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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Nov 21. 2024

그 팀은 응원하지 마오

롯데는 되지만, 인천은 안 된다

아들을 가진 아빠로서 로망이 있다면, 

함께 야구장에 가서 응원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롯데 자이언츠를 함께!


이를 위한 사전 작업은 진행 중이다. 집에서 TV를 자주 안 틀기에, 야구를 보여줄 기회는 적지만, 정말 중요한 경기는 보여주면서 롯데 자이언츠가 좋은 팀이란 걸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아이도 눈치가 있어서 다 안다. 롯데가 맨날 진다는 것을.


야구팬이면 공감을 하겠지만, 응원 팀이 별의별 지x을 하다가 질 때면 기분이 자연스레 안 좋다. 괜히 혼자 짜증도 낸다. 그러면 아이가 물어본다.


롯데 또 졌어?


그리고 한 마디를 꼭 더 붙인다.


"도대체 롯데는 언제 이겨?"



야구에 대한 흥미는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다. 하지만 남은 관문 하나. 과연 직관을 가서 버틸 수 있는지! 야구는 최소 3시간 진행되기에, 직관하다가 지겹다고 나가자고 할 수도 있다. 어른도 야구장에 가면 온전히 집중하기 힘든데, 아이는 어떻겠는가?


그래서 직관에 대한 흥미를 돋우기 위해, 야구보다 좀 더 쉬운 직관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축구다!


때마침, 아이의 삼촌이 인천에 살고 있고, 근처에서 '인천 FC'의 K리그가 열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FC서울 경기를 보려 했으나, 티켓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고, 관중도 너무 많은 것 같아, 비교적 티켓팅이 여유로운 인천 경기를 보러 가기로 했다.


사실, K리그는 크게 관심이 없다. 축구팬을 자처하지만, EPL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고 국대 경기나 보는 정도이다. 그래서 K리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전혀 몰랐지만, 직접 아이와 함께 축구를 본다는 것만으로 설레기 시작했다. 아이가 지겨워하면 달래줄 먹거리를 잔뜩 사들고, 인천전용구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관중도 상당히 많았고, 그 관중들도 과열된 분위기였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순위를 살펴보니. 인천이 꼴찌였다. 그리고 우리가 직관한 그 경기가 바로, 인천의 강등여부를 결정짓는 경기였다. (축구는 순위가 최하위권으로 처지면 하위 리그로 강등됩니다)



우연히 직관한 경기가 강등을 앞둔 팀의 마지막 처절한 혈전이 펼쳐지는 경기라니. 팬은 아니지만, 경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도 뭔가 화끈한 분위기에 녹아들었는지, 경기장을 재밌게 살펴본다. "진짜 축구야!" 라며 방방 뛰기도 한다. 아이에게 지금까지 TV로 본 축구는 '가짜 축구'였나 보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고. 

상대팀 대전이 2골을 빠른 시간에 넣어 버린다.


전반전에 이미 2:0으로 점수가 벌어짐



우리가 관람한 경기는 주말에 열린 경기다. 그래서 가족 단위 관람객이 많았다. 우리 앞줄에도 가족이 인천을 응원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초등학생 아들이 모두 인천 유니폼을 입고 올 정도로 열혈 팬이었다. 


하지만, 경기가 초반에 2 대 0이 되며, 인천의 강등이 현실화되자. 앞자리 있던 초등학생 어린이는 울음을 터트린다. 부모는 달래주느라 정신이 없다. 결국, 전반이 마치기도 전에 그 가족은 잠시 자리를 비울 정도로, 아들의 상심은 컸다. 후반전에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응원에 열중하던 가족이었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인천 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뒤집지 못하고 결국 2 대 1로 인천이 패배하고 만다. 인천의 강등이 확정되는 순간이다. 팬들은 여기저기서 울음을 터트린다. 


3자임에도 마음이 아픈 순간이었는데, 팬들은 어떤 마음일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와이프는 이 와중에 뼈를 때리는 말 한마디를 한다.


야구는 강등 없어서 다행이네
아님 롯데 맨날 강등될 텐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초 K리그 직관의 목적은 아이가 내년에 야구장 가서 직관을 잘할 수 있도록, 미리 직관 연습을 시키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이는 다행히 2시간이 넘는 축구를 꽤나 집중해서 관람하며 재미있어했다. 물론, 아이를 앉혀놓기 위해 먹을 것을 엄청 투입하긴 했지만.


그리고 본인이 응원한 팀이 인천이라는 걸 알고, 왜 인천을 응원해야 하냐고 물어보더니, 이내 인천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감탄도 하고, 선수들이 헤딩을 할 때면, 머리로 공을 친다고 웃기다며 한참 웃음을 터트린다. 무엇보다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을 열심히 바라보며, 후반쯤에는 응원 구호에 맞춰 리듬도 탔다. 


이 정도면 내년에 야구 직관을 가도 충분할 것 같다.

문제는 야구 티켓팅 난이도가 높다는 점. 


또 하나의 사소한 문제는.

아이가 인천 경기로 축구에 입문을 하다 보니, 인천을 자기 팀으로 알고 있다. 


아래 영상을 한 번 보자.



축구는 인천.

야구는 롯데.


기가 막힌 조합의 응원팀을 가지게 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우려가 된다. 와이프는 앞으로 아이 앞에서 "롯데"와 "인천"은 금지어란다. 기왕 스포츠를 볼 거면 강팀을 응원하게 만들어야지, 왜 약팀을 응원하게 만들어 고난의 길로 가게 하냐는 것이 와이프 생각이다. 


아들아,

롯데는 괜찮지만, 축구 응원팀은 다시 찾아보자꾸나

(맨유는 어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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