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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운 Jul 01. 2024

우주에 중력을 가져가고 싶은 아이

우주에 또 없는 것은?

지난 주말, 아빠와 도서관에 간 생후 42개월 아이는 오랜만에 우주 책을 한 권 빌려왔다. 초등학생쯤 되는 주인공이 우주로 가는 내용을 담은 책을 흥미롭게 읽던 녀석. 주인공이 우주 정거장에서 둥둥 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지구처럼 걷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더니, 책을 읽어주던 아빠에게 물어본다.


아이 : 우주에서 왜 못 걷는지 알아?

아빠 : 왜 못 걸어?

아이 : (당당한 표정으로) 중!력!이 없어서 그래

아빠 : (소울리스) 아, 그랬구나! 

아이 : 내가 중력을 가지고 우주로 갈 거야!

아빠 : ......??!!




중력은 우리 일상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존재다. 공기와 같다. 그 존재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나 만약 중력이 없다면, 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할 것이고, 우리의 내장 기관들이 둥둥 떠다니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얘기한다.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에 따르면, 모든 질량을 가진 물체는 서로 끌어당긴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질량과 에너지가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중력이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이들에 의해 중력의 작용은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이 된다.


중력은 너무나도 특이한 존재다.


우리의 물리 세계에는 네 가지 기본적인 힘이 있다. 중력, 전자기력, 강력, 약력이다. 전자기력은 빛의 알갱이로 알려진 광자(光子)가 매개입자이다. 강력과 약력은 핵과 관련이 있는 힘으로, 각각 글루온과 W와 Z 보존이 매개입자이다. 이들 매개입자들이 힘을 전달해 주기에, 중력을 제외한 세 가지 힘은 정체가 명확히 밝혀졌다.


사실 강력과 약력은 명확하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중력의 매개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은 중력의 매개자를 '중력자(graviton)'라고 미리 이름도 붙여 놓았다. 그럼 왜 과학자들은 중력자를 찾으려고 하는 걸까? 이는 아직 우리가 중력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중력은 다른 세 가지 힘과 너무나도 다른 특성을 가진다.  


중력은 다른 기본적인 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약하다. 그래서 나머지 세 가지 힘과 통합이 되지 않는다. '통일장 이론'은 자연계의 네 가지 기본적 힘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이론이다.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을 결합하려고 오랫동안 노력해 왔지만, 중력이 전자기력에 비해 매우 약한 힘이기에, 통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력이 특별히 약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다. 뉴욕대학교의 지아 드발리 교수는 중력의 대부분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고차원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에 중력이 약하다고 설명한다. 마치, 중력이 다른 차원에서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 우리가 사는 차원에는 아주 조금만 영향을 주는 것만 같다. 


중력자 대신 '중력파'가 발견되긴 했다. 중력파는 질량을 가진 물체가 가속 운동할 때 발생하는 시공간의 파동으로, 아인슈타인이 그 존재를 예측한 바 있다. 2015년 미국에 위치한 라이고(LIGO) 검출기가 중력파를 직접 검출하면서, 중력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라이고 관련해서는 다음 글 참고 : AI는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까? )




무중력은 위험하다?


중력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문제는 물리학자에게 맡겨 두고, 다시 무중력의 세계로 돌아가보자. 


미국인 우주비행사 스콧 켈리는 2015년 3월부터 340일 동안 무중력 상태의 우주정거장에 머물렀다. 미국인으로 가장 우주에 오래 머문 것으로도 기록된 스콧의 우주 비행에는 아주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바로 장기간의 우주 비행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몸으로 연구하는 것! 스콧에게는 일란성쌍둥이 마크 켈리가 있다. 두 쌍둥이 형제가 각자 지구와 우주에서 생활을 한 후, 신체 변화를 비교해 보면 우주에서의 체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현재 미국의 상원의원이기도 한 마크 켈리 역시 우주비행사 출신이다. 마크가 지구에서 340회의 자전을 겪는 동안, 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5440바퀴 돌고 온 스콧의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구에 머물렀던 쌍둥이 동생 마크(왼쪽)와 우주비행사 형 스콧(오른쪽)


장시간의 우주 체류는 많은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측정되었다. 면역 체계가 약화되고, 눈 기능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하였으며, 인지 능력 저하, 염색체 구조 변화 등도 발생하였다. 특히, 세포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 역시 발견된 문제 중 하나이다. 반대로, 노화를 가져온다고 알려진 텔로미어는 우주에서 오히려 길어졌다는 관측 결과가 나와 많은 이들의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텔로미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짧아지는데, 우주에서 역으로 길어졌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이에 대한 해석을 담은 연구 결과도 추후 나왔다)


스콧의 건강 변화는 무중력과 방사선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우주에서 생활해야 하는 우주비행사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주의 환경이 유발하는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달을 넘어 화성이나 토성의 위성까지 여행을 하게 될 텐데, 장기간의 우주 생활이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인공중력"이다. 우리 아이가 우주로 가지고 간다고 했던 중력을 실제 우주로 가지고 가려는 시도가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인공 중력은 무중력 상태에서 발생하는 건강 문제를 완화하고, 우주비행사들이 장기간 우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직 장거리 우주여행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인류는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 중이다. 




우주 책을 읽어 나가던 우리 아이는 우주복을 입은 우주비행사를 보더니, 또 아는 체를 한다.


아이 : 우주에 공기가 없어서 우주옷을 입어야 해!


그러더니, 가지고 가고 싶은 것들을 더 이야기한다. 


아이 : 우주에 중력이랑 공기 가지고 가자!

         에어컨이랑 나무도 가지고 가자!


우주에 가는 걸 소풍 가는 것처럼 생각하나 보다. 가지고 가고 싶은 건 다 가지고 우주에 가고 싶어 하는 녀석이다. 그런데 왜 하필 에어컨이랑 나무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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