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죽음은 혼자서 맞이하는 거다
이혼 후 내 삶은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이혼을 한 사실이 부끄러웠고,
아이가 없는 것도 부끄러웠다.
인생 패배자가 된 기분이었다.
남들은 다 가진 걸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절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특히 내 아이가 없어서 내가 죽은 후에
날 기억해 줄 사람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바뀌는 중이다.
내가 죽은 후, 살아 있는 사람들이
내가 기대하는 대로 날 기억해 줄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실 나만 해도 초등학교 3학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가깝게는 10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도
잊고 삶을 살아가기 부지기수다.
이런데 지금 내 상황에서 아이를 갖지
못함과 이혼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도대체 무엇을 부끄러워한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죽으면 나의 삶은 그걸로 끝인데
누가 날 기억해 주는 게 의미 있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차라리 살아있는 지금 이 시간을
내가 얻을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후회하고 자책하면서 살아가기보다
내게 주어진 삶을 지금의 나를 위해
얼마나 소중하게 쓰느냐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역시 인생은 정답이 없는 게 맞아 보인다.
이렇게 또 하나의 인생의 깨달음을 얻은 나는
오늘도 조용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를 켜고
인생을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