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제는 요새 상담센터를 많이 찾는 내담자들의 호소주제인 ‘자기사랑 결핍 증후군’입니다. 이 용어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요, 과거에 많이 사용해 온 코디펜던트(co-dependent: 공동의존증)와 함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릴게요. 여러분들 혹시 ‘나를 사랑하는 게 가장 어렵다’는 말에 공감하시나요? 어느 철학자는 이렇게 말하죠. 타인을 진정 사랑할 수 있으려면, 나를 먼저 사랑해야 한다고요.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자기사랑 결핍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인 코디펜던트의 특징과 그렇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나를 사랑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나은 나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한 해결안도 함께 제시해 드릴게요.
코디펜던트는 한마디로, ‘지나치게 타인을 돌보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소위, '오지랖퍼'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요, 예를들어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힘들어하면 내가 흑기사가 되어 간도 쓸개도 빼줄 정도로 다 도와주고 해결해주려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멘트는 '내가 도와줄께. 뭐든 말해봐. 내가 있잖아'이고, 과도하게 타인을 돌보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얼핏보기에는, 아주 사교적이고 밝은 배려형 인간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의 깊은 심층 심리에는 상대방의 부탁이나 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계속적으로 '돌봄의 역할'을 자처 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숨어 있답니다. 즉, '은혜를 절대 잊으면 안돼'라는 자기만의 과도한 논리에 빠져서, 타인의 자연스러운 호의도 모두 기억하고, 보상해주려고 애쓰기도 하지요. 그야말로 '돌봄자'로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사실 이러한 코디펜던트가 된 사람들은 어릴시절 알콜 중독자의 부모와 같이 역기능적인 가정에서 자란 경우들이 많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학자 클라우디블랙은 저서에서 알콜중독자의 자녀는 ‘성인아이’처럼 자라게 되고, 그 역할 중 '위로자 역할'을 하는 특징을 가진 자녀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의 힘든 점에 크게 감정이입하며 공감하고 갈등을 중재하고 그들을 위로하고자 애쓴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즉, 오랫동안 부모의 갈등을 중재하고 달래는 역할을 하며 자라, 평생 주변 사람들을 돕는 카운셀러 역할을 자처하게 되는거지요. 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깊은 외로움과 공허한 마음을 가지다가 타인의 작은 배려와 관심을 받으면, 그 관심을 실제보다 더 크게 받아들이면서, 그들에게 은혜를 갚고 좋은 보상을 주고자 상대에게 과도하게 초점을 두어 행동하게 되는데요. 결과적으로, 이들은 타인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게되고 정작 중요한 자신의 인생은 뒤로한 채, '자기사랑결핍증'에 걸려버리게 된답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이들에게는 나르시시스트와 같이 타인을 착취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의 요구조차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자신의 욕구를 중요시하고 타인을 무시하는게 익숙하고, 반대로 코디펜던트들은 반복적으로 타인을 돌보고 맞추는 것이 고정화되어 있는데, 이 두 조합이 마치 끊어낼 수 없는 관계의 고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코디펜던트들이 나르시시스트들의 먹잇감이 되어, 그 악순환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게 된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기사랑결핍 증후군에 빠져버린 코디펜던트들의 현명한 심리 대처법은 어떤것이 있을까요? 제가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건데요. 먼저,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경계 세우기'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자아를 보호하는 경계선을 다 가지고 있는데요. 예를들어, 요새 많이들 말씀하시는 '선을 넘는다'는 표현에서처럼, 누군가 나의 자아의 선을 넘는 무례한 행동을 하거나 또는 내가 타인의 경계선을 넘어서면서 과도하게 관여하고 책임지려 할 때, 마음 속으로 'STOP'을 외치셔야 합니다. '나는 타인의 삶을 살아 줄 수 없어','나는 그냥 나의 욕구에 충실해야해'라는 멘트를 기억하시고, 자꾸 오지랖을 부리고 싶거나 타인의 힘든 고민을 해결하기위해 나설 때, 자신을 멈춰 세우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두번째, 스스로 내가 너무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과도하게 감정이입을 한다고 느낄 때는 잠시 자신의 어린시절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가지셔야 합니다. '내가 왜 이렇게 감정이입을 잘하게 되었는지, 나의 어린시절이나 과거 성장과정에서 힘들었던 트라우마가 있었는지', 또는 ‘나의 성격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무엇인지’- 자신도 모르게 살아온 인생여정에 대해서 한번쯤은 깊이 있게 탐색해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셔야 합니다. 혼자 있는게 두려우신 분들이나 공허감이 크게 다가와서 외로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한번 쯤, 왜 이런 감정들이 나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그 뿌리를 찾기 위해서, 조금은 냉정한 자기 객관화의 탐색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세 번째, 심리학자 칼 융은 '인생의 전반은 관계의 시간이며 인생의 후반은 자기 자신만의 시간이다'라고요. 특히, 중년의 나이를 '인생의 오후'라고 표현하면서 그 시기를 잘 보내야 진정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하는데요. 바로, 제가 드리는 마지막 해결책은 건강하고 행복한 자기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연습’을 하라는 것입니다. 요새는 1인가족 시대로 혼자 즐길 수 있는 문화와 공간들이 많이 있지만, 정작 혼자만의 시간을 흠뻑 즐기고 느끼는 사람을 드물다고 합니다. 내가 진정으로 혼자 설 수 있을 때, 내가 진정으로 나 자신을 마주할 용기가 있을 때 스스로에 대한 사랑이 샘솟게 되지요. 그리고 우리는 힘들었던 어린시절의 아픔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고, 나로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게 된답니다.
여러분도, 나의 핵심 감정이 무엇인지, 내가 타인과 관계를 해나가는데 있어서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던 부분은 없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쭉 손꼽아 말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