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행복의 부적같은 친구가 있다. 그 애의 이름은 솜이다. 사실 솜은 실제 이름은 아니고 내가 붙여준 애칭같은 것인데 솜처럼 폭신폭신한 성격을 가졌으니 잘 지은 애칭이라고 생각한다.
솜이는 고등학생 때 친해졌는데, 내가 하기 싫은 일이 생기면 솜이를 집으로 불러서 앉혀놓고 공부를 했다. 같이 공부할 때도 있었으나, 솜이는 주로 놀기를 택했다. 솜이가 있으면 하기 싫은 일도 할만하게 느껴졌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종종 집에 와서 내가 공부를 하는 동안 솜이는 게임을 했다.
갑자기 불안감이 내 발을 땅끝까지 끌어내렸던 밤이 있었다. 명확한 이유를 댈 수는 없지만 모든 문제들이 너무 커보였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 두려웠다. 119를 부르듯이 솜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솜이는 능숙한 구조대원처럼 내가 가진 나에 대한 잘못된 생각들을 하나씩 처치해나갔다. 솜이와의 전화 덕분에 울음을 그치고 잠에 들 수 있었다. 그 이후로도 종종 나는 나를 하찮게 여겼는데, 솜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멋있다고 말해주었다. 몇 년 동안 멋있다는 소리를 들은 덕분인지 나는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를 멋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년 여름 즈음에 웃기고 좋기만 한 친구 사이에 대한 인스타툰을 보았다. 내용을 글로 옮기기에는 글쓰기 실력이 부족해서 다들 잠깐 만화를 보고 오셨으면 한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 https://www.instagram.com/p/ChXQ-9dvSkJ/)
...
(돌아오셨나요? 돌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을 보자마자 솜이가 생각나서 댓글로 태그했다. 솜이가 내 기분을 나쁘게 만든다는 건 상상조차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원래도 뜬금없이 사랑한다고 말하던 얘였는데 이 일 이후로 그 횟수가 늘었다. 무맥락의 사랑고백에 나는 무응답으로 대처하는데, 이마저도 솜이는 좋아하는 것 같다.
솜이가 1월생이라서 다행이다. 수많은 평행우주 중에서 솜이가 빠른년생으로 입학하지 않았을 세계의 내가 불쌍하다. 너는 외롭겠지... 어쩌겠어? 나는 솜이 있는데...ㅋ
솜아, 이건 생일선물 중 하나로 준비한 글이야. 선물 중에는 세잎클로버 키링도 있는데, 네잎클로버가 아니라 세잎클로버로 준비한 이유는 행운을 기다리기 보다는 매일의 행복을 쌓아가는 우리가 되자는 의미야. 그리고 아직 말 안한 선물도 하나 더 있는데, 이건 만나서 줄게. 그때까지 그게 뭘지 기대하며 행복해했으면 좋겠다. 일요일에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