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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3] 곰씨의 관찰일기

Good Job

by 나저씨

새벽 5시


새벽 5시까지 잠을 청하지 못했다.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4월은 나에게 특별하게 잔인한 달이다. 4월에 난 법적으로 전 처와 이혼을 하고, 돌싱이 됐다. 그렇게 혼자가 된 후, 몇 년이 지났는지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 기억엔 2년인 것 같은데, 더 길 수도 있다. 얼마나 오래된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평소와 같이 아무 감흥 없이 4월을 보내는데, 전 처에 대한 꿈을 자주 꿨다. 특별히 기억이 나거나 기분이 나쁜 꿈은 없었다. 오히려 아스라한 추억을 더듬어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 날은 아내와 데이트를 하고, 어떤 날은 이혼 후 재회하는 꿈도 꿨다. 물론 이혼하지 않고 살아가는 꿈도 꿨다. 꿈에서 우린 정말 행복해 보였다. 서로 웃고, 우리를 닮은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꿈이었다. 물론 꿈에서 깬 뒤엔, 그게 절대 사실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게, 난 요즘 1년 전보다 정신적으로 훨씬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여러 가지 취미 활동을 하고 있으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혼 후, 처음엔 패배의식과 트라우마로 다른 이성을 만나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었지만, 이젠 조금씩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 중에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큰 건 아무래도 내가 이혼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다. 불가 3개월 전만 해도, 다른 이성을 만날 때, 내 이혼사실을 밝혀야 되는지 고민했지만, 이젠 더 이상 고민 하지 않는다. 나 자신도 이혼을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나의 치부가 아님을 깨달은 것도 있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내 예상보다 훨씬 나의 이혼사실에 대해 별일 아닌 듯 받아들인 다는 걸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혼하고 처음 몇 달간은 내가 과연 이 경험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버림받고 실패한 사람이란 생각에 다른 사람이 다가와도 높은 벽을 세우고 도망쳤다. 하지만 주위에 끝까지 날 바라봐주고 응원해 주는 많은 분들(브런치 독자님 감사합니다.)의 응원에 힘입어 걱정보다 꽤 잘 이겨내고 있다. 이제 난 나를 믿고, 내 확신을 믿는다. 천천히 한 걸음씩 걷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을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확신을 말이다. 5월 첫날이 된 오늘 난 스스로에게 되내인다


Good Job!



tempImageJfANJq.heic Pura Vida Mae!(나저씨가 아이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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