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보다 오래 기억될 21등
좋은 세상이다.
손 안의 화면만 열면 내가 있는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한없이 비루하게 느껴지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고개를 든다.
이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내가 초라하게만 보일 때도 많았다.
화면 속 사람들은 뚝딱뚝딱 무언가를 완성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나는 몇 주를 붙들고 씨름해도 제자리일 때가 많았다. 성과도 미미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안 되는 사람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작은 것 하나라도 끝내보자는 마음으로 버텼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려 애썼던 수많은 하루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지켜주고 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보게된 한 장면이 떠오른다.
릴레이마라톤 경기였는데 달리던 중에 넘어져 발이 부러진 선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무릎을 질질 끌며 300미터를 기어가 끝내 바통을 다음 주자에게 넘겼다.
무릎엔 피가 흘렀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의 팀은 그날 경기에서 21등을 했다.
순위로만 기록되는 스포츠경기에서 이미 하위권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끝까지 기어갔다.
나는 그날 경기의 1등이 누구였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기어간 그 선수, 이이다 레이의 이름만 가슴에 남아 있다.
포기하지 않는 마음은 결과보다 오래 기억되는 것 같다.
과거에 포기하지 않았던 날들이 지금의 나에게 한번 더 해보라며 용기를 주고 있다.
"한 번에 잘하는 사람은 없어.
한번 더 하는 사람이 잘하게 되는 거지."
오늘도 한번 더 천천히 기어서라도 좋으니
포기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를 기억할 날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이 글을 읽는 당신의 하루 또한
마음 속에서 오래도록 기억되는 장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