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다운타운은 활력이 넘친다. 아니 복잡하다. 오후 3시무렵 집에서 1.5마일 정도 떨어진 Blue Bottle에 갔다. 하지만 주차할 공간을 찾지 못해 집으로 돌아왔다.
대신 집에서 한블록 떨어져 있는 Philz Coffee로 갔다. 테이블은 거의 만원이고 매장 안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켰지만 메뉴에 없었다. 대신점원은 Jacobs Wonderbar를 추천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고 했다.전반적으로 바리스타는 스벅보다 친절하고, 활기차 보였다.
입구 옆에 있는 바 테이블에 앉았다. 덕분에 이 매장에 어떤 사람들이 드나드는지 볼 수 있었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로컬보다는 다운타운에 놀러 온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특히 한국말이 많이 들렸다.룸메이트에게 평일에는 한국인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다운타운의 커피숍은 평일과 주말이 사뭇 다른가보다.
나의 이름 소리가 들렸다. 음료를 받으러 갔다. 특이하게 종이컵에 아이스 음료가 나왔다. 얼음은 컵 위로 살짝 올라와 있었다. 뚜껑은 옆에 놓여 있었다. 정갈한 느낌이었다. 커피 맛은 스타벅스보다 2배 정도 진했다. 나에겐 좀 진했다. 커피는 문외한이라 커피 종류와 맛에 대한 평은 여기까지!
자리를 잡고, 창밖을 봤다.강아지를 끌고 산책 나온 사람, 전기 스쿠터를 끌고 음식을 배달하는 사람이 눈에 띄었다.Shake Shack버거 T셔츠를 입어 알바생임을 직감할 수 있는 사람도 길을 지나갔다. 자동차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전반적으로 복잡하고 역동적이었다.
하지만 다운타운은 저녁이 되면'LA 라이브'를 제외하고, 대부분 조용해진다. 이곳도 오후 6시면 문을 닫는다.회사 지역이기에 일찍 닫는다 쳐도 토요일은 왜 일찍 닫는지는 모르겠다. 로컬로서 아쉬운 점이다.
커피를 마시다 안쪽 전망 좋은 테이블로 자리를 옮겼다.책을 꺼내 읽었다. 다운타운 카페에서 로컬로서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마치 성공한 삶을 사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현실은 하루하루 숨쉬기도 벅찮데 말이다. 암튼 다운타운의 삶이 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좋다.
카페에서 책도 읽고, 태블릿도 만지니 한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도 생각났다. 그 시절의 정서가 지금과 비슷하다. 뭔가 분주했지만 왠지 마음은 평온했다. 밴쿠버 다운타운에 있는 팀홀튼에서 친구들과 놀았던 추억도 떠올랐다. 일종의 아지트였다. 미국 생활 6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에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결정했다. Philz Coffee는 나의 동네 도서관이자 아지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