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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서경 Mar 21. 2022

내가 그곳에서 가장 많이 한 일은 도둑잡기 였다.

미국 뷰티매장 인턴십 썰 #2




내가 그곳에서 일을 시작하고 처음 무력감을 느낀 순간은 점포에 도둑이 들었을 때였다. 유통업 경험이 전무했기에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려웠는데 특히나 영어를 썩 잘하지 못했기에 '가방 열어' 또는 '너 이거 훔쳤지?'라고 말하는 모든 과정이 어색했다. 그리고 이 변명은 정말 변명이지만 나는 여성이었고 체구가 작았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그저 작은 아시아인 중 한명이라는 것을 잘 알았기에 스스로가 작아졌었다. 


처음 도둑을 발견했을때 나는 넋이 나가서 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은 매니저님이 안계신 날이었고 나 이후에 들어온 또 다른 인턴과 함께 일하는 날이었다. 그 말은 그날 하루 동안 이 점포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나의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그날은 점포에 있는 전자기기를 도둑이 훔쳐갔고 실제로 센서 알람이 울리기도 했다. 당연히 뛰어나갔지만 그 도둑은 차를 몰고 달아났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무력감을 느꼈다. 내가 과연 어떻게 저 사람을 잡아야 하는거지. 


실제로 이 일에 대해서 추후에 매니저님께 피드백을 요청드렸는데. 그가 내게 했던 말은 '절대 따라나가지 마라.' 였다. 잘못 나갔다가 총이나 칼이 나오면 정말 큰 일이된다고 위험한 일이라며 그냥 잊고 매장에 있으라고 하시더라. 그러니까 나는 도둑이 물건을 훔쳐가는 것을 발각해도 이를 따라나가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이유는 나의 안전이었고.


실제로 메릴랜드로 지역을 옮겨 일할때도 이런 일은 많았는데. 그곳에서는 그 도둑을 잡기위해서 뛰어 나가기도 맞기도 경찰을 부르기도 했었다. 기억나는 도둑 중 한명은 물건을 훔쳐 달아나다가 문 앞에서 나와 몸싸움을 했던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의 발길질 한번에 나는 넘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얼마나 무력한지 표현할 수가 없다. 키나 체구가 나의 2배는 가까이 되는 사람에게 발길질을 당하고 그 도둑을 눈앞에서 놓치는게 참 익숙해지지 않았다. 


한국 점포에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이 이런 것들이었는데. 한국은 물건을 훔치다가 센서가 울리는 것이 무서워서 어떻게든 그 센서를 제거하고 훔치려고 하는 반면. 미국은 그냥 훔치더라. 센서가 울리는 것을 그리 무서워하지 않았었다. 센서가 울리던 말던 그냥 일단 차까지 뛰어가서 사라지는 형식인데. 그런 아이들을 잡겠다고 나서는 순간 내가 다치는 것이 정말 가능하다는 사실이. 매일매일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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