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생활기 #2] 산 넘어 산, 로스쿨의 현실은 치열하다
지금까지와 공간도 시스템도 다른 이 지방대 로스쿨 생활 3주 차에 들어서니 좀 적응이 된 것 같다. 교수님의 권위도, 한가한 동네도 이제 좀 익숙해지는 것 같았으나 이제 로스쿨이라는 현실이 무섭게 다가온다. 그렇다. 공부량을 슬슬 실감하는 중이다. 의사가 사람 배를 가르는 것을 보며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처럼, 내가 넘어야 할 법 공부와 변호사 시험이 말도 안 되게 어려운 것 같다.
법조인은 지적 중노동자인 것 같다.
지금 내가 느끼기에 변호사 시험에 요구되는 실력은 비인간적인 수준이다. 이제 학회 등을 통해 주변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하고 어느 정도 수준의 답을 작성해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다. 갑을병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떤 법리가 적용되는지 파악해서, 요건별로 논거와 결론을 적어내는 게 정말 쉽지 않아 보인다. 그 배경이 되는 지식의 양도 어마어마하니 이걸 외우는 건 중노동이라는 것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을 못 찾겠다. 솔직히 지방에 로스쿨을 오면서 좀 여유로운 생활을 기대했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보다 더 고된 미래가 보이는 것 같다.
그래도 협력적인 분위기는 감동적이다.
로스쿨에서 어려운 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지만,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일단 사람들이 정말 좋다. 회사에서는 다들 독기가 있는 것 같았다면, 여기는 다들 학생이라 그런지 눈빛부터 순수함이 있다. 내가 교수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니 다들 토끼눈이 돼 화들짝 놀라는 걸 보면,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또 여기는 같은 팀처럼 서로의 공부에 협력적이다. 솔직히 변호사 시험 합격 자체가 어려운 지방대 로스쿨이나 서로 간의 경쟁의식이 덜할 수는 있다. 그래도 기꺼이 서로 도와주고, 자료도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참 감동적이다. 회사 생활에서 찌든 내 영혼이 정화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요즘 변호사들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은 과장이다.
이렇게 공부는 치열하게 협력은 감동적으로 해도 될까 말까 한 게 변호사이다. 그렇게 간신히 되는 직업이 어떻게 별 볼 일 없을 수가 있을까. 힘든 미래가 예상돼 우울하다가도,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데 위안을 삼는다. 물론 직업이 성공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지났고, 변호사가 됐다고 무조건 풍족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어렵게 되는 직업이라면, 이 사회에서 중간 이상의 가치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법 제도가 어려운 만큼 법률전문가는 중간 정도 취급을 받는다는데 호들갑을 떨 만큼 대단한 직업이었던 것이다.
내가 대기업을 포기하고 지방 로스쿨을 간다고 할 때 주변에서 무의미한 선택을 한다는 듯한 이야기도 꽤 들었다. 그리고 나조차도 회사를 떠나 평화를 찾으러 간다는 듯이 말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오만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방 같은 조건을 떠나 변호사 시험 합격 자체를 위해 공부할 양이 정말 많고, 학교나 수익은 그 시험을 합격하고 난 뒤에 따질 일이다. 힘든 공부라는 두려움과 그만큼 가치 있는 진로라는 희망이 병존하는 상황에서, 나는 그저 주어진 공부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