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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넝쿨 Sep 13. 2023

세 자매가 함께 사는 방법

꾸밈이 없는 공간

오빠나 남동생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자매들을 부러워합니다. 특히 20대 중후반부터 시작되는 '이제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는 자매들의 간증을 들을 때는 더더욱 그렇지요.


새롬과 보미는 세 자매 중 첫째와 막내입니다. 자매들은 하루 중 있었던 힘든 일에 대해서, 미워하고 싫어하는 솔직한 마음에 대해서, 각자 애인의 면면에 대해서 숨김없이 터놓고 나누고, 홀가분해합니다. 새롬과 보미는 그것이 자매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라는 것을 나이를 먹어가며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같이 살게 되었을까요? 여자 셋이 살며 불편한 점은 없을까요? 역시 자매가 있어 좋을까요? 여자 셋이 사는 집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꾸며져 있을까요? 자매들의 삶, 20대와 30대의 여성들의 사는 모습이 궁금해 찾아가 물어보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세 자매는 어떻게 같이 살게 됐어요?


보미  처음에 둘째 신비 언니가 자취를 하겠다고 선두주자로 나왔는데 “그럴 거면 나도 같이 데려가라” 하고 제가 같이 따라 나왔어요. 둘이서 여기서 살 때 새롬 언니가 한두 번 오더니 “방 하나가 남는다” 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


새롬  그래서 제일 작은방이 제 방이에요.



새롬 씨는 왜 처음부터 같이 안 나왔어요?


새롬  저는 자취생활의 힘든 점을 아니까 안 나가겠다고 했어요. 엄마 아빠가 해주는 밥과 엄마 아빠가 해주는 청소를 받아 가며 그렇게 살겠다고 했어요. 처음엔. (웃음) 그러다 한두 번 오니까 너무 좋은 거지. 그래서 ‘아, 나도 나와서 살아야겠다’ 하고 나왔어요.



부모님 집에서 나와 사니까 어때요?


새롬  이제 엄마 아빠 집에서 1박도 못하겠어요.


보미  저희 부모님 집이 방이 세 갠데 저희 가족이 할머니까지 6명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방을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막내의 설움이다.


보미  그건 괜찮았는데 막상 방이 생기고 나니까 부모님 집을 가면 한 방에서 같이 자고 그런 게 불편해지는 거예요.


새롬  그리고 아침에 맨~날 8시에 위~~~ 잉. 탁 탁 탁. 척 척 척. 벌컥. 위~~~ 잉. 저 아직 자고 있는데. 그때 느꼈어요. ‘아, 나가야겠다.’ 나와서는 그게 제일 좋았어요. 아무도 아침잠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거.


보미  맞아요. 누군가가 아침마다 밥 먹으라고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엄마가 아침밥은 꼭 같이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으셔서 밥 먹으라고 엄청 강요를 하시거든요.



이 집에선 다들 아침밥을 안 먹나요?


보미  네, 먹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먹어요. 다 개인플레이해요.



집에 물건이 참 없네요. 다들 미니멀리스트예요?


새롬  집에서 하는 게 별로 없어요. 강아지 산책, 넷플릭스 보기, 공부. 삶이 단순해요.



세 명이 성향도 비슷하고 생활방식도 비슷한 것 같아요. 부딪히는 부분은 없어요?


새롬  처음엔 좀 부딪혔어요. 저는 깔끔하게 치워져 있어야 만족하는 편인데 지금은 그냥 타협했어요. ‘언젠간 치우겠지’ 하고 기다리고 기다리면 또 언젠간 치워져 있더라고요.



새롬 씨는 깔끔한 스타일이시군요.


새롬  어렸을 땐 저도 제가 깔끔한 스타일인지 몰랐어요. 유학생활할 때 저 별로 안 깔끔했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고 나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공간도 깔끔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집에 있을 때는 셋이 같이 놀아요?


새롬  넷플릭스 틀어놓고 같이 얘기해요.



너무 좋겠다. 전 남자 형제밖에 없어서 자매들이 참 부러워요.


보미  저도 언니들이 있어서 좋아요. 언니들이랑 항상 말하는 게 친구들이랑 싸워도, 친구 없어도 상관없을 것 같다고 그래요. 언니들이 있으니까.


새롬  맞아요. 친구들한테 말 못 할 얘기도 동생들한테는 속 터놓고 다 할 수 있으니까 좋아요.



셋은 어렸을 적부터 친했어요?


새롬  사춘기 때는 오히려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런데 성인 되고 자매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서로 의지하게 되면서 친해졌어요. 강아지들 같이 양육하면서 더 많이 친해졌고요.


보미  저희는 강아지에 대한 역할을 분담하고 있어요. 아침 산책, 저녁 산책, 양치 담당 등 서로 돌아가면서 하고 있거든요. 서로가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여행도 가고 할 수  있어요.



셋이 심하게 다툰 적도 있어요?


보미  둘째 언니 사춘기 때 잘못 건드려서 머리끄덩이 잡힌 적 있어요 그때 말고는 심하게 다툰 기억은 없어요.



맏언니의 삶은 어때요? 첫째의 책임감을 느끼나요?


새롬  음, 맏언니의 삶에 대해서도, 첫째의 책임감 같은 것도 별로 느끼지 않아요. 물론 집 안에서 엄마가 '첫째는~ 네가 장녀니까~' 이런 말씀 자주 하시긴 해요. 근데 전 장녀가 아니라 신새롬이니까! 가족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이 곧 내 모습은 아니잖아요. 다양한 내 모습이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첫째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보미 씨는 이 집에 살면서 처음 개인 방을 가져봤잖아요. 본인만의 방이 생기니까 어때요?


보미  저는 친구들이나 남자친구랑 전화 통화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언니들이랑 방을 같이 쓸 때는 전화 안 하고 주로 문자로 대화했는데 아무래도 언니들이 듣지 않았으면 하는 얘기들도 있잖아요. 이제는 언니들 눈치 안 보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드디어 존중받게 된 막내의 사생활이네요. 근데 여기 고층이라 전망이 참 좋아요. 앞에 하나도 막힌 게 없고.


새롬  처음 이사 왔을 때 보고 ‘와, 높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뒤로는 창밖을 잘 보지 않아요.



정말요? 저라면 매일 쳐다봤을 것 같은데요. 보미 씨는요?


보미  여기 앞 길이 봄이 되면 벚꽃길이 되거든요. 저는 그거 보면서 ‘예쁘다. 저기로 강아지 산책 가야지’라고 생각했어요.



다 강아지와 연관이 되네요.


보미  맞아요.



집에 있는 귀여운 요 강아지들 소개 부탁드려요.


새롬  저희 집  아이들은 율이, 꼬물이, 코코 이렇게 세 마리이고요. 율이는 꼬물이의 엄마예요. 코코는 사실 저희 집 강아지가 아니고 사촌 언니네 강아지인데 저희 집에 자주 놀러 와요.



강아지들과 한 공간에서 잘 지내기 위해서 특별히 노력하는 게 있어요?


새롬  꼬물이가 율이 보다 젊고 힘이 더 세서 사실은 아들이 엄마보다 서열이 더 높아요. 하지만 한 공간에서 잘 지내기 위해 저희가 인위적으로 서열을 만들었어요. 율이부터 밥 주고, 간식 주고, 꼬물이가 율이 한 테 대들 때 혼내는 등등 엄마가 서열이 위라는 것을 알려줬어요. 그 결과로 저희 강아지들은 한 번도 서로 이를 드러내면서 싸우거나 그러지 않고 그 둘만의 규칙을 만들었어요. 저희는 그 규칙을 눈치채고 존중해 주면서 그렇게 평화롭게 잘 살고 있어요.



두 분은 어떤 일을 하고 있어요?


보미  저 백수 된 지 며칠 차지. 하하. 백수예요. 행복한 백수.


새롬  부럽다…(웃음) 저는 상담사예요. 다문화 청소년들 상담하고 있어요.



상담하면 안타까운 학생들도 많이 만날 것 같아요. 학생들한테 심리적으로 어느 정도 개입해요? 아끼는 마음이 들지는 않아요?


새롬  저는 중립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요.



마음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새롬  연습하는 거죠. 그래서 상담사들도 상담을 받아요.


보미  언니는 T라 잘할 거예요.



상담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나아지는 과정이 보이나요?


새롬  네, 제가 상담 진행하는 동안에는 그 아이의 가정이나 학교로 전화해서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거든요. 그때 학교에서 모습이 나아졌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애가 달라졌어요.” 하시기도 해요. 청소년들은 저 혼자 힘으로 못 해요. 학교에서 도와주고 부모님들이 도와줘야 해요. “어때요?” 물어보면 “아직 비슷해요” 그럼 이제 조금 더 개입해서 바뀔 수 있도록 하죠.



관심과 대화만으로 마음이 치유되고 행동이 개선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하고 신기한 것 같아요. 혹시 최근 들어 갖게 된 생각이나 깨달음이 있는지 궁금해요.


새롬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은 절대로 같은 수 없다’를 알게 됐어요. 당연한 얘기고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실은 제 삶 안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인 상황들을 발견할 때 나도 모르게 '타인도 나와 같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겠지?' 기대하고 그 기대에 충족되지 못하면 실망감을 느끼곤 했거든요. 하지만 내 감정은 내 것일 뿐 절대 타인과 같을 수 없고 내가 느낀 이 감정을 누군가와 ‘공유’는 할 수 있지만 무작정 ‘공감’을 바랄 수는 없어요. 제가 '공감'이라는 단어를 무기로 내 감정을 강요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타인에게 실망을 덜 느끼게 되고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졌어요.



이 집에서 보미 씨의 방에만 침대가 있네요.


보미  저에게는 침대가 정말 중요해요. 저는 ‘가장 좋은 침대를 사겠다’는 꿈이 있어요. 푹신푹신하고 편한, 무조건 제일 비싸고 제일 좋은 걸로요. 소파 없어도 되고 티브이도 없어도 되는데요. 침대는 엄청 중요해요. 어렸을 때부터 생각한 거예요. 친구 침대가 되게 비싸고 좋은 거였거든요. 그 친구네 집에서 자면 너무 꿀잠을 자는 거예요. 저 원래 남의 집에서 잠을 못 자거든요. “야 너네 집은 침대가 왜 이렇게 편안하지?” 하고 물어봤더니 친구 엄마가 좋은 침대는 오래간다고 비싸고 좋은 걸로 샀대요. 그때부터 ‘아, 푹 자려면 좋은 침대를 사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새롬 씨가 그리는 이상적인 집은 어떤 모습이에요?


새롬  저는 제 집이 깔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식물도 배치해서 자연친화적인 느낌도 넣고요.



마지막으로 집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보미  잘 지내보자.


새롬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을 마련해 줘서 고마워! 평소 집한테 고마움 같은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 인터뷰를 통해서 집이라는 감사한 공간에 대해 인격을 부여해 보고 또 나의 마음을 되새겨보고 표현할 수 있어서 그것도 다행이고 감사해요.



룸메이트들에게도 한마디 부탁드려요.


보미  공주 용돈 많이 주세요❤️


새롬  언니 말 잘 들으면 떡 하나 더 나온다.


2023년 8월의 새롬과 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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