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육아에서 조직관리자 리더십 배우기

by 수메르인

내가 조직관리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육아에서 다 배웠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사를 세워 아이폰을 만든 전설의 인물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그의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그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졸업식에서 과거의 방황과 실패를 주제로 연설한 적이 있다.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뜬금없이 리드 칼리지(Reed College)에서 서체(Calligraphy) 강의를 청강했다. 10년 후 애플사를 창립하고 개인용 컴퓨터를 만들 때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려한 서체를 도입할 수 있었다.


후에 자기가 만든 애플사에서 쫓겨난 후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픽사와 차세대 콘셉트의 컴퓨터를 만드는 넥스트사를 창립했다. 그동안 애플은 매너리즘에 빠져 쇠락했고, 스티브 잡스는 재충전의 시간을 거쳐 애플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그 결과 아이팟, 아이폰 등 우리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꾼 제품들을 만들었다.


그는 "점 연결하기(connecting the dots)"라는 표현으로 그의 일생을 설명했다. 일견 관련 없어 보이는 서체 강의, 애니메이션 회사 등의 경험이 나중에는 하나로 연결되어 삶의 한 궤적이 됐다.




첫째, 둘째 아이를 연달아 낳으면서 약 3년 반 동안 육아휴직을 하고 전업주부로 살았다. 10년 넘게 나를 정의했던 직장인이라는 정체성은 사라지고,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빌리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산후우울증까지 왔다.


복직하니 그동안 동료들은 모두 승진하고 나만 뒤처져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직장생활은 모든 것이 낯설었고, 회사 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보냈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종료하면 바로 아이들을 픽업해서 저녁을 해 먹이고 씻기고, 다음날이면 다시 애들 등원 준비와 출근 준비를 동시에 하는 고된 나날이 이어졌습니다.




남들보다 뒤늦게 조직관리자가 되어 새로운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이제는 혼자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의 팀원을 이끌고 다독여서 성과를 내야 하는 역할이 요구되었습니다. 처음 하는 경험이지만 왠지 낯설지가 않았습니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겪어왔던 것들이 놀랄 정도로 팀장이 해야 하는 역할과 닮았기 때문입니다.


애를 키워보니 사고가 거시적이고 유연 해지더군요.(안 되는 건 없다!)


아이는 커가면서 욕구와 반응이 바뀝니다. 말을 배워가면서 대화의 수준과 내용도 달라집니다. 7살짜리를 신생아와 똑같이 대할 수는 없겠죠. 어제는 말을 들었지만 (머리가 굵어졌다고) 오늘은 반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의 인생이라는 큰 관점에서 보면서 동시에 아이에 연령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응합니다. 이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애들하고 있다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능력이 향상됩니다.(궁예의 기술?)


갓난아이는 어떤가요? 젖을 주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온습도를 맞춰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졸리면 재워주고요. 하지만 우는 것이 유일한 의사표현입니다. 그러면 부모는 시행착오를 통해 울음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구분해가며 아기가 의사 표현하는 것을 알아채야 합니다. 아이가 언어로 완전히 의사 표현하려면 보통 만 삼 년 정도 걸립니다. 말을 유창하게 해도 인생의 경험이 짧기 때문에 아이는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인 앨버트 메라비언(Albert Mehrabian)에 따르면,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할 때 시각이 55%, 청각이 38%, 말의 내용은 7%만 작용한다고 합니다. 즉, 효과적인 소통에 있어 말보다 비언어적 요소인 시청각이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아이를 키워보고 난 뒤에 분위기를 읽는 능력이 증가한 것을 느낍니다. 말로 안 해도 아는 그 미묘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출산 전엔 몰랐던 감각입니다.


아이들을 보며 평정심을 키웠습니다.(몸에 사리가 한가득!)


아이를 키우다 보면 화를 내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올라옵니다. 위험한 거 하지 말랬는데 말 안 듣고 다쳐와서는 아파서 웁니다. 그래도 내 자식이니까 참습니다. 그에 비하면 팀원들을 대하는 것은 수월합니다. 일단 성인이고 최소한 말귀는 다 알아듣습니다. 사고를 치는 범위(?)가 아이들에 비하면 예측 가능한 편입니다. 이렇다 보니 팀원들이 기대에 못 미쳐도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내 자식도 맘대로 안되는데..."라며 달관합니다.




육아휴직은 경력단절 기간이 아니라 리더십을 미리 훈련하는 기회였습니다. 조직관리자가 되자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점 연결하기(connnecting the dots)"의 의미를 깨달았습니다.


현재의 일을 당장 미래와 연관 짓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가고자 하는 길과 상관없어 보여도 순간순간을 충실히 살아간다면 언젠가 그 순간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인생의 궤적이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Cover Photo by Aedrian on Unsplash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