겁고 장기가 눌려 소화도 호흡도 힘들어지겠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차차가 내 안에 있다는 게 시시때때로 잘 실감 날 것 같아. 




4주 동안 다시 잘 지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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