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헤아리는 밤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by 터틀북

- 스포주의

- 게임 내 다른 요소가 아닌 메인 스토리만 서술

- 모든 엔딩 도달 후 느낀 점

- 스토리 지역 순서 :

에이도스7-->[자이온]-->황무지(알테스 레보아)-->매트릭스11-->대사막(어비스 레보아)-->에이도스9-->스파이어4[궤도 엘리베이터]-->네스트


처음엔 단순한 액션 게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 이상의 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직렬로 진행된다. 다만 메인 임무 외에 서브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간 이동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떡밥 회수도 명확하고, 인물들 간의 갈등도 복잡하면서도, 엉키지 않게 잘 풀어낸다. 단점이라면, 이야기가 다소 예상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다. 이는 등장인물 수가 많지 않아서 전개가 제한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같은 회사의 [승리의 여신: 니케]와 유사한 점이 많다. 예를 들어 ‘니케와 안드로-에이도스’, ‘랩쳐와 네이티브’, ‘궤도 엘리베이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 니케의 스토리 Old Tales(신데렐라)의 유사성 등은 익숙하게 느껴졌고, 그로 인해 향후 전개가 어느 정도 예측되기도 했다. 어두운 세계관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캐릭터 간의 티키타카나 농담은 긴장감을 완화해 주며 약간의 유머를 더해주는 좋은 요소였다.

엔딩에서는 철학적이고 신화적인 여운을 느꼈다. 이브의 선택이 정말 옳았을까 하는 의문은 지금도 남는다. ‘유전적 접점이 없는 존재는 인류가 될 수 있는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가능한가?’와 같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진 엔딩 기준으로 보면 이브는 마더 스피어와의 대립 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후속작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특히 이브가 마치 레이븐과 비슷한 처지가 된 것 같아 인상 깊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지역은 스파이어 4였다. 맵 구성, 음악, 연출 모두 탁월해서 전율을 느꼈다. 특히 궤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테이션으로 올라가는 장면에서 OST ‘Everglow’가 흐르며 푸른 지구가 보이는 연출은, “그래픽이 예술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상 깊었다. 그 순간만큼은 진짜 우주를 보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내가 가장 매력으로 느낀 인물은 ‘레이븐’이다. 마더 스피어를 섬기던 신자였지만, 진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창조주를 향한 극단적인 증오로 미쳐버린 입체적인 인물이다. 레이븐은 누구보다 풍부한 감정 표현을 보여준다. 이성적이던 과거의 레거시 말투와, 현재 광기에 빠진 듯한 고음과 저음을 오가는 말투의 대비는 극적이며 인상 깊다. 이브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후속작에서의 등장이 매우 기대된다.

반면 아쉬운 인물은 ‘타키’이다. 사실상 이 작품에서 가장 불행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프닝에서 많은 동료들이 네이티브에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봤고, 이브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다. 하지만 초반에 퇴장한 이후, 알파 코어에 의해 침식당한 보스로 재등장하고, 이브와의 전투 끝에 퇴장한다. 더 비극적인 점은, 타키가 마지막까지 믿었던 마더 스피어가 사실은 자신과 동료들을 일회용 도구처럼 취급한 위선적인 존재였다는 사실이다. 그 모든 충성과 희생은 철저히 배신당한 것이었다. 적어도 타키의 시점에서 보는 짧은 회상이나 과거 이야기가 삽입됐다면, 그녀의 비극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브에게 언니 같은 중요한 존재이지만, 타키의 서사는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단순한 액션 이상의 철학과 감정을 담은 작품이었다. 예상할 수 있는 전개 속에서도 인물들의 감정, 연출의 힘, 그리고 세계관이 주는 여운이 오래 남는다. 개인적으론 주역보다는 조역 인물들에게서 매력을 느껴 감정이입이 잘 되었다. 후속작이 빠르게 출시되어, 이 감정의 끝자락을 꼭 다시 느껴보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와 다른 시대의 군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