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직과 겹치다
3주전은 주말 당직이었고 어제는 센터 일직의 날이다.
그렇다면 난 언제까지 당직을 서야 하나? 당직 제외 요건은 2022년부터 만 50세에서 이제는 만 55세 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어 한동안 나도 규정을 지켜야 한다.
수요일. 매주 수요일은 정시 퇴근의 날이다.
이날만큼은 야근이 허용되지 않으며 남아서 일을 한다고 해도 야근 수당을 받을 수가 없다.
내가 맡은 업무는 야근이 거의 필요없는 파트라 아직까지 난 야근 결재를 올린 적은 없다.
(참고로 공무원의 급여가 적다고 하면 "너희는 필요 없는 야근 올려서 적은 봉급을 충분히 벌충하잖아"라고 힐난하기도 하지만 야근 신청하는 분들은 대부분 일이 밀려서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나같이 업무가 끝나면 매일 칼퇴(?)하는 부서 사람은 언감생심 야근 결재조차 올릴 형편이 안 된다.
그래서 이부분은 외부에 오해를 받는 것은 제법 억울한 면이 있기도 하다.)
7천원 특근비(참고로 지방직 공무원은 9천원)로 저녁을 대충 마무리하고 난 1층부터 3층까지 소등하고 전원 종료여부, 창문 잠금 여부 등을 확인하고 기타 사항을 당직근무일지에 적어 놓는다.
오늘은 정시 퇴근이라 센터에 나 혼자라 생각했는데, 2층 실업급여 및 부정수급 파트 담당자 몇 분은 일이
밀려 수당이 나오지 않는 수요일에도 울며 겨자먹기로 나와 얼굴이 벌개진 채로 일을 하고 있다.
작년 수요일 당직 때는 센터 전체에 아무도 없어서 너무나 적막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브로콜리 너마저 음악을 틀어 놓고 혼자서 춤추는 등 마치 옆에 누군가 있는 것처럼 뻘짓한 기억이 남아 있었는데, 올해는 2층에 켜진 환한 형광등이 내 무서움은 조금 가시게 해주었을는지 모르겠지만 업무 컴퓨터 불빛에 눈이 멀었는지 쌍커풀이 세 겹이 된 근무자를 보니 내 마음 한 켠이 덜컥거린다.
난 얼마나 당직을 해야 하나?
만 55세가 되려면 그리 먼 시간이 아닌데 그만큼 정년이 다가왔음을 알기에 기분이 순간 묘해졌다.
정년 연장은 국가 정책결정의 영역이라 내 고민할 사항은 아니고 그래서
가깝게는 특근비가 좀 올랐으면 하는 내 바람이고
멀게는 정년 후의 삶을 단단히 준비함이 또다른 내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