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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소리 Sep 07. 2024

미나리

K-무비가 아닌 미국영화





"짜장면 같은 영화"




영화 <미나리>는 한국의 짜장면 같은 영화이다. 둘째 아들 녀석의 영화평인데 이를 그대로 옮기면, "짜장면의 통상적인 의미를 따라 영화가 엉망이라는 것이 아니라 짜장면이 한국인들에게만 중국음식인 것과 같이 영화 "미나리"는 미국인들에게만 한국영화인 것이다."




아들의 평을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한국에서 생산된 대중문화를 접하고 좋아하는 전 세계 K-컬쳐 소비자들 중에 이 영화를 한국영화라고 볼 사람은 거진 없지 않을까 싶다. 영화 "미나리"는 미국에서만 가능한 독립영화인데 이 영화를 외국어 장르에 속하게 한 것은 미국안에 만연한 사회적 차별의식과 그 풍토와 분명히 관계할 수밖에 없는 사회현상이라는 결론을 얻는다.




물론 영화예술의 차원에서 영화 안에 사용되는 언어가 하나의 영화적 요소로서 장르를 형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론체계의 급진성을 가진 영화의 특성에 비견해서 외국어라는 영화적 요소를 장르를 형성하는 특정 요소로 삼는 것은 이젠 좀 구태하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미나리를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린 것을 장르적인 문제로 말하는 그들의 변명은 구태하고 그 변명에 쌍심지켜서 역정을 내는 것도 외부인으로서 좀 오글거린다. 그래서 봉준호 감독의 말을 빌리면 영화 "미나리"는 작품 그 자체 뿐아니라, 아니 그 보다, 극장 밖의 다양한 반응에 있어서 그저 미국이라는 "로컬" 성향이 매우 짙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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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님의 수상행진에 의문을 품는다면"




미국로컬적 성질과 그 제한성을 인정하면 영화 "미나리"의 가치가 온전히 보이기 시작한다.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배우 윤여정님의 수상행진이다. 추측하기로는 의례적인 수상소감과 같은 것이 아닌, 윤여정님께서도 이렇게 수상행진이 일어날 것을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관객의 시각에서나 배우 본인의 시각에서도 그녀가 크게 무엇을 해 낸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연기력은 진정 명품이고 언제나 독특하다. 아마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 왜 이렇게 상을 많이 받았지 라는 의문을 품을텐데 그 의문이 드는 이유는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는 그저 미국의 로컬적인 센세이션일 뿐이다. 한국 관객이라면 늘 접하는 윤여정 배우님의 명품 연기력은 더도 덜도 없이 한치의 오차없이 윤여정만의 것이다. 단지 변화는 이를 처음 접한 관객이 변한 것이다. 미국영화세계에 갇혀 있는 미국영화관객들과 호사가들에게 놀라웠을 뿐... 미국 로컬적 센세이션이다.


이 말을 절대로 윤여정 배우님의 연기력과 영화 "미나리"를 폄하하는 말이 아님을 이해하길 바란다. 영화산업의 가장 큰 국가인 미국 시장에 윤여정님의 연기력이 통한다는 것은 한국영화계에는 커다란 의미가 있고 세계 영화시장의 지형의 변화가 태동하는 것으로 보아도 될 현상이다.


그럼에도 윤여정님의 수상행진이라는 미국로컬적인 센세이션을 국뽕 처발처발 대서특필하는 언론으로 인해 나타나는 영화"미나리"에 대한 오해가 될 만한 한국관객들의 반응들에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윤여정 배우님의 이런 현상을 견제하는 듯한 인터뷰를 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베테랑 여배우의 연기력이 영화 "미나리"의 영화적 가치를 전적으로 책임진 것으로 대중이 인식하게 하는 언론으로 인해 상당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언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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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 의한 감독을 위한 영화"




영화"미나리"는 오롯이 감독의 디렉팅 역량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에피소딕한 스토리텔링의 방식은 사실 한국관객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 자극적인 소재와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는 드라마에 길들여진 한국의 대중들에게 영화 "미나리"는 전혀 대중적인 영화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보고나면 "뭐가 대단하다는 거지?"라는 의문을 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기전에 영화 "미나리"는 선덴스 영화제의 주목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봉준호 감독과 같이 대중성과 예술성을 가로지르는 전략적 줄타기로 영화계에 지각을 흔드는 빅뱅을 의도하는 영화와는 다르다는 사실이다. 영화 "미나리"는 오로지 감독의 시선에서 감독의 감각을 드러내는 작가주의 영화이다.




언론보도를 통한 선입견 중에 하나가 이 영화가 다른 인종차별관련 영화들과 같은 감정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본다면 조금은 싱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뭔가 의도된 것은 아니면서도 중립적이면서 사실적이라는 느낌도 있는데 기괴하고 괴상하고 공감이 조금은 어렵도록 어색한 느낌을 준다. 보는내내 인종문제가 아닌 한 가족의 이야기에 더 무게가 실리는 느낌인데 뭔가 부족하다. 이 느낌은 정확히 감독이 영화에 역량이 안 되서가 아니라 의도된 디렉팅이다. 이 영화가 주는 부족한 그 느낌은 "미성숙"이라는 느낌이다.




영화 전체의 에피소드들의 인과율, 인물간이 소통방식, 사건에 대한 이해도는 모두 아들인 데이비드의 연령대의 것에 맞추어져 있다. 영화를 보는내내 부족한듯한, 그러나 싫지는 않은 그 느낌은 바로 데이비드의 시점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그 시점과 감정선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어린 소년이 겪은 이민생활과 기억이다. 그래서 영화 미나리는 감독 정이삭님의 어린시절 일기장을 펼쳐 그대로 소리내어 읽는 느낌이다. 10살남짓 어린 소년이 이민생활의 고충을 설명한다고 할 때 어떤 감정이 전달 되겠는가? 표현이 부족하고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부족하고 답답한 미성숙함의 상태가 일기를 읽어내려 가면서 조금은 다른 방식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지 않겠는가? 바로 이 느낌 그대로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닌 의도된 감독의 디렉팅인데 이민생활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된 가족의 미적응상태의 상황과 중의적으로 효과적이게 작동하기도 한다.




카메라 워크, 편집 모든 것은 교과서적이다. 이 스토리를 영화로 만들려고 아주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이론과 실재에 대해 고민을 많이한 흔적이 보인다. 어떤 기교도 특별한 장치들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 담백함 마져도 소규모 프로덕션 모드상황에서 효능감 최대치로 올린 의도된 맛임을 잘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엿보이는 회화적 색감들과 구도에서 잔잔하지만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감동이 전해진다.




영화 "미나리"는 수려한 한편의 미국독립영화이니 그 기대치에서 관람하여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미국인들에게는 짜장면이지만, 한국관객들에게는 담백한 평양냉면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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