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내 가족이면 하지 않을, 20대의 선택제왕절개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이야기 20)
28세의 A가 외래에서 말했다. “선택제왕하고 싶어요.”
(나는 속으로) 헐
나는 일단 한숨을 쉬고, 왜 수술을 하고 싶은지 물어본다.
(A) “자연 분만이 자신이 없어요.”
(나는 속으로) 세상에 확실한 자신을 가지고 하는 일은 없어요. 그냥 하는 거예요.
(나) "일반적으로 수술은 질식분만에 비하여 출혈, 감염, 혈전 등의 위험도가 전체적으로 3배 증가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A) “자연 분만하면 너무 아플 것 같아요.”
(나는 속으로) 세상에 안 아픈 일은 없지요. 나는 지금 머리가 너무 아픈데… 어제 당직이었고, 외래 환자가 너무 많아…오전에 수술을 3개나 했지.
(나) "제왕절개수술은 개복하는 거예요. 배를 째는 것이 더 아파요. 회복도 느리고, 반면 질식분만은 회복이 빠른 것이 장점이지요. 그리고 제왕절개수술의 가장 큰 단점 중의 하나는 다음 임신에서 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점이예요. 다음 임신에 태반이 자궁 입구의 바로 위에 위치하는 전치태반의 위험도가 올라가는 것으로 되어 있어요. 전치태반으로 조산을 할 수도 있구요.
그리고, 질식분만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 기간 동안 모두 아픈 것은 아니고 요새는 무통 마취를 잘 해주니까 그렇게 많이 아프지는 않을 거예요."
(A) “저 둘째 안 가질 건데요.”
(나는 속으로) 아, 그건 지금 20대의 생각이지 앞으로 5년 후, 10년후에 어떻게 출산 계획이 바뀌게 될지 어떻게 알고.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니야.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뀌는 거지.
(나)"혼자면 외로울 텐데, 나는 내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일이 둘째를 낳은 일인데… "
(A) “하나도 키우기 힘들 것 같아요. 하나 만 낳아서 잘 키울래요.”
(나는 속으로) 자식은 잘 키우려고 낳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서 낳는 거라고 누군가 말했어요. 첫째에게 가장 큰 선물은 둘째인데…
(나) "앞으로 생각이 바뀔 수도 있어요."
(A) “그래도 수술하고 싶어요."
(나) "어쨌든 오늘은 이제 그만, 지금 28주 밖에 안 되었으니 앞으로 상황을 봅시다. 나중에 진찰해보고 골반이 어떤 상태인지 보고 다시 논의합시다."
(나는 속으로) 20대에 키가 167cm인데 골반이 나쁜 경우를 본적이 거의 없어요.
산모의 나이는 질식분만 성공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물론 나이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고 산모의 키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 모델 체형은 거의 순산이다.), 체질량 지수(비만도가 높을 수록, 수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아기의 크기, 분만주수, 진통이 걸린 후에 아기가 산도를 통해서 내려오는 각도 (간혹 골반이 좋아도 막판에 아기 머리가 내려오지 않아서 수술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등이 관여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40세 이상의 산모가 (요새는 이런 산모가 많다.) 선택제왕을 원한다고 하면 대부분 그냥 그러라고 한다. 30세에서 40세 산모가 선택제왕을 해달라고 하면 36-37주 사이에 진찰을 해보고 골반의 크기를 평가한 후에 상의해서 결정하자고 한다. 20대의 산모가 (요새는 20대의 산모가 드물기도 하지만) 선택제왕을 해달라고 하면 나는 앞으로 당신을 2-3번 설득할 것 같다고 말한다.
물론 20대라도 당뇨,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이 동반되어 있다면 수술을 해야 할 확률이 증가한다. 그러나 동반 질환이 없는 건강한 20대에게 선택제왕수술은 내 딸이라면 절대 안 할 수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