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족: 제로웨이스트와 비건을 지향하는 부족?
어쩌다, 어쩌다 그렇게 나는 제비족이 된 일상을 꾸준히 살아간다. 그 일상을 치열하게 살며 세상과 혼자 싸우듯, 혹은 둘이, 혹은 여럿이 투쟁해 나가듯 살았다. 그 바쁨에서 이제 조금은 느긋하게, 조금은 평온하게 나의 일상을 정리하듯 글을 써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이 곳으로 이끌었다.
제비족? 그게 모냐면...
zerowaste와 vegan의 합성어에 그런 종족? 부족? 을 의미하는 '족'을 붙인 단어다. 그렇다. 난 그런 유별난 부족이다.
그렇게 나는 2020년 가을의 어느 날, 생각으로만 엉켜있고 마음으로 품고 있던 것들을 손과 발과 입으로 행하기 시작했다. 처음은 쉽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가장 당황한 건 남편이었다. 주방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내가 갑자기 고기에 손을 댈 수 없다 하니 고기가 담긴 요리가 식탁에서 사라지고 분리배출뿐 아니라 택배상자, 스티로폼, 비닐, 하물며 대형마트에서도 장을 볼 수 없는 현실에 부닥친 것이다. 하물며 음식물 쓰레기까지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정말 어지간히 애를 썼고 어지간히 부딪혔다. 한 지붕, 한 가정, 가장 가까이에 있는 존재인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어! 를 외치니, 심히 당황했을 거다.
하지만, 감사한 것은 그런 나의 변화를 의미 있고 가치 있다 여겨주고 따라와 준 남편, 물론 남편과 무지기수로 다투기도 했다. "이런다고 모가 달라져? 모가 그렇게 바빠? 꼭 이렇게 까지 해야 해?"라는 말들을 들어가며.. 참 웃픈 일들이 많았다.
그 다툼의 결론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그날은 아마, 남편이 직장에서 받아온 일회용 도시락이 시작이었던 거 같다. 그 도시락을 보여주며 어쩔 수 없이 받아온 것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남편의 의지와는 상관없었다. 다만, 왜 이렇게 일회용 도시락이 많고, 이걸 씻는 게 더 귀찮다느니, 굳이 배달을 해야 하는지, 나가 사 먹지..등등 일회용 도시락을 보며 하는 나의 투덜거림이 남편의 피곤함과 맞물렸던 거 같다. 그 날 크게 다투고, 마지막 나의 말에 남편은 더이상 이런다고 모가 달라지냐는 반응의 대답은 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우리는 의견의 충돌이 있을지언정 방향성은 언제나 한결같다.
"여보, 내가 왜 이러는 거 같아? ......나 우리 아이들 위해서야."
그 한마디가 남편에게 결국 큰 울림이 되었나 보다.
그게 나의 진심이다. 그게 나의 방향성이 되었다. 인생의 전환점 말이다. 우리 아이들,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 그 생각만으로도 나는 가슴이 먹먹했다. 그리고 남편은 그렇게 지금까지 내 옆에서 잘 걸어와 준다.
그리고 우리 가정은 "엄마로서 잘 살아가고픈 마음이 어린 두 딸에게 잘 전달된 것일까? 텀블러가 없으면 테이크아웃을 할 수 없는 것도, 다회용기를 안 챙기면 길거리 음식을 사 올 수 없고, 하늘과 땅, 물, 살아있는 생명체에게 유해할 것들이라면 피하는 것.... 그것이 습관이 되어 버린, 어쩌면 유별난 우리 네식구의 일상이다.
우리집에 없는 것들을 떠올리면...종이컵, 물티슈, 일회용 페트, 배달용기, 스티로폼상자, 키친타월, 음식물쓰레기봉투, 나무젓가락과 일회용 수저, 주방용 비닐랩, 이쑤시개, 일회용 면봉 등등등... 쉽게 버려질 것들이 없다.
가끔, 수리기사님을 비롯 우리 집에 오시는 분들 중에 물티슈나 페트생수를 찾으실 때 나는 행주나 걸레를, 차나 음료를 탄 물병과 컵을 건네어드린다.
쉽게 물티슈 몇 장 뽑고 쓰고 버리는 것, 페트생수를 배달하고 손님에게 드리는 것이 편리함과 시간절약의 이름앞에 놓치는 것들이 참 많다.
일상을 정갈하게 조금이라도 무해하게 살아간 다는 것은 나의 시간을 내고, 에너지를 내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상대방을 향한, 생명을 향한 배려와 존중, 사랑이 아닐까?
그 제비족의 이야기를 이제 하나씩 하나씩 정돈하듯 풀어나가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