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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May 21. 2024

AI가 만든 작품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

원효대사 해골물

2024년 2월,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대학교와 핀란드 투르크대학교 연구진이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을 바라보는 인간의 인식을 다루고 있다. ( 논문링크 )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지가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것으로 인식될 때 그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그린 작품을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예술적 창의성을 인간만의 특성으로 여기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은 감정적으로 덜 가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의 작품은 사람과의 감정적 연결이 약하다는 견해도 있다.


과거 철학자들의 말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임마누엘 칸트는 그의 저서 <판단력 비판>에서 예술은 인간의 자유로운 놀이의 소산이라고 주장하며, 예술은 인간의 이성과 감성이 결합된 결과물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관점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작품은 인간적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고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진정한 예술로 치부하지 않을 수 있다.


마르틴 하이데거는 <예술 작품의 근원>에서 예술은 진리의 실현이라고 설명한다. 예술은 단순 미적 대상이 아니라, 그 안에 진리가 담겨 있고 인간의 존재를 드러내는 역할이다. 이 관점에서 봐도 인공지능의 작품은 진리를 담고 있지 않다고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다.


과거 미학에 대한 담론을 살펴봐도,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봐도,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예술 작품을 만들었다고 믿을 때, 작품의 가치를 덜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뭐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인지 구분을 못한다는 점



위 그림은 연구진이 테스트에 활용한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이다. 이 연구에서는 입체파와 인상파 등 5개 미술 장르 작품 20점과 '미드저니'로 생성된 같은 장르의 이미지 20개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며, 평가를 부탁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와 인간이 만든 이미지를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평과 결과, 참가자들은 이미지 출처를 정확히 식별하지 못했고,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를 인간이 그린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빈번했다.


심지어 인공지능의 이미지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발견되었다.

물론 사람이 그렸다고 판단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즉,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그렸다고 생각되는 그림을 싫어한다.


물론 연구진들은 연구 결과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한다는 견해도 함께 피력했다. 인공지능 작품을 인간의 작품 기반으로 생성했기에, 사람들이 보는 작품과 매우 유사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인간의 작품과 인공지능의 작품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이야기한다.


어쨌든, 연구 결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미지의 질 보다는 사람들이 무엇을 믿느냐가 평가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미지가 인공지능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그 이미지를 더 나쁘고 감정적 가치가 낮은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네이버웹툰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었다고 의심을 받은 작품이 별점 테러를 받은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예술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손을 탄 작품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이데일리


이 연구 결과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더 이상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과 사람이 만든 작품을 구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의 평가가 더 좋기도 했다. 이는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가 모든 예술의 평균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크게 갈리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향후 인공지능 서비스가 더욱 대중화될 수 있음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별점 테러'를 겪었음에도 웹툰 제작에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웹툰 AI 페인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단기간 내에는 인공지능 작가가 인간 예술가에게 직접적 위협이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새로운 창의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창의적 작업을 보완하고, 인간은 창의적인 작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미래가 펼쳐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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