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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무늬영원 Jun 03. 2024

글씨가 예쁜 민원인

- 그 부끄러운 순간

월요일은 이래저래 피곤하다.

오늘은 파트원 분은 연차를 내서 체력 조절을 해야 할 판인에 피로가 급 몰려온다.


말쑥한 차림에 환한 얼굴로 민원인이 내 앞에 앉는다.


난 매뉴얼 대로 친절하면서도 본인에게 필요한 부분을 안내해준다.


1인 가구.

소득과 재산이 없다고 한다. (나도 그런데)


12장의 신청서를 작성법을 설명하고 천천히 하시라 말씀드린다.


그분 글씨가 참 예쁘시다.


또박또박 정성스레 신청서를 메우는 민원인.


보통 민원인이 작성한 신청서 글씨처럼 괴발개발 쓰거나 바람에 날리듯 암호해독이 필요할 것 같은

난감한 상황은 아니다. 천만다행이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좀 적막해서 난 평소 하지 않은 짓을 하고 말았다.


"선생님, 글씨를 참 쓰시네요."


그분이 나를 지긋이 그리고 빤히 바라보며 


"글씨 잘 써서 뭐해요...."


그분은 여러 사정으로 현재는 교회에서 숙식을 하며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다.


민망함과 부끄러움이 동시에 밀려온다.


"글씨 잘 써서 뭐해요."

주위에서 내 글씨를 보며 칭찬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나도 말버릇처럼 그렇게 말했었다.


오늘은 무척이나 죄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분에게나 나 스스로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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