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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넝쿨 Sep 26. 2023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임시거주자의 공간

혜린은 자신을 현실적인 몽상가라고 소개했습니다. 현실적인데 몽상가라... 그가 걷는 길이 얼마나 어려운 길일지 잠시 생각했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현실의 기준과 이상의 기준이 충돌하고 있을 것 같아서요. 세상이 아름답게도, 어렵게도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헤쳐나가야겠지만, 그 과정 속에서 얻는 성장을 통해 균형을 찾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혜린의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우아한 모습으로 물속에서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백조가 떠올랐습니다.


언젠가 그녀가 발을 조금 덜 움직이면서도 균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때가 오길 소망하며, 일과 삶 그리고 공간에 대한 생각을 나눈 대화를 공유합니다.




✢ Chapter1. 일 : 현실적인 몽상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이혜린입니다. 마케터였지만 현재는 꽃과 식물로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인 프리랜서예요.



꽃과 식물로 작업을 한다니, 재밌을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히 알려주세요.


브랜드의 소비자 접점 공간이나 콘텐츠 촬영장을 꾸미기도 하고, 상품도 만들고, 종종 수업도 해요.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궁금해요.


저는 예술 학과에서 영상 연출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현장에서 일하기 보다 안정적인 회사에 취직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적당히 창의적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광고/마케팅 분야로 뛰어들었어요. 그런데 막상 PM(Project Manager)이 되어서 기획, 소통, 관리 중심의 업무를 하다 보니 직접적인 창작 영역에 뛰어들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작년에 서른 살을 맞아 20대 때 하고 싶었던 영상, 화보 등의 촬영 분야로 다시 진입했어요. 근데 꽃과 식물로 무대를 세팅하는 조경 파트로 우회해서 접근했죠.

사실 마케팅에 대한 애정이 아직 남아있는데요. 팝업스토어 공간을 꽃과 식물로 조성해서 브랜드 마케팅에 참여하거나 브랜드 영상 촬영 같은 마케팅 콘텐츠 제작도 하면서 마케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작업들이 제게 의미가 깊어요.



지금 소속된 곳이 있어요?


네. 소속된 곳도 있고 개인 프로젝트도 병행해서 일하고 있어요. 이쪽에는 경력이 없었는데 원하던 작업을 메인으로 하는 곳에서 일하게 되어서 정말 기뻐요.



직장을 다니다 조경 분야로 뛰어들기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어떻게 기회를 잡았어요?


원래 상하이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그때 꽃으로 각종 브랜드들과 협업해서 촬영장이나 팝업 스토어 작업하시는 분들의 작업물들을 우연히 접하게 됐어요. 너무 멋진 거예요. 저도 그런 작업이 너무 하고 싶어서 가슴이 다 두근거리더라고요. 근데 중국에서는 도저히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가 힘들었어요. 찾아보니 한국에서는 그런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현업에 계신 분들 밑에 들어가서 현장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결심으로 한국에 들어왔어요. 근데 채용 공고 글이 잘 안 올라오더라고요. 여러 루트로 채용 기회를 마냥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꽃 커뮤니티에 촬영장 꽃 작업 스텝을 구한다는 글이 올라온 거예요. 근데 그 당시 제가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하느라 갈 수가 없었어요. 저는 그 순간만을 기다려 왔는데... 그래서 메일로 저의 지원 스토리와 이력서, 포트폴리오를 첨부해서 마음을 전달했어요. 혹시 나중에 사람이 필요하면 연락 달라는 말과 함께요. 그랬더니 후에 진짜 연락을 주셨어요.



직접 문을 두드렸군요. 해보니 어땠어요?


네, 초반에는 회사 다닐 때와 비교해서 수입 격차가 너무 크더라고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 되니 좀 놀라긴 했어요. 그래도 지금은 초반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수익적인 부분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 중이에요. 지금까진 ‘나중에 내 작업실을 차릴 것이고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와 협업을 할 거야’ 하고 고집스럽게 달려왔다면, 요즘엔 좀 더 현실을 보게 되면서 초반의 패기를 조금 잃었어요. 그래서 요즘, ’ 난 도저히 잘 모르겠으니 그냥 하나님이 나를 잘 쓸 수 있는 곳에 배치해달라’는 기도를 많이 해요.

음... 왜 이런 기도가 나왔냐면요, 저 일하는 곳 뒤편에 보면 식물 창고가 있어요. 작업하고 나서 남은 식물을 거기 넣어놓거든요. 고사리 두 개를 같이 들여왔는데 창고가 꽉 차서 하나는 음지에다 두고 하나는 완전 뙤약볕 양지에 뒀어요. 근데 고사리는 원래 음지 식물이거든요. 두 개가 형태적으로는 비슷하게 잘 자라고 있더라고요. 근데 양지에 있는 애는 아무래도 자기 환경이 아니다 보니 색이 연해지고 본연의 모습을 뽐내고 있지는 못한 거죠. 군데군데 잎도 타 들어가고. 근데 음지에 있는 애, 제 환경에 있는 애는 훨씬 푸릇푸릇하고 건강하고 빛나게 잘 자라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역시 제 자리에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그냥 하나님께서 나를 내게 맞는 곳에 인도해 달라고 기도를 많이 하고 있어요.



꽃 작업은 어때요?


꽃 작업이 결과물만 보면 정말 아름답지만, 사실은 먼지가 정말 많은 인테리어 시공현장에서 일할 때도 많고요, 무거운 거 옮기고 치우는 게 정말 일이거든요. 작업 환경이 마냥 쾌적하지는 않은 육체노동이에요. 그리고 야간작업도 많아요. 저희 작업은 매장이 문을 닫으면 그제야 시작되거든요. 밤 10시에 출근해서 다음 날 새벽 6시, 7시에 퇴근하는 경우도 있어요. 에어컨이 꺼진 곳에서 땀 뻘뻘 흘리면서, 밤 꼴딱 새 가면서 작업하는 거죠.



힘들겠다...


저는 경제적 보상도 중요하지만, 워라밸도 중요하거든요. 어느 정도 시간이 정해져 있는 삶을 사는 게 좋아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로 욕심 있게 잘 성장하고 싶다면 일단 워라밸은 포기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 좋아하는 일로 욕심 있게 성장하기 위해선 규칙적 생활도, 주말도 저녁도 다 반납하며 일해야 하는 걸까? 아, 도무지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속으로 약간은 착잡해졌습니다. 최근들어 패기가 사라졌다는 혜린의 말에 무척 공감이 갔습니다.



꽃에 관심 갖게 된 계기가 뭐예요?


원래 아름다운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첫 회사 근처에 꽃집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서 파는 꽃이 진짜 예뻤어요. 예전에는 흔한 종류의 꽃만 봐와서 꽃의 아름다움을 몰랐거든요. 처음으로 그 꽃집을 통해 다양한 꽃을 접하면서 꽃의 다채로운 매력을 알게 됐어요.



꽃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절로 느껴지죠. 저희 집에도 화분이 몇 개 있는데 의사소통이 안 되니까 가끔 어렵기도 해요. 왜 풀 잎 끝이 말라 들어가는지 인터넷 찾아봐도 이유가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관리해 줘야 해요?


적당한 관심이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너무 과한 관심 말고. 적당히 반응을 보면서 ‘얘가 좀 처졌네, 흙이 말랐네’ 싶으면 그때 물 좀 주고. 근데 이건 언제까지나 초보 식집사인 저의 뇌피셜입니다. 절화*와 식물의 세계는 또 굉장히 다른 영역이죠. 하하하.


*절화: 뿌리가 없이 잘려 있는 상태의 식물로 주 관상 부위가 꽃인 것.



절화와 식물의 세계는 또 다르구나. 안 그래도 꽃과 식물을 다루는 사람이면 키우는 것도 잘할까 궁금했어요. 베란다에 화분이 몇 개 있네요.


아, 저 중에 난 있잖아요. 저 깜짝 놀랐던 게요, 저 난을 작년에 데려온 건데 꽃이 폈다가 지고 밑에 초록색 잎만 남았었거든요. 근데 사람들이 난은 다시 꽃 피우기 어렵다고 해서 제가 버리려고 그랬어요. 집이 좁아서 이것저것 두는 걸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근데 엄마가 “저걸 왜 버려. 살아있는 건데. 그냥 내버려 둬 봐." 그러셔서 내버려 뒀어요. 그랬더니 진짜 꽃이 피었어요. 1년이 지나고. 자기의 템포로 굳건하게 꽃을 피워내더라고요. 이때 처음으로 절화가 아닌 식물의 매력에 빠졌어요.



멋지다… 그때 갖다 버렸으면 어쩔 뻔 했어요.


그러니까요. 하하하.



앞으로 정말 만들고 싶은 작품이 있어요?


아니요. 저는 그때그때 달라요. 워낙 취향의 범주도 넓고, 관심 분야도 다양해서 계속해서 변해요.




✢ Chapter2. 집 : 어쩌다 보니 미니멀리스트


이 동네에 정착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살기에 어떤가요?


1년 반 정도 됐어요. 한강도 가깝고 주거 중심의 동네라 조용하고 좋아요.



집이 따뜻한 분위기를 내뿜는 것 같아요.


적당한 고층의 남향이라 햇빛이 잘 들어서 그런 것 같아요. 예전에 북향 3층에 잠깐 살아본 적이 있는데 정말 춥고 냉기가 많이 돌았어요.



이 집에 살아서 시작하게 된 행위가 있어요?


본래 산책하는 습관이 없었거든요. 감사하게도 지금 집에서 15분 거리에 한강이 있어요. 그래서 종종 해 질 녘에 산책을 나가요. 원래 뛰는 걸 그 무엇보다 싫어했었는데. (웃음) 요즘에 한강변 따라서 가벼운 러닝도 시작했어요.



집에선 뭐 하는 걸 가장 좋아해요?


누워있는 거요. 그리고 흐린 날 따뜻하게 우려낸 차를 마시며 이불 속에서 넷플릭스 보는 것도 좋아해요.



보통 어디 누워있어요?


이 소파에 누워있어요. 여기 누워 있다 허리 아프면 안락의자에 앉아요.(웃음)



집에 가구가 많이 없어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이사를 거의 2년마다 다녔어요. 한국이랑 중국을 왔다갔다 하기도 했고요. 해외에 나가서는 언제 다시 한국에 돌아올지 모르니까 정말 필요한 물건 아니면 안사고, 가구는 거의 안 샀어요.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가볍게 살게 된 것 같아요. 항상 임시 거주하는 느낌으로 살았어요.



그건 그거대로 좋을 것 같아요. 항상 어디든 가벼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집이나 가구에 정이 없는 게 아쉽다가도 한편으로는 딱 필수적인 것만 있으니까 가볍고 좋아요.



지금 이 집은 어떤 점이 좋아요?


해외 생활할 때 살던 집과 비교하면 지금 이 집은 상대적으로 넓고 쾌적하고, 또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참 좋아요. 남향이라 빛도 잘 들고요. 아쉬운 부분은 여기 역시 상황 상 잠시 머무는 거처라 집 꾸미기가 어렵다는 것.



이 집이 혜린 씨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럭저럭..? 은근히…?



어떤 부분에서요?


제가 여태껏 계속 이주해야 되는 환경에 처해져 있다 보니 가장 필요한 것만 사놨다고 했잖아요. 이 집도 마찬가지로 딱 필요한 것만 구비되어 있어요. 제 생활환경과 배경으로 인해 얻게 된 결과물이죠. 그렇다고 저의 취향이 묻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온전히 저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고, ‘은근히’나 ‘일부분’ 정도가 맞는 것 같아요.



✸ 또래들을 만나고 인터뷰하며 느낀 것은 많은 이들이 자신의 현재 거처를 임시 거주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거예요. 전세나 월세집이기 때문이겠죠. 잠시 쓰고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집. 임시 거주지도 돈과 에너지를 들여 나의 집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약간의 거리를 두고 후에 생길 본인의 진짜 집을 위해 에너지를 아껴두는 이가 있지요. 혜린은 후자입니다. 그래서 혜린의 집에서는 그의 말마따나 은은하게 취향이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이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 한 곡을 선곡해 주세요.


Men I Trust – Oncle Jazz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 애착이 강한 게 있나요?


야마하 키보드요. 네 살 때부터 피아노를 쳐왔어요.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피아노 치는 것도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치던 피아노는 현재 부모님 댁에 있거든요. 자취방에 피아노가 없으면 왜인지 정말 저를 나타내는 요소가 없다고 느껴져서 대학 졸업하고 한국 들어왔을 때 피아노도 더 배울 겸 아쉬운 대로 가벼운 키보드를 샀어요. 이후에 또 해외로 나가게 됐을 때 들고 가지는 못하고 한국에 두고 갔지만 매번 한국에 들어올 때면 반가운 마음에 하루에 막 세 시간도 치고 했어요.



재즈 잡지도 있네요. 재즈 피아노도 치나요?


네, 재즈 좋아해서 재즈 피아노도 배웠었어요. 그 잡지는 저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내신 책이에요.



정말요! 그분께 얼마나 배웠어요?


반년 정도 배웠나. 중국 가야 돼서 그만뒀어요.



다시 배울 생각은 없어요?


재즈 피아노는 못할 것 같아요. 나는 머리가 터져서 못 할 것 같아요. (웃음)



가구에 대한 취향이 뚜렷이 있는 편이에요?


아니요. 취향이 너무 넓다 보니까 이런 것도 좋고 저런 것도 좋고... 그래서 어려워요. 대체적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근데 이 집에 제가 산 건 이케아 암체어랑 전등밖에 없어요.



물건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 편이에요?


많아요. 많은데 항상 절제해요. 사실 러그도 사고 싶고, 이불도 새로 사고 싶고, 레어로우 렉도 사고 싶어요. 하지만 계속 이동해야 하는 상태이다 보니 못 사고 있어요.



지금 집은 독립한 후에 몇 번째 집이에요?


대학교 기숙사부터 따지면 여섯 번째 집이에요. 와! 짧은 사이에 정말 많기도 하네요!



중국에서 살던 집들은 어땠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집 있어요?


아버지 직장 때문에 10대 때 처음 중국 베이징으로 이사했는데, 한국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차가운 흰색대리석 타일 바닥은 아직도 인상 깊게 남아있어요. 그때는 한국처럼 온돌 시스템이 없었어서 겨울이 되면 대리석 바닥이 너무 차가워졌어요. 그래서 꼭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했어요. 그리고 라디에이터를 사용했는데 너무 건조했죠.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은 온전히 독립 후 상하이에서 살던 자취방들인데요. 임시로 1년간 살았던 갈색 소용돌이무늬 카펫이 깔린 작은 호텔방은 색달라서 재미있었고, 그 뒤로 이사 간 정말 낡은 아파트 단지의 집에서는 쥐가 나왔기 때문에 충격이었고, 그 이후 짧게 시내 쪽에 모르는 중국 혼성 룸메이트들과 산 집도 여러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기억에 남아요.



중국에서 사는 건 어땠나요?


집과 관련된 에피소드만 떠올려봐도 너무 재밌던 거 같아요. 중국에서 사는 건 정말 불편한 것도 많고 힘들지만, 재미있고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너무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그동안 사는 장소가 많이 바뀌었는데, 사는 장소가 바뀔 때마다 혜린 씨의 생활 방식도 변했어요?


돌이켜 보면 최근 1~3년 주기로 거주 국가가 바뀌거나, 이사를 하거나, 이직을 하거나, 일하는 분야가 달라졌어요. 반려동물을 데려오기도 했고요. 단순히 사는 곳으로 인해 생활방식이 바뀌었다기보다는 더 복잡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서 생활 방식이 바뀌어 왔어요.




✢ Chapter3. 생각 :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평상시에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뭐예요?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가’. 이게 최근 가장 큰 고민이에요. 조경이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면서 창업이라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근데 지금의 저에게는 이 목표와 도전이 거대한 골리앗 같이 넘기 힘든 산처럼 느껴져요. 바쁠 때는 미련 갖고 뒤를 돌아보거나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일 틈이 없거든요. 확실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면 생각도 많아지고, 특히 부정적인 생각이 틈을 타고 들어오는 것 같아요. 그럴 때면 회사로 돌아가야 하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해요. 이렇게 다시 회사로 돌아갈 여지를 계속 열어두다 보니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시선을 두기보다 자꾸 뒤를 돌아보게 돼서 오히려 갈팡질팡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다시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나름대로 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지금 이 분야를 지속한다면 앞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해요. 또 가장 짙은 나의 고유의 색이 궁금하기도 하고요. 사실 지금 하는 일은 시작 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거든요. 아까 말했던 고사리 이야기와 같이, 나에게 맞는 Right Place에 대해 계속 고민하게 되네요. 하지만 고민만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생각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샌가 제게 가장 맞는 환경에 닿아 있을 거라 믿어요.



어떻게 살고 싶어요?


건강하게. 우상향의 성장 그래프를 그리며.


2023년 9월의 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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