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1년살기 탐험 일지 1탄
내가 얼마나 무지했었는지 고백하자면 얼마전까지도 영국, United Kingdom, 잉글랜드 이 모든게 동의어라고 생각했었다. 영국으로 연수지가 결정되고 비자 준비를 하면서 영국 역사와 관련된 영상 몇 개를 스윽 보고서야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웨일스, 잉글랜드 4국가가 합쳐진 연합 형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근데 지금 이시국에 왠 연합국가? 잉글랜드의 지배하에 문화가 다른 세 국가가 억지로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상황이라 반감이 엄청날 듯하고 언제 분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 그렇게 되면 유니온잭 모양도 아마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럼 호주와 뉴질랜드 속 남은 유니온잭은 어찌될까?
런던 여행 후 에딘버러를 이어서 방문하였는데 솔직히 잉글랜드 런던보다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 도착하니 그동안 영국스럽다 생각했던 그 모든 것들을 에딘버러에서 모두 볼 수 있었다.
에딘버러 여행 내내 영국 중세시대 속에서 걸어다니는 듯한 착각이 들었고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한참을 에딘버러 앓이에 빠져 지냈다.
에딘버러 숙소와 타투/투어 3가지만 미리 정해두었고 도착 후 즉흥적으로 3박 일정이 황급히 짜여졌다.
그마저도 몇군데 맛집과 핫플 검색해 둔 메모장은 홀라당 집에 두고 왔다.
8월 축제기간 에딘버러 방문 예정이라 숙소와 투어는 3달 전, 밀리터리 타투는 한 달전쯤 예약했다.
에딘버러에서 초등 4학년 11세 남자아이와 보낸 3박4일
D1 기차역 - 홀리루드 궁전 근처 은아네 민박 2호점 도착 - 오잉크 시식 – 해리포터 트레일 무료 투어 – 민박에서 저녁 (컵라면과 흰밥) - 칼튼힐에서 야경 감상 – 근처 가장 늦게까지 하는 바에서 피시앤칩스
D2 BKT 하이랜드 투어 데이 - 민박에서 저녁 (컵라면과 흰밥+사장님의 어머님표 고사리와 동그랑땡)
D3 빅토리아 스트릿 해리포터 상점 – 바로 옆 엘리펀트 하우스 – 에딘버러 캐슬 오디오 투어 - 캐슬 근처에서 1차 쇼핑 – 바로 옆 위스키박물관에서 투어(실버)- 민박집에 들러 쇼핑짐두고 Meadowbank에서 저녁 식사- 밀리터리 타투 공연 (21시)
D4 Clarinda’s tearoom에서 크림티와 아침 식사 – 아더시트 등산 - 홀리루드 궁전 근처에서 2차 쇼핑 – 민박집 - 기차역
*도보와 우버 택시 이용(택시비는 만원이내 수준)
*은아네 민박에서 영국식 조식 제공
*캐시미어 쇼핑 때에는 은아네 민박에서 보내주신 할인 쿠폰 활용
*여행기간은 8/2-5 이었고 우리 옷차림은 여름 옷 + 밤에는 바람막이 정도 (밀리터리 타투에는 쇼핑한 캐시미어 들고가면 베리베리굿)
먼저 우버택시를 타고 은아네 민박집 2호점에서 짐을 풀고 (민박집 규율들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남편이 힘들어했던 것은 규칙은 민박집 내 금주법. 그 덕분에 민박집 바로 앞 술집에 매일 출퇴근하느라 더 많이 마신 듯) 포터트레일 무료 투어를 신청한 터라 모임장소인 보비동상으로 가야했고 가는 길에 예전에 넷플릭스 여행채널에서 봐둔 OINK에 들렀다. 홀리루드 궁전 근처의 2호점로 오면 빅토리아 스트릿 지점보다 한가해 감히 줄도 서지 않고 먹을 수 있다. 스코틀랜드에 왔으니 하기스맛 궁금해 큰 걸로 세 개나 시켰다가 양이 너무 많아 다 먹느라 힘들었다. (하기스맛은 한 개정도만 나머진 무난한 포크맛을 먹자)
보비동상은 죽은 주인을 14년 기다리며 충성하던 개를 기리는 동상이다.
개를 너무나 사랑하는 이곳 사람들.
나중에 개로 태어난다면 영국에서 태어나리.
같이 기차도 타고 다니고 마트도 간다.
지금 내가 사는 옥스포드에선 심지어 노숙자들도 개를 데리고 다닌다.
길에는 킬트를 입은 분들이 백파이프로 스코틀랜드 민요를 연주하는데 귀가 녹아내린다. 그저 멈춰설수 밖에 없다. 그러다가 사진 찍느라 한눈 팔면 에딘 버러는 도보에 돌기둥이 박혀있으니 무릎에 피멍이 들게 된다.
에딘버러는 해리포터의 도시 JK 롤링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료로 신청한 포터트레일 투어는 이세상 해리포터 덕후들이 다 모여 서로 누가 덕후 진정한 덕후인지 네팀으로 나누어 대결까지 한다. 신호등을 건널때에도 잊지 않고 모든 길죽한 한 것을 집어들고 외쳐야 한다. 다같이 “루모스”
잘 알아듣진 못했지만 JK 롤링과 해리포터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시고 애정이 넘치신다. 해리포터 덕후 최강자 가이드님의 열정적인 투어는 다끝나고 죄송스럽지만 너무나 소소한 기부금을 드렸다.
https://www.pottertrail.com 에서 시간 예약가능하다. 영어를 잘 알아듣었다면 더 좋았으련만...
저녁을 먹으러 다시 돌아왔는데 한식메뉴가 컵라면과 김치, 흰밥이다. 사장님 최근 안타까운 일을 겪으신 후로 1호점과 달리 2호점은 컵라면으로 올해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아들은 너무 신났다. 컵라면은 제일 좋아하는 한식메뉴.
야경 뷰포인트라고 들았던 칼튼힐로 향했다. 이미 도착하자마자 어마어마한 감격을 다 느껴버린 탓일까? 언덕뷰는 그리 놀랍진 않았다.
둘째날은 은아네 민박 대장님과 함게 떠나는 하이랜다 투어날. 민박집에 묵는 vip로서 같이 출발하고 귀가도 함께 했다. 블랙워치 스코틀랜드 전통군인 복장으로 하얀 밴으로 험준한 하이랜드에서 운전하시면서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스코틀랜드 비하인드 스토리를 깨알같이 들려주신다. 반나절 사이 많이 똑똑해진 것만 같다. 이날 하이랜드 카우 매력에 빠져서 인형을 두개나 사왔다.
스코틀랜드 바람은 가만히 서있으면 연약한 우리 인간들 따위는 쉬이 날아갈 정도로 강하다. 커다란 고목들도 뽑힐 지경이다. 단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위협적인 이런 비바람에 넘어지고 진흙에 발이 빠져 아찔한 경험을 했다. 그와중에 중간에 들렀던 까페,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들이 어찌나 친절한지 다들 웃음이 넘치고 행복해보인다.
이런 대자연 속에서도 적응해 살아온 스코틀랜드인들의 강인함이 놀라울 따름이다.
Museum Context Retailer of Harry Potter Merchandise + 엘리펀트 하우스
인기 최강인 해리포터 샵의 오픈런을 위해 아침 10시 전부터 줄을 섰다.
데드이터 무려 50파운드짜리 지팡이와 주문 백과사전까지 사왔다.
한달 후쯤 똑같은 지팡이를 옥스퍼드기념샵에서 28파운드에 파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건 모르는 게 낫다.
바로 옆 엘리펀트 하우스에 들러 구토맛과 코딱지맛 젤리도 사서 눈감고 젤리맛 맞추기 놀이를 안주로 곁들이며 버터맥주를 마셨다.
다음 일정은 에딘버러 캐슬 오디오 투어
에딘버러 캐슬의 오디오 가이드 한국어 버전 출시된 기념으로 하나씩 구입하여 들고 다녔다.
핸드폰 이어폰 말고 그냥 이어폰 필수!!! 물론 우린 없어서 그냥 귀에 대고 듣다가 포기하고 눈으로만 감상.
1시 대포가 터지기 때문에 그 전에 입장해서 대기했다. 1800년대 선박들을 위해 시간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대포발사식이나 지금도 시행중이다. 대포하나를 쏴도 복장과 격식을 제대로 갖추는 이마저도 영국스럽다. Fight for the Castle 캐슬에서는 잉글랜드에게 빼앗겼던 에딘버러 캐슬의 역사를 애니메이션으로 볼 수 있다. 아기 삼사자 아일랜드가 대형사자 스코틀랜드를 빼앗고 되찾기를 수차례 반복하는 내용인데 누가 만들었는지 아주 기가 막히게 잘도 만들었다.
스코틀랜드 긴 역사와 함께한 이 캐슬은 한때 왕궁으로도 쓰였고 메리 여왕이 아들을 출산하기 위해 피신했기도 했고 전쟁 기간에는 포로 수용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놀라운 건 포로들에게도 저녁식사에는 맥주가 2파인트씩 제공되었다고 했다는 사실. 위스키의 이 나라 술에 정말 진심이다.
아빠를 위한 특별 스케줄인 위스키 박물관 투어는 가장 저렴한 투어인 실버로 신청해서 시식은 인당 한잔씩만 가능했고 각자 마신 위스키잔도 센스있게 선물로 주고 아이에게는 과일쥬스를 주신다. 위스키박물관투어까지 이어서 하느라 녹초가 되었는데 다음 일정인 밀리터리 타투 근처 식당에서는 예약없인 불가능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우버를 타고 숙소에 가서 1차 쇼핑짐을 두고 근처에서 간단하게 피자를 먹고 다시 우버를 타고 타투 공연으로 향했다.
75주년 밀리터리 타투는 자리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지만 언제 또 오겠나 싶어 과감하게 2번째로 비싼 자리로 질렀다. 인당 20만원대라 비싸 스위스 군대의 위트있는 무대, 미국 공군들의 절도있는 무대, 스코틀랜드 전통 군악대들의 고풍스런 의상과 연주는 혼자 보기 아까운 널리 널리 알리고 싶은 공연이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기념으로 가족들을 기리며 위로하고자 시작한 공연으로서 그들을 영웅으로서 그 가족들을 또 다른 영웅으로서 기리는 그런 공연이다. 다시는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이어지고 있는데 어느덧 75년이 되었다고 한다. 이 공연이 분명 그런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싶다.
공연시작부터 속이 좋지 않았던 아이는 품에 안겨 실눈 뜨고 공연을 같이 봐주었다. 그러다가 미국 에어포스 공연이 시작 될 무렵 품에서 벌떡 일어났다. 총들이 질서정연하게 정렬을 반복하는 모습들 이게 눈앞에 일어나는 일이 CG가 아니라 현실인가 눈을 의심하게 하는 모습들이었다.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을까? 단한번도 총을 떨구지 않았다. 천조국 공군의 위엄을 보여준다.
마지막날 아침 일정에 아직 못가본 곳이 열두가지도 넘었지만 그 중 딱 하나만 고르기로 했다. 아들에게 선택할 기회를 주었는데 아더왕이 칼을 뽑은 자리에 가보겠다고 했다. 색슨족과 맞서 킬트족을 지켜내는 전설의 왕인 아더왕이 어린 시절에 거인들도 뽑지 못하는 칼을 어린 아더왕이 뽑아냈다는 스토리. 아더시트는 동네 뒷산 산책 정도라 가볍게 생각했는데 꽤 가파른 산행길이었다. 하지만 매순간마다 제각각 다른 경관을 보여주기 때문에 눈이 즐거워 힘들 겨를조차 없다. 전에 방문했던 칼튼힐과 비교도 안될정도로 에딘버러 다양한 뷰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나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영국오면 런던 구경하기도 바쁜데 왜 스코틀랜드, 에딘버러까지 가야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에딘버러 홍보대사가 되어 주변인들에게 영국에 오면 에딘버러에 가야 하는 수백가지 이유에 대해 홍보중이다. 어디선가 끝까지 여행지로 에딘버러를 아껴두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들었다. 에딘버러에 일단 오고나면 이후로는 다른 유럽 여행에서 오는 감흥이 반감되기 때문에 가장 마지막까지 아껴두었다가 가야한다고.
에딘버러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좋았던 일
런던보다 친절
런던보다 깨끗
런던보다 저렴한 물가
런던보다 화려하고 웅장한 중세 건물들
중세시대 비밀이 숨겨진 듯한 동굴 스트리트 Close 클로즈들
캐시미어, 목도리 선물 세트
아더 시트 등산 코스
결국 총 16개의 목도리를 선물 세트를 사왔고
추운 영국집에서 생존하기 위한 망토들과 함께
새로 산 캐리어에 가득가득 채워왔다.
에딘버러+하이랜드 투어할 때 하지 말았어야 할일
하이랜드갈 때 우아하게 흰 운동화 신고 간일 (진흙에 파짐)
하이랜드에서 우산 산 일 (켜자마자 바로 뒤집힘)
영국 감성 뿜뿜 스트릿에서 정신팔려 셀카 찍다가 돌기둥에서 넘어진 일 (피멍 들었음)
에딘버러 가기 전 볼 만한 검색키워드
켈트족과 색슨족의 대결구도 스토리/ 전설의 아더왕
메리여왕과 엘리자베스 대결구도 스토리 (잉글랜드입장에서 일방적으로 해석된 건 아닌지 돌아보자_by 민박집사장님)
스코틀랜드 전통 부대 블랙워치 복장
게일어, 백파이프, 킬트와 같은 켈트족 문화와 억압 역사
에딘버러 가기전 볼 만한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 (이건 필수)
아웃랜더 (19금, 어른들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 (BRAVE, 스코틀랜드 킬트, 민요, stone circle로 가득찬 영화)
+아더왕 전설과 네스호 전설 관련 영상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탐험 영상 https://youtu.be/ma2czglsJ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