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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서비스에 우리 프로덕트를 연결할 때 고려할 것

Perplexity vs Amazon를 통해 얻은 PM 인사이트

by 경민

Perplexity와 Amazon의 대립


이번주에 있었던 퍼플렉시티(Perplexity)와 아마존(Amazon)의 갈등이 흥미로웠습니다. 퍼플렉시티는 AI 에이전트 및 검색엔진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며, 아마존은 우리가 잘 아는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이자 클라우드 기업입니다. 최근 이 두 회사가 웹사이트에 공식 입장을 공개하면서 대립 구도가 형성되었는데, 그 전개가 꽤 흥미롭습니다. (참고로, 상황의 세부 내용은 아마존의 공식 입장문을 중심으로 정리했습니다.)


갈등의 시작은 2024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퍼플렉시티는 자사의 AI 브라우저 ‘Comet’을 통해 아마존 스토어에서 사용자를 대신해 상품을 탐색하고 주문하는 기능(Buy with Pro)을 실험했습니다. 이를 위해 퍼플렉시티는 자사가 관리하는 아마존 계정(일부 프라임 계정 포함)을 사용했으며, 이 행위는 아마존의 이용 약관과 프라임 서비스 조건을 위반한 행위로 간주되었습니다. 아마존은 이를 문제 삼았고, 퍼플렉시티는 “AI 에이전트를 아마존 스토어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합의하며 사태는 일단락되었습니다.


그러나 2025년 8월, 아마존은 다시 퍼플렉시티의 Comet AI가 자사 스토어에 무단으로 접근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특히 Comet은 접근 시 Google Chrome으로 위장(User-Agent Spoofing) 하여 보안 탐지를 회피했으며, 아마존이 차단 조치를 시행하자 불과 24시간 만에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버전의 Comet을 배포했습니다.


이후 아마존은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접속 중단을 요구했지만, 퍼플렉시티는 투명한 식별 절차를 거부한 채 접근을 지속했습니다. 결국 2025년 11월,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행위를 컴퓨터 사기 및 남용 방지법(CFAA) 위반으로 판단하고, 공식적인 법적 경고장(Cease and Desist Letter) 을 발송했습니다. 이로써 두 회사 간 갈등은 공개적인 법적 분쟁 단계로 확산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퍼플렉시티와 아마존이 한때 상당히 긴밀한 관계였다는 점입니다.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에 투자한 이력이 있으며, 퍼플렉시티는 AWS를 주요 인프라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처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던 두 회사가 원활한 조율 없이 기술적 공방을 거쳐 법적 갈등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연결보다 중요한 것, 신뢰의 설계

juliensimon-personalize-reco.png Amazon Personalize (source : AWS)


최근의 이 사건은 AI 서비스를 설계하는 프로덕트 매니저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라는 무형의 자산을, AI 연결을 통해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아마존은 수년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고객이 자신의 니즈에 맞는 상품을 쉽고 신뢰성 있게 찾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설계된 쇼핑 경험을 구축해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리뷰, 가격, 재고 여부, 배송 속도, 반품률 등 구매 후 만족도 지표, 그리고 고객 개개인의 탐색·구매 이력과 같은 핵심 요소를 기반으로 맞춤화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정교한 설계를 통해 고객은 만족감을 얻고, 그 결과 아마존은 고객의 신뢰를 확보해왔습니다. 이 신뢰야말로 아마존 스토어의 성공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 Amazon Statment


AI 프로덕트를 외부 플랫폼에 Connector 형태로 연동하는 것은 기술적으로는 단순한 통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이 쌓아온 신뢰를 외부 시스템에 위임하는 행위입니다. 퍼플렉시티와 아마존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퍼플렉시티는 자사 AI 브라우저를 통해 아마존에서 상품 탐색과 결제를 자동화했지만,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무단 접근을 시도했고, 그 결과 아마존의 ‘고객 신뢰’라는 핵심 자산을 위협한 사례로 기록되었습니다.


PM이 AI 시대에 고려해야 할 것은 기술 구현 방식뿐만이 아닌, ‘신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입니다. 이커머스의 예를 들어보면, 단순히 상품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최대할인 적용가’, ‘배송 가능 여부’, ‘리뷰 품질’ 등 수많은 요소가 정교하게 결합되어 하나의 사용자 경험을 만듭니다. 이런 맥락이 무시된 채 AI Agent가 단순히 “가장 싼 상품”을 추천하거나 “바로 구매”를 실행한다면, 사용자는 즉시 플랫폼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결국, AI Agent의 행동은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의 연장선상에서 설계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PM이 자사 서비스를 ChatGPT, Gemini, Claude와 같은 AI 플랫폼에 연동하려 할 때는, 먼저 '이 연결이 법적·윤리적으로 안전한가?'에 대해 법무팀, 정보보안팀과 꼼꼼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AI가 플랫폼의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 투명하게 알 수 있을지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사용자 경험의 관점에서도 세심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사용자의 동의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는지, 그리고 이러한 연결이 우리의 신뢰 자산을 훼손하거나 다른 비즈니스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합니다.


특히 AI 플랫폼과의 연동 과정에서는 사용자가 어떤 맥락에서 제품을 탐색하거나 의사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핵심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AI 서비스를 통해 발생하는 트래픽과 거래가 점차 늘어날수록, 장기적으로는 추천 시스템의 성능 저하, 광고 효율 감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의 정확도 약화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 PM들의 수많은 피땀눈물을 통해 우리 프로덕트는 고객들과 조금씩 신뢰라는 자산을 쌓아왔습니다. AI 시대의 FOMO 또는 기술적 호기심으로 이런 시도들을 해보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Trade-off하게 되는 문제가 무엇일지 한번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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