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얻으려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하여.
나는 80년대생입니다.
내가 자라온 시절은 너무나 바쁘고 빨랐습니다. 당시 한국의 대학생들은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고, 국민의 대부분은 노동자로서 국가의 발전을 위해 (또는 개인의 발전을 위해) 몸이 부서져라 일했습니다. 일반 서민이 취미생활이나 여가생활을 한다는 것은 꿈 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일하기 위해 먹고 일하기 위해 자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 시절의 어른들은 오로지 열심히 일해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자녀를 먹여 살리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삶의 즐거움에 대해 생각하기 조차 버거웠던 아버지는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사랑을 줄 여유가 없었고 안 좋은 경우 가정폭력의 주범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공연히 동네에는 맞고 사는 아내들이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용인이 되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혼가정
이혼한 가정이 많지는 않았지만 화목한 가정 역시 적었습니다.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고 학교에서도 차별과 평가에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삶에 익숙해졌습니다. 개인의 의견을 내는 것은 눈총을 받는 행동이었고 다수결에 따라야 한다는 원칙에 의해 적당히 사는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됩니다.
그 아이들은 자라 어른이 됩니다.
애정결핍과 인정 욕구에 목마른 어른이 됩니다. 누군가는 강박에 시달리고 누군가는 사회 부적응자가 되고 누군가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리더가 되었지만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헝그리 정신은 누구보다 강하지만 멘털은 유리보다도 더 연약하게 성장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삶이 풍요로워지고 국가가 든든해지고(반박하는 분들도 계실 거란 거 알지만 비교적) 이제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사람 관계가 왜 힘들까? 사랑하는 사람은 왜 나를 아프게 할까? 나의 상사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왜 인정해 주지 않을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내 꿈이 뭐였지? 돈은 많이 벌고 싶은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언제나 지갑은 가벼울까? 왜 우울할까? 이렇게 여러 가지 자아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합니다.
사람 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지 못하면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만 강합니다. 인정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인정을 해 주는 방법을 모릅니다. 인정의 속말은 칭찬입니다. 누군가를 칭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80년대생을 만나본 일이 많이 없습니다. 칭찬이라고 하지만 그 말은 결국 평가입니다. 외모를 칭찬하는 것도 평가입니다. 실력을 칭찬하는 것 역시 평가입니다. 본질을 인정하고 과정을 칭찬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알고 싶어야 합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을 깎아내리고 비하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해 인정하지 못해 드러나는 자기 보호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인의 단점을 드러내고 만들어내면서 '저 사람도 결국 나와 다름없는 루저야'라고 자신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내면이 허약한 어른들이 사회의 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요?
어린이는 국가의 미래
부모가 아이를 케어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아이는 결코 행복할 수 없고, 단단하게 자랄 수 없습니다. 국가가 개발도상국의 단계에 있는 경우 부모들은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더 심각하게는 자녀가 방치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을 나 몰라라 한다면 우리의 미래 역시 방치될 수밖에 없습니다. 개개인의 정신이 건강해야 더 나은 방안을 찾고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결국, 모두를 위해서
지금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자신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살펴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국의 어린이들은 이제 여유 있는 가정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 중국의 서민들의 삶은 우리 한국의 80-90년대 상황과 비슷합니다. 중국의 아이들이 크면 중국을 이끌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 아이들을 위해서, 그리고 이 큰 중국이 전 세계 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위해서 저는 사업을 일구고자 합니다. 정치적 가치관과 사상은 제가 할 일이 아니지만 아이들이 사랑받고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재중한인창업협회 설립을 한 이유
눈치 채신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맞습니다. 저의 이야기를 녹여 이 글에 담았습니다. 제가 살아온 환경, 경험, 그리고 지금의 나 자신입니다. 어느 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생각했을 때,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치유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 역시 여전히 아프고 부족하기에 마음을 접게 되었고 그렇다면 내가 진정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된 것입니다. 그게 바로 재중 한인들의 중국 창업을 돕는 일이었습니다.
한국인들의 중국 내 창업을 도우며 저의 이념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재중 한인들이 중국에서 창업하는 과정을 도우며 그들과 함께 중국의 방치된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고 교육에 대해 나눌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재단의 설립이 될 것입니다. 소외계층에서 자라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제가 느꼈던 사회의 방치와 평가는 여기서 중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반드시 올바른 가르침과 사랑이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촛불이 어둠을 밝히듯이 의롭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비로소 그 마음이 주변을 환하게 밝혀주기를 꿈꿔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