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전야의 북경
새벽에 배탈이 났는지 화장실에서 배를 끌어안고 한참을 쏟아냈다. 살면서 변비라던가 배탈이라던가의 통증을 느껴본 일이 몇 번 없어서 고통이 꽤나 크게 다가왔다. 허리를 펴기 힘든 통증에 구부정한 자세로 약통을 뒤져 진경제를 먹고 침대에 웅크려 누웠다. 진경제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올 때 응급약 리스트에 있던 것이었는데, 생경한 단어가 궁금해 사전을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잠깐 잠이 들었다.
꿈은 대부분 현실과 맥락이 이어져 종종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번 꿈도 역시나. 지금의 남자 친구가 나에게 그동안 말 안 했는데 너의 염색 머리가 너무나 지겹다고 했다. 나는 말했다. 그것뿐만이 아니겠지. 그가 말했다. 응 이라고. 그렇게 헤어져 집으로 가는 길 나는 납치를 당했고 연락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남자 친구밖에 없다는 사실에 낙담하며 절망하여 꿈에서 깨어났다.
급작스런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내가 사는 북경은 지금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다들 겉으로는 설마 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상해처럼 봉쇄당할 일 없다 하지만 모두의 속마음은 두려움에 떨며 하루하루 살얼음판이다.
이 스트레스는 나 조차도 어찌할 방도가 없다. 또다시 시작이라니 벌써 지치고 생기가 없다. 마음의 병이 몸에 나타난다고 했다. 하루 걸러 몸이 아픈 이유는 이 불안감 때문이리라. 전쟁으로 인해 주가는 폭락했고, 북경의 오미크론 확산은 나의 매출을 낭떠러지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미 겪지 않은 일에 겁낼 필요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한번 겪었던 일이기에 의지가 출렁인다.
폭풍전야.
나, 괜찮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