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태영건설
What happened?
국내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23.12.28 만기 도래 예정인 성수동 개발 사업 관련 480억 PF 채무를 갚지 못할 것 같다며 ‘워크아웃’을 신청하였습니다.
Does it matter?
물가상승 및 고금리 기조가 유지됨에 따라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대출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는 부동산 개발사업이 하나 둘씩 쓰러져가고 있고, 이 여파는 금융권에까지 닿을 수 있어 국가 차원에서 유심히 들여다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를 통해서 부동산 개발 사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무엇때문에 이 지경까지 올 수 밖에 없었는지 자세히 하나하나 파보겠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요즘 택배거래를 하다보면 모두가 아파트에 사는 세상에 왔구나 새삼 느껴지게 됩니다.
아파트가 많아지다 보니 이름도 제각각인데 한국에서 가장 긴 아파트 이름은 25자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 1차’라고 하네요. 시어머니 방문 방지용으로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설하고, 그렇다면 이 많은 아파트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서 지어지게 될까요?
롯데아파트는 롯데건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짓는 것일까요?
시계를 IMF 시기로 돌려, 그 당시 시공사들은 자기 돈으로 땅도 사고 건물도 올렸습니다.
하지만 IMF 이후로 사업 Risk를 낮추고자 건설사들은 본업인 ‘건설’에만 집중하기로 하고, 땅을 사서 인/허가를 얻는 작업은 시행사들에게 맡기기로 하죠.
이후로 한국 부동산 개발은 크게 시행사, 시공사, 금융기관이 주가 되었습니다.
- 시행사: 프로젝트를 진행 주체. 사업개발 및 토지 매입 담당
- 시공사: 건설 및 신용보강* 담당
- 금융기관: Project Financing (대출) 담당
*시공사의 신용보강이 이 모든 사태를 초래한 원인이며, 차후 자세한 설명 진행 예정
1. 출자
-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 사업 진행을 위한 별도의 회사(SPC: Special Purpose Company)를 차립니다.
- “왜 시행사 회사 자격으로 사업 안 해요?”라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개발 사업이 여러 개이고, 여러 개의 사업이 하나의 회사에 혼재되어 있을 경우, 사업 단위별 가치평가 및 회계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 간단히 말해서, 사과주스는 믹서기에 사과만 넣어서 만들어야 사과주스 제 맛이 나는데, 믹서기에 사과, 딸기, 배 등 다 넣어버리면 무슨 주스인지 알기도 어렵고 맛도 드럽게 없어지는 원리입니다.
2. 사업부지 매매계약
-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의 첫 스타트를 토지 매매 계약서 확보로 시작합니다.
- 토지 매매 계약서와 사업계획서가 있어야 시청에서 허가를 내주기 때문이죠.
- 영화에서 건달들이 달동네 할머니, 할아버지 돌아다니면서 괴롭혀서 받아내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토지 매매 계약서’ 입니다.
- 여기서, 토지 매매 계약서는 단지 ‘약속’일 뿐이고, 토지 대금은 차후에 이루어집니다.
3. 인허가
- 사업 부지의 일정 비율 이상에 대해서 토지 매매 계약서를 확보했다면, 관련 관공서에서 사업 인/허가를 확보 합니다.
- 여기에는 아파트 건립에 필요한 각종 법들이 관련 되어 굉장히 복잡한 업무가 진행됩니다.
- 예를 들면 아파트 세대수 대비하여 나무는 x그루가 필요하고, y키로미터 이내에 학교가 z개 필요하다 식의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 따라서 시행사는 토지매입과 사업인허가를 얻으면 9부 능선은 넘은 것입니다.
4. 공사도급/계약
- 실제로 건물을 지어줄 롯데건설, 태영건설 등 시공사를 선정하게 됩니다.
- 시공사들은 서로 다투어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 각종 조건들을 제시합니다.
- ex1) 시공능력: “나 롯데캐슬 x개 지어봤으니 나 뽑아줘”
- ex2) 브랜드인지도: “당신은 래미안 더 퍼스트입니까?”
- ex3) 책임준공: “너네 시행사 망해도 내가 책임지고 건물은 끝까지 지어줄게”
- ex4) 지급보증: “너네 토지 매입할 때랑 건물지은 돈 대출 받은거 너네 회사 망해도 내가 대신 내줄게”
- 참고로 태영건설 사태는 위 조건 중 ‘지급보증’으로 인해 발생한 사태입니다.
5, 6. Project Financing
- PF는 간단하게 부동산 개발을 위해 필요한 대출입니다.
- 시행사는 대부분 영세하여 토지 매매 계약에 필요한 계약금 정도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대출이 필수입니다.
-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대출은 브릿지론PF(토지매입) -> 본PF(시공) -> 담보대출(준공)으로 진행됩니다.
- 앞 단계 대출일수록 담보 및 신용보강이 약하기 때문에 이자율 높습니다. 따라서 빨리 전 단계 대출을 다음 단계 대출로 갚아버리는 일명 대출깡(?)인 ‘차환’ 방식이 국룰입니다.
- 브릿지론PF 금융기관은 사업 부지를 담보로 잡고 브릿지론 대출을 시행사에게 실행합니다.
7. 토지대금 지급
- 시행사는 일전에 계약금만 지불하고 ‘토지 매매 계약서’ 받았다고 했죠?
- 이제 브릿지론PF 받은 대출금으로 기존 토지 주인들에게 나머지 잔금을 모두 지불합니다.
8. 분양대금 납입
- 시행사는 이제 토지와 사업권이 있습니다. 남은 것은 시공입니다.
- 시행사는 모델하우스를 만들어 분양자들을 모집하고, 일부 분양금을 입금받습니다.
-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통해 시행사가 망해도 건물을 끝까지 짓겠다고 했으니 믿고 입금합니다.
9. 공사대금 지급 및 원리금 분할 상환
- 자, 이제 건물을 지을 차례입니다.
- 시공사는 분양금과 본PF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통해 공사비를 받고 건물을 짓습니다.
- 여기서 공사비는 ‘기성고’라는 방식으로 일괄이 아닌 공사 진행률에 따라 일정 %를 받습니다.
- 동시에, 시행사는 분양금의 일부를 본PF 상환에 할당하여 공사기간에 걸쳐 천천히 대출을 상환합니다.
10, 11. 사업이익 및 배당
- 시행사는 공사비 및 대출금 상환을 하고 남은 돈을 배당금으로 활용하여 마진을 남깁니다.
태영건설은 23년 12월 28일에 갚아야할 성수동 개발 사업 관련 채무를 갚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하였는데요.
태영건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게 시장의 컨센서스입니다.
코로나 시절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그 시절을 기억하시나요? 부동산은 떨어질 수가 없다라는 마인드가 시장을 지배하였고, 그 결과 부동산 사업 및 그로 인한 대출이 무제한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후 현재 미국 연준발 고금리 기조 및 물가상승 등으로 대출은 어려워지고, 공사비는 오르고, 분양은 잘 되지 않다보니 부동산 사업장들이 하나씩 부도가 나기 시작한 것이죠.
위에 언급드린대로, 공사비는 분양금과 본PF 대출금으로 충당되는데, 분양이 되질 않으니 분양금이 부족하고, 금리가 올라가니 본PF 이자율도 올라가고 이중고가 닥친 것이죠.
실제로 브릿지론PF를 담당하는 증권사 및 캐피탈사 연체율은 약 10%에 도달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입니다. 이 말은 곧 브릿지론으로 토지를 사왔는데, 착공 및 본PF에 실패하여 땅만 사두고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죠.
태영건설 또한 이 소용돌이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시공사는 수주를 따내기 위해 각종 보증을 슨다고 위에 말씀드렸죠? 태영건설 또한 시행사들의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을 섰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태영건설은 자기가 보유한 자본 대비 약 5배나 많은 대출을 품에 안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PF지급보증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우발채무만 약 2.5조원에 이릅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 외에도 직접 대출한 직접 채무 및 SOC사업 관련 채무 등을 종합하면 약 10조원이 넘는 채무액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요 몇 년 사이 부채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았으니, 거의 시한폭탄과도 같은 상황인거죠.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비단 태영건설 뿐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대형 건설사들 또한 1년 미만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부채’를 주머니에 든 현금 대비 약 2~5배씩 가지고 있으니, 사업으로 인한 수익이나 대출 돌려막기가 1년 이내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모두 줄도산인 상황인거죠. 태영건설은 도미노의 첫 시작일수도 있는 것입니다.
회사가 사업을 하기 위해 대출을 일으키고, 상환 일정에 따라 제때 돈을 갚으면 문제가 없지만, 상환 일정 중에 한 번이라도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됩니다.
법정관리는 일명 ‘빚 잔치’로, 법원 관리 하에 회사에 받을 돈이 있는 사람들을 다 불러모아 각자 받을 돈이 얼마 있는지 파악하고, 누가 먼저 얼마를 받아갈지 우선순위를 정하는 절차입니다.
법원이 없을 경우 칼부림이 날 수도 있으니, 혼돈의 카오스를 막기 위해서 법원 명령을 통해 법정관리 기간 동안 부도난 회사에게서 돈을 받지 말고 있으라는 보호가 제공됩니다.
문제는 회사에 남아있는 돈이 충분하지 않아서 한정된 자산 내에서 적절하게 받을 돈을 분배해야하는데요, 대부분의 경우 토지 등에 담보를 걸어둔 금융권이 선순위권을 가지고 있어서 제일 먼저 받아가고, 그 다음 담보 없는 채권, 금융거래가 아닌 상거래 등을 통해 발생한 상거래 채권 등이 후순위로 가져가게 됩니다.
여기서 문제는 실제로 후순위에 놓인 무담보채권 및 상거래채권은 거의 땡전 한 푼 못 가져간다는 사실입니다.
잠깐만, 그럼 법정관리하면 은행만 돈을 가져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못가져 간다는 말이야?
맞습니다. 여기서 더 큰 문제는 나머지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일반인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거래채권의 경우 시공사에게 달라붙어 하루하루 버티는 협력업체, 하도급업체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인부들을 모아 공사를 해주고 시공사로부터 바로 돈을 받지 않고 어음이라는 ‘나중에 줄게’ 약속을 받습니다. 하지만 법정관리 아래에서 이 어음은 후순위기 때문에 한 푼도 못 받는 것이죠.
그렇다면, 태영건설 왜 법정관리가 아닌 워크아웃을 신청하였을까요?
아, 참고로 워크아웃이란 부도난 회사가 법정관리 들어가서 회생할 것이냐, 청산할 것이냐 정하기 전에, “야 채권자랑 채무자랑 잘 이야기해서 돈 좀 늦게 갚아도 되게 해주거나, 아니면 돈 조금 더 빌려줘서 기회 한 번 더 줘 봐” 느낌으로 당사자들끼리 원만한 합의로 법정관리 절차를 최대한 피하게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제가 태영건설이라면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거에요.
왜요?
첫번째 이유는 어차피 한 번 부도난 시공사는 추후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쉽사리 제외됩니다. 누가 한 번 망했던 회사한테 또 일을 맡기겠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수주 어려울게 뻔한데, 살아나도 앞이 캄캄한 이 회사, 차라리 법정관리로 법원 관리 아래에서 채권자들끼리 알아서 받아갈 것 받아가고 회사 청산 시켜버리면 속 시원합니다.
태영건설의 창립자인 윤석민 회장 또한 건설업이 미래가 어둡다는 것을 미리 감지하고 방송사 SBS 경영권을 인수하고, 또 재활용 관련 업체인 에코비트를 글로벌 사모펀드 KKR과 합작회사로 경영중입니다.
추측되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태영건설이 법정관리 들어가서 다시 살리자는 회생이 아닌 있는 거 털어서라도 나누어 가지자는 청산을 선택하게 되면, 제2금융권 및 하도급업체는 채권 회수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며, 이는 곧 서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2금융권은 영세하여 일부 금융기관은 태영건설한테 올인한 케이스도 많거든요. 이거 못받으면 망하는거에요. 그러면 연쇄적으로 금융기관발 ‘돈맥경화’가 일어나고, 대출이 줄어 서민경제는 어려워집니다. 하도급업체 받을 돈 못 받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고요.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만 볼 수 없는 금융당국은 기존 23년 10월로 실효되었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을 23년 12월에 빠르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면서 ‘워크아웃’ 제도를 부활시켰습니다.
금융당국이 나서서 법까지 통과시키면서 워크아웃 제도를 살려냈고, 그것과 동시에 태영건설 부도가 났다, 이는 곧 법정관리 가지말고 워크아웃 하세요라는 금융당국의 메시지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즉, 서민경제 쇼크를 방지하고자 태영건설 및 은행이 알아서 쇼부봐서 파국은 면하자라는 취지겠지요.
하지만 워크아웃제도는 채권단이 채권액 기준 75% 이상이 동의해야 시행됩니다. 태영건설이 어떤 자구책을 들고와서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받을지는 미지수이나, 오너일가 사재 출현 혹은 주요 핵심 계열사 매각 등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지만 가능해 보이긴해서, 24.01.11이 되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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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s of 24.01.10]
태영건설이 제출한 자구안이 채권단의 동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구안은 총 3단계입니다.
1단계. 태영건설 경영권 포기 및 1차 자산 매각
- TY홀딩스(28%), 윤석민(10%), 윤세영(1%)로 이루어진 태영건설 지분에 의결권을 위임하고, 감자 및 주식처분을 통해서 대주주의 태영건설에 대한 경영권을 내려놓습니다
- TY홀딩스가 보유한 자산 중 일부 (태영인더스트리, 에코비트, 블루, 평택싸이로)를 매각 및 유동화
- 총 약 1조원 상당
2단계. 2차 자산 매각
- TY홀딩스가 보유한 SBS미디어넷 및 DMC미디어 지분을 담보로 추가 자금 지원합니다
- 총 약 2,000억원 상당
3단계. 3차 자산 매각
- TY홀딩스를 보유한 오너일가 지분 (윤석민 25%, 윤세영1%) 담보 제공
- SBS 지분 담보 제공: TY홀딩스 36%
- 총 약 3,000억원 상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