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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0] 곰씨의 관찰일기

어째 배우는 게 전혀 없는지......

by 나저씨

사람 마음이라는 게 참 간사한 것 같다. 이혼하고 첫 2년은 다시는 아무도 못 만날 것 같고,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도 죄지은 사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람 만나는 걸 꺼려했다. 그런데 작년 말을 기점으로 점점 자신감이 조금씩 살아나는 듯하더니, 이젠 단체 미팅과 같은 모임에도 참석하게 되었다.


여기까지는 긍정적인 변화인데, 반대급부로 내 안 좋은 버릇도 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나는 걸 느낀다. 나의 안 좋은 버릇이란 소위 말하는 "나쁜 여자"에게 끌린다는 것이다. 이젠 충분히 나이를 먹었고 인생공부도 할 만큼 한 것 같은데, 여전히 "나쁜 여자"에게 끌리는 내 철없음이 그저 한심할 뿐이다.


여기서 "나쁜 여자"란 정말 나쁜 여자를 말하는 건 아니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나와 성향이 맞지 않고, 내가 "을"이 되는 그런 관계를 추구하는 나의 잘못된 이성관이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맹목적으로 그 상대에게 돌진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젠 나의 나쁜 버릇을 내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내 생각과 감정에만 치우쳐서 "호구의 연애"를 하는 걸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이성은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내 머리와 가슴은 따로 놀고 있다. 그리고 나는 현명한 선택이 무엇인지도 잘 안다. 그래도 난 쉽게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고?


그건... 꿀을 줄 사람들은 나에게 꿀을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참! 나도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건지......



tempImage0jXxut.heic 2024년 2월 24일 비 오는 저녁 후암동(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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