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놈의 기업들은 바라는 인재상이 왜 자주 바뀌는지 원..
몇 년 전만 해도 'T자형 인간'이 대세였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다른 영역과의 협업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T자형 인간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엔 'π(파이)형 인간'이라는 말이 눈에 띈다. 두 가지 이상의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이를 연결하는 능력까지 요구하는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상이 왜 이렇게 자주 변할까? 시대가 변해서일까, 아니면 단순히 유행처럼 번지는 트렌드일까. 어쩌면 기업들도 정확히 무슨 사람을 원하는지 모르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T자형 인간은 한 가지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 전문가라면 통계학이나 데이터 시각화 같은 특정 스킬을 깊게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다른 분야와 연결될 수 있는 얕은 지식과 협업 능력을 겸비한다.
T자형 인간은 프로젝트 초기에 빠르게 적응하며,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π(파이)형 인간은 두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깊은 전문성을 쌓은 사람이다.
예를 들어,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 모두에서 전문가 수준의 역량을 가진 사람을 들 수 있다.
단순히 두 가지 전문성을 갖는 것을 넘어, 이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요구받는다.
π(파이)형 인간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한 상황에서 더 두각을 나타낸다.
T자형 인간은 한 가지 분야에 깊은 전문성을 가지고, 다른 영역과 연결될 수 있는 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다. 반면, π(파이)형 인간은 두 가지 이상의 전문성을 깊게 갖추고, 이를 융합하는 능력까지 요구받는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T자형 인간은 특정 프로젝트에 투입되었을 때 빠르게 기여할 수 있지만, π(파이)형 인간은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할 때 유리하다. 요즘처럼 기술과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에는 π(파이)형 인간이 더 적합하다고 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인재상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묻고 싶다.
전문성을 쌓는 데만 해도 몇 년이 걸리는데, 두세 가지를 동시에 깊이 있게 익히는 게 가능할까? 가끔은 이런 요구가 지나치게 이상적이라고 느껴진다.
스타트업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사람, 즉 '잡다한 일을 다 처리할 수 있는 만능형 인간'을 선호한다. 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특정 역할에 깊이 있는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 이미 체계가 잡혀 있는 조직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나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요즘은 대기업에서도 '융합형 인재'를 찾는다고 하니, 이젠 모든 회사가 π(파이)형 인간을 원한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결국, 내가 속한 회사가 스타트업인지 대기업인지에 따라 필요한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재상이란 것도 결국 맥락에 따라 다르게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회사들이 자기들이 필요한 인재를 정확히 모르니까 T자니 π(파이)니 하면서 새로운 단어만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 싶다. 이런 인재상이 사람들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 생각해보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현실에 수긍하게 되는 내 모습이 조금 씁쓸하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맞추기 위해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노력하는 내가 참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도 가끔은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정말 우리가 이렇게 끊임없이 변해야만 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건 어쩌면 기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