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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Apr 15. 2024

3번째 까미노 데 산티아고 day10

천국과 지옥

2024년 4월 12일 금요일 날씨 매우 좋음의 연속

Azofra ~ Redicilla del Camino 26.5km

2인실 방에서 제법 잘 잔 듯하다. 3시 넘어 한번 깨긴 했지만 6시 반까지 잤다.

매일 기록하는 게 번거롭긴 하지만 일단 밀리기 시작하면 쓰기 어려운 것이 일기라 도착 후 씻고 귀찮음을 이기고 일기부터 기록한다.

선배가 차린 아침을 알차게 먹고 다시 출발 7시 40분을 넘기니 해가 뜨기 시작한다.

지붕위로 일출이

첫 마을인 씨루에냐까지 시원한 날씨에 걷기 좋고 아침 햇살을 받은 밀밭에 풍경이 따뜻한 녹색으로 눈이 황홀해진다.

순례자이 그림자엔 후광도 생긴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것도 미라클인가?

시루에냐 마을 입구에 돌 십자가가 이곳이 순례길임을 다시 알려준다.

출발할 땐 보이지 별로 보이지 않던 순례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살짝 외로워 보이던 길에 활기가 생기고 있다.

군데군데 유채 노란색과 전반적인 녹색이 섞여 하늘의 파란색과 함께 미치도록 아름다운 풍광을 뿜어낸다. 아! 이 맛에 이 힘든 길을 걷는 것이 아닐까?

길과 사람 그리고 자연이 어우러져 순례길의 풍경이 완성된다.
맨 앞의 포도밭은 아직 새싹이 돋아나기 전이고 노란 유채,초록의 밀밭 그뒤로 검고 하얀 산맥, 그 위로는 푸른 하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뒤를 돌아본 순간 뒤쫓아 오는 순례자 무리에 잠깐 놀랐지만 이런 날씨와 이런 풍경에 순례자가 없는 것도 일종의 낭비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 보고 계속 이어지는 언덕과 내리막을 꾸준히 이어 걷는다.

첫 마을인 씨루에냐에 진입하는데 동네가 일종의 베드타운 느낌이다. 씨루에냐 구 동네는 좀 더 지나야 나온다. 이곳은 일종의 전원주택 단지로 빈집에 많은 듯 매매, 임대를 알리는 광고가 군데군데 붙었다.

순례길에서 약간 벗어나 동네 중심에 있는 성당 근처 바르에 들러 까페 꼰 레체 한잔 마셔주고 선배를 기다리는데 소식이 없다. 아마도 순례길상에 있는 곳이 아니라 지나쳤지 싶다.

씨루에냐 성당

길은 계속 아름답지만 점점 더워진다.

압도적인 느낌의 풍경이 순례자의 발길을 잡는다. 이런 느낌은 처음인듯하다.

유채꽃 재배지에서는 묘란 찌릉내 비슷한 냄새가 난다.

10킬로 넘게 걸어 대성당이 있는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순례길 상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꼽는 곳이 이곳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라고 하는데 산또 도밍고는 유명한 건축가였고 이곳에 대성당, 순례자 병원등을 지은 성인으로 추앙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 이름이 이렇다.

산또 도밍고 데 라 깔사다가 보이는 지점
길과 순례자와 도시와자연의 완벽에 가까운 조화

길에서 오전 내내 못 만났던 선배를 만나 커피한자 하고 오라 하고 난 대성당 구경에 나선다.

대성당, 작은 성당, 종탑이 작은 광장을 중정처럼 두고 각각 자리 잡고 있다.

원래 대성당에는 종탑이 있었으나 벼락에 맞아 무너지면서 지하수가 흐르는 곳으로 무너져 내렸고 18세기에 별도로 떨어뜨려 바로크 양식으로 증축했다고 한다.

종탑의 높이는 70m쯤 되고 종이 7개 있다고 하는데  이는 일곱 천국과 일주일을 의미한다고 한다.

대성당에 종탐이 없고 별도의 길하나 사이를 두고 종탑이 서있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여처차례 증축된 대성당.
대성당 남문 아치의 조각상. 가운데가 산또 도밍고그 좌우는 로마의 장군들이라고 한다.

순례자 할인받아 5유로 내고 성당투어를 했는데 시간을 들여 천천히 돌아본다면 5유로가 아깝지 않다.

성당 입구 방향
대성당 제단
무데하르 양식의 천정장식이 아름다운 십자가 유물 전시방
중정. 바닥이 독특하게 중심이 아닌 왼쪽으로 치우쳐 구배(기울기)를 주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조각 전시품 몇 점만 보여드리자면 아래의 3 작품이다.

40분 정도 대성당 투어를 마치고 다음 마을인 그라뇬까지 가는데 날씨가 급격히 뜨거워졌다.

무릎도 불편한 데다 배도 고파 걸음이 축축 처진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에 중세 다리가 있어 찬찬히 보면서 건넌다.

다시 한적한 길로 접어들자 밀밭이 참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다. 적어도 스페인은 빵이 없어 굶어 죽진 않겠다. 그래서 빵 값이 아직도 참 저렴하다.

우리나라 바게트는 뭐냐고 정말.

광활한 밀밭
그라뇬 성당

상당 앞 바르는 동네 맛집이었다. 쁘리메로로 제공하는 혼합 야채 조림이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 다시 길을 나서 오늘의 목적지인 레디씨야 델 까미노로 향한다. 그라뇬을 벗어나면 바로 라 리오하와 까스띠야 이 레온을 가르는 경계판이 나온다. 이제 포도주로 유명한 땅 라 리오하를 벗어나 까스띠야 이 레온으로 진입한다.


다음 마을까지의 4km가 10km의 느낌이 든다. 반바지로 노출된 왼쪽 뒷부분의 종아리들이 불타 올라 몹시 아프다.

선번 당한 종아리 매우 따갑다

힘드니까 경치도 그냥 그렇다 뜨겁기만 하고. 사람 마음 참 간사하다.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침대 7유로 저녁 8유로로 상당히 저렴했다. 순례자도 5명밖에 없어 매우 쾌적하게 지낼 수 있었고 심지어 뷰가 중세시대 성당이다. ^^

10인용 방
방에서 본 성당뷰
알베르게 중정
이곳의 TV 안테나는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를 향하는 화살표 모양이다. 내눈에만 그렇게 보이나? 기적이다.

7시 풀코스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도 아팠지만 아름다운 하루였다.


오늘의 지출 - 총 36.3유로

아침 커피 -1.3유로

대성당관람 - 5유로

점심 - 메누 30유로(선배지출)

알베르게와 저녁 - 각 15유로인데 내가 냄 3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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