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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강머리 앤줌마 Mar 25. 2022

삶을 위한 노래

스물다섯 아젤리아  

신록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즐겁기도 고단하기도 하지만 푸르름이 가장 아름다운 달이기에 마음의 들뜸도 최고다.

지천에 꽃이 만개하고 꽃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한 날들이다.


그날따라 대문 신록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즐겁기도 고단하기도 하지만 푸르름이 가장 아름다운 달이기에 마음의 들뜸도 최고다.

지천에 꽃이 만개하고 꽃을 만나기 위한 발걸음도 분주한 날들이다. 초인종소리가 급했다.

아이들이 하교할 시간이라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터라 서둘러 대문을 열었다.

딸램은 얼마나 바쁜 걸음으로 뛰듯이 걸어왔는지 볼이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검은 봉지를 쑥 내민다.

"뭔데....?"

"어버이날 선물...."

무거울것 같아서 얼른 받아서 마당으로 들어와 봉지를 열어보니 카네이션을 닮은 꽃이 두어송이 달려있는 나무였다.

"와~~ 꽃이 예쁘네, 어디서 샀노? 무거운걸 어떻게 들고 왔노?"

딸램은 기뻐하는 내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가 꽃을 좋아 하잖아, 꽃집 아저씨가 이거는 나무라서 오래오래 산다고...."  말하는 목소리가 양철지붕의 빗방울처럼 통통 튄다.

"그래~ 고마워~ 오래오래 키울께~ 들어가자"

휘파람같은 바람에도 흔들릴것 같은 여린가지에 딸램의 주먹만한 꽃이 달려있는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여, 바로 집에 있는 빈 화분에 옮겨 심고는 볕바른 곳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그 이후 봄이면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풍성하고도 화려한 꽃동산을 만들어 준다.


언뜻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흔한 꽃이 영산홍이 아닐까?

철쭉과 같이 진달래과에 속한 상록관목이라서 사계절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고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가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심에도 가로수가 영산홍인 곳도 있고

공원에 가보면 수십년은 되었을것 같은 자동차만한  영산홍도 많다.

사실은 영산홍이란 꽃나무의 이름만 가지고는 그리 흥분할 일은 아니었다.

딸램이 사온 영산홍은 그 모양과 색이 화려하여 함부로 대할수 없는 기품이 있었고 주위에서 쉽게 볼수 있는 때깔이 아니었으며  어버이날의 특별한 선물이기도 했으니 첫눈에 반해 버렸을 것이다.

나도 화란철쭉인 아젤리아로 불린다는 사실을 안것은 6~7년 전이다.

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이 꽃을 보고는 이름을 묻곤 한다.

그때마다 영산홍이라고 대답을 하면 한번더 묻는다. 그리곤 "아닌데... 이게 어찌 영산홍이고...." "이런 색깔도 있었나...."

아젤리아는 서양철쭉으로 일반적인 영산홍보다 꽃이 크고 무늬가 있어 더 화려하다.

그리고 막 피어난 꽃은 명화 속 중세시대 여인들의 드레스보다 더 고운 기품이 느껴져서 내마음을 빼앗긴 충분한 이유로 받아 들여졌다.

꽃을 좋아하는 엄마덕분에 마당에는 여러 종류의 꽃과 내키보다 큰 흰철쭉과 빨강과 분홍의 영산홍이 때가 되면 찾아와서 어김이없이 피었다가 지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결혼을 한 후에는 나도 여러종류의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그런 내가 첫만남에서 푹 빠져버렸다면 분명히 아젤리아는 매력덩어리다.

우리가 흔히 보는 분홍과 빨강의 영산홍은 4월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여 5월이 되면 절정을 이루고 6월 여름까지도 꽃을 볼수 있고 꽃이 진자리의 발랄한 초록도 가을과 겨울을 지나는 동안에도 즐길수가 있기에 사랑받는 상록관목이다.

내가 키워보니 아젤리아도 마찬가지다 .

겹꽃 형태를 띈 색의 화려함도 마음을 사로잡지만 가정에서 관상용으로 키우기에도 수월한 품종이다.

직사광선에 강하고 양지와 반양지 어느곳에서도 잘 자라며 물을 좋아하여 특별히 주의하여 키우지 않아도 된다.

4월에서 초여름까지 꽃을 보여주고 꽃이 지고 나서 가지치기를 하여주면 초록초록한 나뭇잎들이 꽃이 진 자리의 허전함을 달래준다.  

아젤리아의 꽃말은 사랑의 기쁨, 사랑의 즐거움이다.

딸램의 선물로 와준 아젤리아! 봄마다 찾아와 첫사랑같은 설레임을 전하여주고, 딸램이 먼 이국땅에서 살아가는 동안에도 딸램을 대신하여 내 곁을 지켜주었다.

올해도 아젤리아의 꽃망울은 때가 되면 불꽃처럼 터트릴 준비를 든든히 갖추고 내 마음을 훔치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

농장에서 가지를 삽목하여 꽃을 피우려면 적어도 2년은 지나야 할 테다.

꽃이 피어서 우리집에 입양되었고 딸램의 중딩때 였으니 23~4년전이다.

꽉찬 스물다섯, 아젤리아의 생일엔 딸램과 의논하여 조촐한 잔치라도 열어야 겠다.

딸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이라도 찍고 아젤리아를 위하여 와인으로 축배와 그리고 손바닥만한 마당에서 느린 왈츠라도.... 쿵짝짝쿵짝짝~

달콤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꽃망울이 맺힌 아젤리아를 행복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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