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견을 바라보는 마음, 뭘 준비해야 할까
유치원을 막 개원했을 때 내 강아지들은 각각 5~6살 정도 됐던 것 같은데 지금은 벌써 11살, 12살이다. 이제는 아무 일 없이 걷다가 '깽' 하거나, 귀를 긁다가 비명이라도 지르면 허리가 아파서 그런 건지 그냥 귀를 긁다가 잠깐 따가웠던 건지 걱정부터 앞설 때가 있다. 작년 겨울엔 산책을 가다가 '깽'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이 종종 있어서 더는 미루지 말고 병원을 가자는 생각에 야간진료를 갔던 적이 있다. 엑스레이를 찍어봤지만 크게 문제 될 건 없었고 '그냥 나이가 들어서 갑자기 그럴 수도 있다'라는 이야기만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어이쿠 허리야' 뭐 이런 느낌이었을까.. 올 초에는 지켜봐 오던 물혹이 커지는듯하여 병원에 촉진을 보러 들렀는데 '음, 자세히 알지 않는 게 좋을 수 있어요. 그냥 맛있는 거 많이 먹이고 그냥 별 탈 없이 살아왔으면 그냥 지금처럼 키우세요'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이번에도, 저번에도 나는 그저 진료결과만 들었을 뿐 해줄 수 있는 건 딱히 없어 보였다.
우리 유치원이 개원한 지 시간이 꽤 흐르다 보니 6개월 때부터 등원했던 강아지들이 벌써 7살이 되고, 2~3살부터 등원했던 강아지는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나는 귀여운 유치원 강아지 하나를 떠나보냈다.
사실 소리소문 없이 등원을 안 하게 되면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아니면 말없이 이사를 갔겠거니 생각하지만, 나이가 이미 가득한 친구들이 등원을 며칠 하지 않으면 걱정부터 앞서지만 선뜻 연락하기가 두려워질 때가 있다. 바로 며칠 전까지 다니던 강아지의 죽음을 갑자기, 그리고 처음 접하다 보니 유치원에 있는 사람도 조용해지고, 강아지들도 덩달아 숙연해졌다.
이미 나이가 많이 차서 우리를 찾아온 그 강아지의 사연은- 함께 살던 강아지가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면서 활력을 주기 위해 유치원 등원을 시작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그 강아지의 뒤를 따라 무지개다리를 건넌 것이다. 처음 등원 했을 때 10~11살 되도록 한 번도 접하지 못한 유치원이다 보니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했던 것도 잠시, 그 누구보다 의욕적이고 씩씩하고 웃음이 정말 예뻤던 강아지였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고 어느 날 그 강아지가 같은 반 하얀 포메라니안 친구에게 유독 친밀감을 느끼는듯했다. 평소 다른 강아지에게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터라 무슨 일일까 싶어 가족에게 원내활동을 전해주니, 이전에 함께 살던 강아지가 하얀색 포메라는 말을 들었다. 항상 같은 반에서 활동하던 강아지였던 터라 낯섦도 잠시,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었다. '설마 먼저 간 강아지가 함께 무지개다리를 건너자고 꿈에 마중 나왔던 것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이 왜 스쳐 지나갔던 것일까. 그로부터 일주일 정도가 흐른 후 며칠 동안 등원이 없던 그 강아지가 우리 곁을 떠났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
우리는 한동안 그 친구의 등원시간에 유치원 출입문이 열리면 반사적으로 맞으러 나갔다가도 '아 이제 안 오지..'라는 생각으로 현실을 덮어야만 했다. 장례는 잘 치렀는지, 혹시 납골당이 있으면 찾아가도 되는지 한두 마디 더 물어보고 싶어도 슬퍼할 가족을 생각하면 차마 물을 수도 없었다.
유치원 강아지들의 평균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아무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미래인지라 준비하기 어려운 것들 뿐이다. 그중 가장 어려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의 수의를 정성스럽게 준비해 보고 장례식장을 알아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는 요즘이다. 갑자기 강아지가 세상을 떠나게 됐을 때 아무 준비 없이 보내면 많은 미련이 남을 것 같다. 떠나는 강아지보다 남을 사람을 위해 하는 일이겠지만 요즘 나는 내 강아지의 맞춤 수의를 작가들이 활동하는 한 어플에서 알아보고 있다.
두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이 있다면, 이미 노견인 내 강아지가 병원에서 특정 병명을 들었을 때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내 강아지의 병명으로 의심되고 있는 암은 항암을 할 경우 강아지의 남은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반면, 항암으로 연장할 수 있는 기대수명은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더 좋은 것을 보여주고,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보고, 평소 건강을 생각해서 주지 않았던 특별한 간식도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지금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