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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un 17. 2024

AI가 임윤찬처럼 연주한다고?!

우리 집의 만 3세 어린이가 흥미를 가지는 장난감은 매일 바뀐다. 흥미를 잃어 결국 당근으로 나가게 된 장난감도 있는 반면, 꾸준히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있다. 그중 하나가 '핑크퐁 피아노'이다.


아직 피아노를 칠 줄 몰라, 아빠한테 늘 노래를 연주해 달라고 한다. 처음에는 자기가 아는 동요를 연주해 주면, 옆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췄다. 그리고 아빠가 한 것처럼, 본인도 연주해 보려고 노력한다. 물론 잘 되지는 않는다.


요즘은 놀이 방법이 좀 달라졌다. 아빠가 처음 음 몇 개를 누르면, 아이가 노래를 맞추는 식이다. 예를 들어, 내가 '도도 솔솔' 정도 치면 아이가 '작은 별' 이렇게 맞추게 된다. 아래 핑크퐁 피아노가 우리 집에 있는 장난감인데, 건반 위에 있는 버튼이 피아노에 내장된 노래를 의미한다. 저 노래의 첫 소절을 연주해 주면 아이가 맞추고는 버튼을 누른다. 어제는 거의 모든 노래를 맞추는 기염을 토했다.


(좌) 자기가 피아노 만들었다며, 연주하는 모습 (우) 우리집에 있는 피아노 (PPL 아님!)


이쯤 되면, 눈에 콩깍지, 아니 귀에 콩깍지에 씌일 만하다. 혹시 '우리 아이가 절대 음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유아 때부터 들려준 클래식의 영향인가 자화자찬하다가, 엄마와 아빠의 음악적 재능을 볼 때 절대 음감까지는 아닐 거라는 생각에 흥분은 가라앉는다.


대학 시절, 국악고에 다니는 학생의 수학 과외를 하며 음악 하는 친구들의 세계를 엿본 적이 있다. 그들이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는지, 또 얼마나 타고나야 하는 지를 들으며, 업으로 예술을 하는 것이 정말 어렵구나 생각했었다. 과외했던 친구 역시 절대 음감이었고, 친구들 다수가 절대 음감이라고 한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타고나야 음악을 업으로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그 친구는 잘 나가는 작곡가가 되었다고 한다.




최근 국내에 가장 핫한 음악가 하면 단연코 임윤찬을 꼽을 수 있다. 조성진이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스타덤에 올랐듯이, 임윤찬 역시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대중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된다. 먼저, 콩쿠르에서 연주하는 그의 모습부터 보자. (개인적으로 유튜브의 가장 장점 중 하나가, 이러한 공연을 장벽 없이 볼 수 있는 접근성이라 생각한다)



임윤찬의 우승 뒤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 결선 연주 불과 하루 전날, 당초 연주하기로 한 독일산 스타인웨이 대신,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악기를 긴급 교체한 것. 기존 악기의 소리가 불편하게 들렸다고 한 그는, 모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악기를 교체한다. 그리고 최종 결선날 교체한 미국산 스타인웨이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완벽하게 연주한다.


이처럼 피아노 연주는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천차만별의 소리를 낸다. 또한, 피아니스트의 호흡, 리듬, 그리고 건반의 압력에 따라 같은 곡이라도 전혀 다르게 해석이 된다.


그런데 AI가 스타인웨이로 임윤찬이 연주한 것을 따라 할 수 있다고!!??


스타인웨이는 피아노계의 명품으로 유명하다. 이 피아노에는 1만 2,000여 개의 부품이 들어가고, 250명의 기술자가 1년 동안 정교하게 제작한다. 피아노의 외관은 10여 층의 단풍나무 재질로 만들어지며, 피아노의 모든 부분이 명확하고 울림 있는 음색을 내도록 계산되어 있다.


스타인웨이 제품은 다양하다. 기본 가격만 해도 약 15만 달러로 고가이다. 여기에 '스피리오' 기술을 추가하면 약 2만 9,000달러에서 4만 8,000달러가 추가된다고 한다. 즉, 스피리오가 탑재된 피아노는 우리 돈으로 2억 7,0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스피리오의 기능이 무엇이길래 이리 고가일까?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구매한 사람 절반 이상이 스피리오 기술이 탑재된 피아노를 선택한 것을 감안하면, 그 기능이 더욱 궁금해진다.


국내에도 출시한 스타인웨이 스피리오 피아노


우선 스타인웨이 스피리오 피아노의 건반 뒤에는 광학 센서가 장착되어 있다. 이 센서들을 통해 피아노 줄에 닿는 속도를 계산해 연주를 기록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센서가 피아노에 내장되어 연주를 기록한다. 이렇게 기록된 연주는 편집이 가능하다. 음의 길이를 늘이거나 줄일 수도 있고,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더욱 중요한 기능은 이렇게 기록된 연주를 피아노가 스스로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스스로 연주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유명 피아니스트가 스타인웨이에서 연주를 하면, 피아노 스스로 연주를 재현할 수 있다. 즉, 임윤찬이 스타인웨이로 연주하면, 그 연주는 기록이 되고, 이후 피아노는 스스로 임윤찬이 한 연주를 그대로 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스타인웨이 스피리오 라이브러리에는 4,000개 이상의 연주가 등록되어 있다. 이를 받아오면 집에서 자동으로 연주가 된다. 이 라이브러리에는 현재는 고인이 된 피아니스트의 연주도 등록되어 있다.


즉, 3억 정도만 투자하면 우리 집 피아노는 임윤찬 연주를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고작 3억! 에 임윤찬 연주를 거실로 가지고 올 수 있다면 남는 장사이..겠..죠?




어젯밤 있었던 일이다.


인공지능 스피커 아리아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왔다. 아직 애국가가 무엇인지 알려준 적이 없기에, 이 기회에 애국가가 무엇인지 우리 아이에게 알려주기로 결심하고 물어본다.


아빠 : 윤우야, 이 노래 뭔지 모르지?

아이 : 아니, 아는데.

아빠 : (얘가 또 뻥치네) 무슨 노래야?

아이 : (이것도 모르냐는 표정으로) 축구 시작할 때 나오는 노래잖아!


출처 : SPOTVNEWS


아!


상당히 오래전, 축구 A 매치를 볼 때 애국가가 나온 걸 들었나 보다. 며칠 전 치러진 A매치 월드컵 예선은 함께 집에서 보지 않았기에, 최소 지지난번 A매치 기간에 들었다는 건데...


그걸 아직 기억하고 있다니!

아빠의 콩깍지가 다시 씌이고 있다!




오랜만에 육아와 인공지능을 결합한 에세이 발행합니다. 매주 1편씩 연재하기로 약속했으나, 최근 아이가 커가면서 더 이상 아이스러움이 사라지고, 사고뭉치 유치원생이 되고 있습니다. 유아가 한 말이면 번뜩이지만, 유치원생이 하면 평범한 이야기들이라 글을 발간하기를 망설이게 됩니다. 기다리신 분들은 많이 없으시겠지만, 비정기적으로 윤우 소식 들려드릴 테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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