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오늘 입주청소를 했다.
전 처와 이혼하면서, 홧김(?)에 구매한 아파트에
드디어 입주하게 된 것이다.
홧김에 구매했다고 해서,
내가 돈이 많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와 정반대였다.
전처 유학비로 내가 번 돈을 모두 다
전처에게 써서
수중에 돈이 없었던
내가 가지고 있는 전 재산을 털어서
아파트 계약해 버린
생애 최초의 내 집이다.
처음 계약을 하고 나와서는
집 값을 어떻게 갚을지 막막했지만,
어찌어찌하다 보니 대출을 받아
잔금까지 다 내고 아파트 키를 받았다.
처음에 집에 들어갔을 때는 내부가 지저분하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휑해서 어색했는데,
오늘 입주청소를 하니 느낌이 달랐다.
"이게 내가 앞으로 살 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2년에
한 번씩 10평 남짓한 원룸을
옮겨 다니지 않아도 되게 된 것이다.
그렇게 입주청소가 끝이 나자,
난 집에 있는 밥통을 차에 싣고
내가 살 곳을 향해 이동했다.
갑자기 웬 밥통이냐 할 수 있겠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서 이야기하겠다.
미리 고백하자면 난 미신을 믿지 않는다.
지금은 다양한 이유(?)로 교회 출석을 하지 않는
나일론 기독교인이지만 말이다.
내가 밥통을 새집에 가져간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몇 주 전에 어머니께 전화가 와서 나보고
이사를 갈 날을 잡아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물론 난 미신이라 일축하고 싶었지만,
나 이상으로 전처 때문에
맘이 시커멓게 타들어갔던
어머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가 바로
어머니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어머니 말씀대로 둘째 동생이 철학원에서
받아온 날짜인 12월 22일에 입주하기로 하고,
오늘은 입주청소하고
처음으로 짐을 옮기는 날이었다.
그렇게 새 집에 들어가려 하는데,
어머니가 나에게 신신 당부하신 말씀.
"집에 밥통이 제일 먼저 들어가야 해."
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어머니는 진지하셨다.
"밥통이 먼저 들어가야
굶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거시여."
어머니의 억센 전라도 사투리에서
나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고,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내가 미신을 믿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입주 청소를 마치고
집에서 사용하던 밥솥을 가져와서
거실 한가운데에 뒀다.
그리고 원룸에 있는
짐들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우선 부피가 있는 물건들을
차로 실어서 가져왔다.
공식적인 입주 날짜는
12월 22일이라서,
아직 한 달 정도 시간이 있으니까,
이삿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원룸에 있는 짐을
내 차로 조금씩 옮기려고 한다.
오늘 이후로 본격적으로
짐이 집에 오기 시작한다.
내일은 세탁기가 오고 인터넷도 설치한다.
세탁기는 한 번도 써보지 못했던
세탁기와 건조기 세트를 샀고
인터넷은 나의 최애 취미인
콘솔 게임을 위해 1순위로 설치한다.
12월 초에는 TV, 커튼, 그리고
생애 최초로 나만의 침대가 배송되어 온다.
아직 식탁과 소파를 구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는 식탁과 소파를 구매할지,
아니면 식탁을 거실에 둘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주엔 가구 백화점에 가서
소파와 식탁을 보고 두 개 다 할지
아니면 하나만 할지
결정하려고 한다.
이혼할 때, 수중에 돈이 없고 집도 없던 내가
이혼하고 몇 년이 흘러서 드디어
작지만 나만의 공간을 마련했다.
전 처가 나에게 말했던
"경제관념이 없고 무계획적인 내가 말이다."
이제 새롭게 이사를 하게 되면,
2025년은 나의 인생 후반전을 위한
시간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이젠 내가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생각이 나에게 얼마나
큰 위안과 힘이 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