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유자를 키운다는 건, 조금은 고집스러운 일

고흥에서 ‘순수유자’를 붙잡고 있는 이유

by 순수유자

고흥에서 유기농 유자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고민한 건 “내가 키운 유자를 어떻게 세상에 전할까?” 하는 거였다.


우리나라 유통 구조에서는 농부가 직접 유통할 때 얻는 이득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
중간 과정을 거치면, 유기농 유자가 지닌 진심과 이야기가 흐려지기 쉽다.


누군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을 하려면,

내 삶도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한다.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유자를 키우려면,
그걸 지켜낼 내 생활도 지켜야 한다.


그래서 내 농사와 철학을 담아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내가 오래도록 붙잡고 싶은 가치를 담기 위해서였다.


특히 유기농은 그 과정을 솔직하게 보여줄 때 힘을 발휘한다.
내가 애지중지 키운 유자의 이야기를
내 입으로 직접 전하고 싶었다.

그렇게 태어난 이름이 ‘순수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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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을 선택했을 때,

“아직도 농사로는 먹고살기 어렵다”

“유기농? 그거 돈 안 돼” 하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실제로 관행농이 수익이 더 나고, 농부에 대한 인식도 생각보다 차갑다.

그런 말들을 들을 때면 나도 흔들렸다.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밤에 밭에서 돌아와 멍하니 앉아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순수유자’라는 이름이 떠올린다.
그건 그냥 멋 부린 상표가 아니라, 내가 다시 일어나기로 한 이유다.

조금은 고집 피우고 싶어진다.


사나이가 한 번 진심을 꺼냈으면, 끝까지 밀고 갈 줄 알아야 한다고
그렇게 마음이 다시 불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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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문득, 박사과정을 하던 시절 품었던
아이작 뉴턴의 문장이 생각난다.
“내가 더 멀리 보았다면, 이는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 있었기 때문이다.”
뉴턴은 될 수 없어도, 위대한 변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유기농 농사를 지으면서도,
거창한 변화를 만들겠다는 생각까지 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이 모여서
언젠가 큰 흐름을 만드는 데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생각이 내 하루를 움직이게 한다.
흙을 만지고, 나무를 돌보면서
오늘도 밭에서 한 걸음을 더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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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작은 농장이고 작은 브랜드지만,
언젠가 유기농 유자를 떠올릴 때
자연스럽게 ‘순수유자’라는 이름이 함께 떠오르길 바란다.


그리고 누군가가 이 브랜드를 통해
진심이 묻어나는 농업,
신뢰할 수 있는 먹거리를 느낀다면
그것만으로도, 즐겁게 농사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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