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려견의 이름은 히로 라고 한다. Hero 가 아닌 Hiro. 어떤 연유로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시베리안 허스키라는 출신이 무색하게 어느 도심의 빌딩에서 구조되었고, 이미 히로 라고 불리고 있었다.
보통 허스키라고 하면 하울링이라고 하는 칭얼거리는 듯한 신기한 울음소리가 특징인데, 히로는 영 아무 말이 없다. 산책을 나가자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서 함께 집을 나설 누군가를 잠시 기다리는 그때, 안절부절못하다 겨우 목소리를 낸다. 아무리 울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아서였을까.
우리 가족에게 왔을 때 이미 히로는 4살이었다. 함께 3년을 보냈으니 벌써 7살. 히로정도 되는 중형견의 수명이 15년이라고 하니 벌써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셈이다. 희끗 희끗 머리에 흰털이 보이기 시작하는 걸 보면 이젠 같이 나이 먹어가는 동년배 친구인양 착각하게 된다. 강아지였을 때도 이리 점잖았을까. 응석을 받아준 사람이 없어서 점잖은 걸까.
한 생명을 보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아이도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났을 거다.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는 것이 마치 자유로운 것 같지만, 인생에서의 선택지는 늘 그리 많지 않다. 하물며 인간에게도 만만치 않은 세상 일진대, 히로에게는 어땠을지. 큰 파도 속에 이리저리 떠돌다 여기까지 와 준 것이 고맙다.
어느덧 나와 함께 하는 생명들, 보잘것없는 내 품에 깃든 이 소중한 것들을 끝까지 내가 품다가 보내고 싶다. 아마 히로는 가장 먼저 떠날 것이고, 그다음은 무심하게도 그지없이 훌훌 날아갈 것이고, 그다음엔 내가 딱 하루만 더 끝까지 지키다가 가면 좋겠다.
히로가 보고 싶다. 무뚝뚝하게 쓱 엉덩이를 내밀며 고개 돌려 바라보는 그 갈색눈이 보고 싶다. 앞발 들이밀기, 누워서 배 보여주기, 내 무릎에 털썩 앉기.. 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그 애교를 보여주며 반가워하다가 마당 한편에 심드렁하게 엎드려 하루를 보내는 그 평온한 생명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