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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근 Apr 08. 2022

우리 사이의 간주곡

Intermezzo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참 어렵습니다. 단순히 봤을 때는 당신과 제 사이에 이어진 단 하나의 관계이지만 제가 바라보는 모습과 당신이 바라보는 모습은 같을 수가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에게는 당신이 둘도 없는, 원한다면 무엇이든 내어 줄 준비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대에게 똑같은 걸 바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깊어진다는 건 서로가 바라보는 모습의 차이를 대화하고 공감하며 차차 줄여 나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 글에선 그런 사람 사이의 조금의 공간을 채우는 간주곡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가끔 친한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저 사람 정말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저렇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나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난 상대방의 이야기는 답답하다 못해 화까지 나기도 합니다. 잘 생각해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가도 다시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거 같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런 생각에 이야기를 이어나가다 보면 제 입에서도 상대방의 기준에 벗어나는 말이 나오고, 저도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고 있으니 서로 대화를 하고 있음에도 혼자 동떨어져 있다 싶기도 합니다.


물론 저도, 상대방도 분명 서로를 생각하고 배려하기에 양보하고 넘어간 부분도 분명히 있었을 것입니다. 답답한 감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런 답답함이 드는 이유도 어쩌면 상대방을 완벽히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 싶은 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서가 아닐까요. 아무 이유 없이 답답한 게 아니라, 그만큼 상대방을 생각하고 사랑하기에 더욱더 답답하게 느껴질지 모릅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아무리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우린 분명히 다른 사람이고, 상대방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본인의 생각이지 우리가 모르는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니까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상대방도 나만큼, 어쩌면 나보다 더 답답할 것이라는 겁니다. 내가 배려한답시고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가 때로는 서운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조심조심 건넸던 위로 한 마디가 상대방 입장에선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나를 위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을 알기에 좋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국 그런 생각들과 서로 조금씩 이해해 가며 조율하는 과정이 우리 사이에 조금씩 생기는 공간을 채우는 간주곡이 그 사이를 자연스레 이어 줄 것입니다.


참 당연한 이야기 같습니다. 굳이 글로 쓰지 않더라도 저도, 당신도 은연 중에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있다 하여도, 참 모순적이지만 상대방 입장에선 다르게 느껴질 수 있으니 참 어렵습니다. 우리 살아가는 이야기에 모순은 한둘이 아니기에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서로 함께 대화하고 공감하며 그 사이를 채워 간다면 그 간주곡은 어쩌면 그 자체로도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음악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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