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사례는 과연?
연일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작품들로 시끄럽다. 앞선 글에서 소개한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인공지능, 소라(SORA)를 전문가들이 활용하여 만든 영상은 놀라운 영상미와 작품성으로 대중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다. 해당 글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하다. 며칠 전 작곡가 김형석이 올린 트윗도 화제다. 본인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작곡 경진대회에서 1위 한 작품이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곡이었다는 것. 심지어 텍스트만 입력받은 인공지능이 온전히 작곡한 곡이다.
[ 오픈AI의 소라와 전문가가 함께 만든 영상 ]
인공지능의 작품들이 화제의 중심이 되면서, 함께 부각되는 이슈가 바로 저작권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낸 2022년 경부터 시작된 저작권 논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정부의 규제 전문가들과 법률 전문가, 그리고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함께 해법을 모색 중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새로운 법이나 규제를 만들 때,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과거의 사례를 찾아보는 것이다. 판례가 있으면 좋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이전에 참고할 만한 사례나 관습이 있으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규제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사람이 아닌 '것'이 만든 작품의 저작권이 인정된 사례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우리가 살펴볼 것은 코끼리이다.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다. 우리 아들도 아는 동요 가사는 코끼리가 코로 음식을 먹고, 목욕을 하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 그런데 어떤 코끼리들은 코를 가지고 그림을 그린다. 손이 아니라 코로 붓을 잡고 말이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코끼리는 관광객 앞에서 그림을 그린다. 코끼리 이름을 그림에 새겨 넣기도 한다. 낙관 쾅! 아프리카와 동남아에서 코끼리를 이용한 관광 상품은 상당히 많다. 대부분은 코끼리를 타는 체험이지만, 간혹 위와 같이 코끼리를 이용한 기이한 일들도 벌어진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은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 학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림 그리는 행위 역시 코로 붓을 잡게 하는 과정에서 학대 행위가 많다는 비난이 상당하다.
문제는 코끼리가 그린 그림이 판매된다는 것. 잘 그린 작품은 100달러 이상의 가격으로도 판매된다고 한다. 이 수익이 코끼리에게 돌아갈리는 만무하다. 코끼리가 학대를 받으며 그린 그림의 저작권은 안타깝게도 코끼리를 사육하는 주체에게 돌아가는 듯하다.
이번에는 사람이 아닌 '것'이 개입한 작품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해 달라는 소송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실제로 2011년 원숭이 '나루토'가 찍은 사진에 대해,
원숭이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소송이 진행되었다.
2011년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서 여행 중이던 영국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가 잠시 카메라를 내려놓는 사이, 한 호기심 많은 원숭이가 카메라를 잡고 자신의 셀카를 찍었다. 셀카를 찍은 주인공은 바로 '나루토'. 이 셀카 중 몇 장이 인터넷에 공개되며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위키미디어'라는 업체는 이 원숭이 셀카를 무료로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 사진작가 슬레이터는 자신의 사진기에서 나온 사진이니, 저작권자는 자신이다고 주장한다. 위키미디어는 사진을 찍은 주체가 원숭이기 때문에 슬레이터에게 저작권이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2015년, 슬레이터는 자신의 카메라가 담은 침팬지 사진에 대해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한 소송을 진행한다. 하지만, 법원은 슬레이터의 저작권을 인정해주지 않는다.
여기서 일단락되었으면 저작권 소송이 진행되었구나 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PETA라는 동물권리보호단체가 개입하면서 발생한다. 그들은 원숭이에게 저작권이 있다고 주장을 하였고, 이 논쟁은 또다시 법정 다툼까지 이어지게 된다. 기나긴 소송 끝에 결국 법원은 동물에게도 저작권이 없다고 판결한다.
당시 법원의 주요 논지는 다음과 같다.
저작권의 경우 ‘창작자’ 즉 사람에게만 한정된 권리이기 때문이기 때문에, 셀카의 저작권은 주인에게도 원숭이에게도 주어지지 않는다.
이처럼 저작권은 사람이 아닌 것에는 가차 없다.
심지어 사람 역시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창작에 참여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현재도 진행 중이다.
국내 저작권을 관장하는 문체부 산하 한국저작권위원회는 2023년 말, '2023 저작권 등록 심사 편람'에 AI 창작물에 대한 지침을 업데이트하였다. 새로운 지침에 따르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작품은 원칙적으로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으며, 따라서 저작권 등록이 불가능하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간이 기획하고,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들도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롬프트 입력만 한 경우에도 저작권 인정은 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에 '그림 그리는 코끼리를 그려줘'라고 명령해서 나온, 본 글의 타이틀 그림은 저작권 등록이 불가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 인정되는 경우, 해당 작품은 '편집저작물'로 등록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나라지식정보라는 업체가 만든 영화는 AI 창작물이지만, 편집저작물로 2024년 등록되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 사례라고 한다. 저작권이 인정된 결정적 이유는 많은 부분에 인간 노력이 투입되었다는 점.
이러한 현재의 기조에 따르면, 글 서두의 사례 중, 인공지능이 작곡한 노래는 저작권 인정을 받기가 쉽지 않을 듯하다. 반면, 전문가가 소라와 함께 만든 영상은 인간의 창작활동의 정도에 따라 저작권 인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인간의 개입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계속해서 해결할 점이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생성형 인공지능 자체가 저작권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텍스트, 코드, 그림을 생성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었고, 다수의 인공지능 업체는 소송을 당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애초에 저작권을 위반한 생성형 인공지능 도구들이기에, 그들이 만든 작품의 저작권은 인정하면 안 된다는 주장도 힘을 받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활성화될수록 이러한 논란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온전히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의 저작권을 논하는 것은 그래도 쉬운 축에 든다다. 작품의 일부만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았거나, 인공지능으로부터 영감만 받았을 경우에도 사람에게 저작권을 인정해 줄 수 있을까?
이미 이러한 논란 역시 현재 진행형이다.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일본의 저명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탄생하였기에. 관련 내용은 아래에서 확인 가능하다. 아무튼 이래저래 시끄러운 일 투성이인 인공지능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