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의 프로덕트 뜯어보기
TL:DR;
-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달의민족)은 전략적으로 커머스 부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전략적 방향과 얼라인 시켜서, B마트 프로덕트를 개선시켜 왔습니다.
- 퀵커머스라는 비즈니스 특징 때문에, 이들의 프로덕트는 다른 어떤 커머스보다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흔적이 많이 녹아있습니다. 같은 상품을 조금 하나 더 담게 만들거나,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함께 가져가도록 권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 주문완료 페이지를 CRM/광고상품에 활용하거나, 주문조회 페이지에서 주문한 상품 그대로 담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에서 퀵커머스에서 재구매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집에 손님을 초대할 일이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로켓프레쉬로 식자재를 미리 주문하거나, 혹은 퇴근길에 집에서 15분 떨어진 홈플러스에서 장을 보고 돌아오는 형태로 식재료를 준비합니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손님이 집으로 방문하면서, 근무가 끝나고 조리를 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B마트였습니다. 처음 B마트가 등장했을 때, 이걸 사용할 일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장보기에서 상품 금액도 중요한데, B마트가 쿠팡 같은 대형 이커머스나 오프라인 마트의 마감세일 등 가격만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폭풍성장!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은 29일 연결감사보고서를 통해 2023년 매출 3조 415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2022년보다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65.0% 늘었다. 순이익은 5062억 원이다. 2022년보다 83.5% 증가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지난해 사업별 매출을 보면 배민 B마트 등 퀵커머스 사업이 포함된 상품매출은 6880억 원이다. 2022년보다 34.0% 늘었다.
- 배달의민족 지난해 영업이익 7천억 육박, 쿠팡조차 따돌린 '깜짝 실적' (비즈니스포스트, 2024.03.29)
오늘은 주문 프로덕트 매니저의 관점에서 느낀 B마트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해 봤습니다.
많은 경영학과 수강과목의 시험에서, 자주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얼라인(align)입니다. '맞추다'는 개념인데, 이게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조직의 여러 세분화된 영역이 회사의 비전/전략과 방향을 맞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업뿐만 아니라 프로덕트 역시, 비전/전략과 방향을 맞춰서 모든 역량이 집중되어야 효과적인 결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배달의민족은 프로덕트에서 이런 부분이 잘 드러납니다. 과거 쿠팡이츠의 등장으로 단건 배달을 놓고 경쟁하는 시기에는 일반 배달과 함께 단건 배달인 배민1을 홈에서 강조해서 제공했습니다. 이후 배민이 커머스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때, 프로덕트 홈 화면에서는 B마트(1PL)와 배민스토어(3PL)를 동일한 수준으로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배달의민족을 이용하는 사람들 중 B마트나 배민스토어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또는 메인에 있어도, 습관적으로 가게배달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배민스토어에서 제공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단에 '배민배달'이라는 이름으로 일종의 인기 차트를 제공합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배달음식군 7개, 이용자가 많은 식음료 브랜드인 '스타벅스', 그리고 장보기 등이 가능한 '홈플러스', 'CU'를 메인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배달의민족 앱으로 장보기도 할 수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인지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B마트로 유입되는 경로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보이는 것처럼 최상단에서 B마트를 소개합니다. 상단의 B마트 버튼을 누르면, 바로 B마트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1번 경로)
그래서 바로 하단의 '배민배달' 영역은 직접적으로 B마트를 강조하지 않고,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클릭할 것 같은 메뉴/브랜드를 소개합니다. 대신 배민배달 영역을 클릭하면 배민배달 페이지로 이동하는데, 여기서는 B마트를 가장 앞에서 강조하고 있습니다.(2번 경로)
B마트 안의 영역 중 '신선관'은 홈화면에 따로 빼놓았습니다.(3번 경로) 단순히 영업이익만 생각한다면, 초콜릿/과자, 휴지, 생수와 같은 공산품만 판매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의 시작에 '음식'이 있었다는 점과 모든 식생활에서 배달의민족을 떠오르게 하는 게 목표라고 할 때, 신선식품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B마트의 브랜딩, 그리고 신선식품 재고소진을 높이기 위해 신선관을 따로 빼놓은 것 같습니다.
하단에 스크롤을 더 내리면 'B마트 장보기 특가'도 존재합니다. 배달의민족은 이처럼 서비스 내에서 B마트로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다양한 영역을 설계하고, B마트 페이지로 고객을 유입시키고 있습니다.
상품의 구성이나 제공하는 방식은 '배민스럽게' 잘 담아낸 것 같습니다. 할인, 랭킹, 신상품, 마감세일, 오리지널, 추천(재구매 높은 상품 등)과 신선식품, 뷰티를 강조하는 것은 쿠팡, 컬리의 UX/UI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제 눈을 사로잡은 것은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집착이었습니다.
이커머스에서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AOV입니다. 평균 주문 가치(Average Order Value)를 뜻하는 것으로, 고객이 한 번 주문할 때 얼마나 지출하는가를 의미합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상품을 잘 제공하고 있는가, 혹은 고객이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을 잘 찾았는가를 판단하기에 꽤나 유용한 지표입니다.
특히 이커머스에서는 주문을 하면 배송도 따라오기 때문에, 배송비와 비교해서 수익성을 관리할 때 유용하게 활용됩니다. 그래서 보통 '최소주문금액'이라는 것을 두고, 일정 수준이상 주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 B마트는 최소주문금액이 15,000원입니다.)
첫째로 눈에 띄는 것은 장바구니에 담은 상품과 동일한 상품과 관련한 추천입니다. 예를 들어, 깐 감자 220g 이상 1팩을 살 때는 3,590원이고 2개 묶음을 사는 경우에는 약간 할인이 들어간 6,980원에 판매합니다. 이때 브랜드가 동일한 제품이 아니더라도, 같은 상품군이라면 함께 추천해 주는 것 같습니다.
'더 담으면 할인돼요'라는 영역의 상품 제공에 대한 정확한 로직은 알 수 없습니다. B마트는 직매입 상품이니 n개가 포함된 상품은 n% 할인한다 등 수량과 할인율이 일정 수준 비례하게 만들어서, 수량이 많은 상품을 무조건 추천하도록 로직을 설계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추정해 보자면 g당 단가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과거 물류기획으로 일할 때, 밀키트 출시와 함께 주문한 상품들의 용량에 따라서 송장을 나눠서 포장, 송장처리, 배송이 나가는 것을 다룬 적이 있습니다. 물류를 직접 할 경우에는 이런 상품 용량과 관련된 데이터를 꼼꼼하게 관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획에 데이터를 활용할 때는, 가장 신뢰 가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런 로직을 짜기 때문에, 아마 g당 단가가 더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담은 상품뿐만 아니라,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이나 주문자가 만들고자 하는 요리에 함께 구매하면 좋은 상품을 추천합니다. 여담이지만 양파랑 감자만 보면, '카레'먹나 생각하고 돼지 앞다리나 당근을 추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닭볶음탕 재료를 추천해 주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주문서 생성 전 단계에서도 함께 담으면 상품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함께 산 상품, 재주문 많은 상품, 맞춤 할인 상품은 쿠팡 또한 제공하던 영역이라 익숙했습니다.
흥미로웠던 영역은 천원샵 상품으로, 정말 장바구니에 조금이라도 더 담아서 보내기 위한 배달의민족의 절실함이 느껴지는 대목이었습니다.
특히, 통크나 빵류 등 주전부리 상품이나 어느 요리에 넣어도 그럭저럭 활용할 수 있는 버섯, 콩나물 등을 추천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서 계산대 앞에 있는 껌과 젤리 같았습니다. 결제 직전 저렴하지만, 부담 없는 상품을 노출시켜 소비를 자극한 것이 유사한 느낌입니다.
B마트가 다른 커머스와 다른 점은 주문완료 페이지에 오래 눈이 간다는 점입니다. 쿠팡을 오래 이용했지만, 주문완료 페이지를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필요한 정보는 이미 주문하면서 다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B마트는 주문완료 후, 1-2시간 이내의 멀지 않은 미래에 배달이 시작됩니다. 상품 준비 중부터 배달 현황이 실시간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재료를 빨리 받아야 하는 고객들은 이 페이지에 오래 체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배달의민족은 이런 특징을 살려서, 해당 영역에서 광고 상품을 제공하거나 혹은 포인트를 주는 방식 등으로 이미 구매한 유저들을 대상으로 CRM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 인상적인 점은 상품을 구매한 이후에 주문내역을 보면 '같은 상품 모두 담기'라는 영역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게 굉장히 인상 깊고 편했는데, 그 이유는 보통 음식을 만들 때는 샀던 재료를 반복해서 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된장찌개를 한다면 똑같이 애호박, 두부, 팽이버섯 등이 들어갈 것입니다. 다만 닭볶음탕은 그렇게까지 자주 해 먹는 음식은 아니다 보니, 나중에는 이런 형태로 사용자마다 레시피나 필요한 상품을 저장해 두고 바로 구매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B마트가 상품을 소분해서 팔고 있다는 점도 이런 시나리오를 가능하게 해 줄 것으로 보입니다.
배달의민족은 본인들이 가진 물류 역량과 비즈니스 목표에 맞춰 B마트의 프로덕트를 최적화시킨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를 볼 때마다, 기능을 안정적으로 구현해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릴 수 있는 디테일은 아직도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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