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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 May 04. 2022

쌍도가니 아작

캐나다 의료 시스템과 한국 의료 시스템

무슨 일인진 모르겠지만 3월 초부터 무릎이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벌써 2달 가까이 이 지긋지긋한 고통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3월 초에 날씨가 좋아지다 못해 화창해진 밴쿠버 햇살에 못 이겨 밖에서 뛰겠다며 한 3일간 뛴 후부터 이 모든 악몽이 시작되었다. 


난 그때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처음 하루는 문제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뛰는 날이니 300m 정도만 가볍게 뛰었다. 그리고 대망의 내가 이 글을 쓰게 만든 원흉인 두 번째 날 , 난 3킬로를 겁 없이 뛰었고. 한동안 뛰지 않았어서 적응이 안 된 내 무릎은 잘못된 자세로 무릎에 작은 고통을 호소하게 되었다. 


근데 미련하게도 그냥 거기서 멈추면 될 것을 무릎 아대를 차고 러닝머신에서 그다음 날 또 1킬로를 뛰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며 다니길 2-3일 그리고 또 괜찮다 생각하고 뛰길 한번.

그렇다 내 무릎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만 것이다. 


결국 양쪽 무릎 둘 다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난 그저 이걸 안 쓰던 근육 써서 아픈 거겠지 하며 아무 생각 없이 평소와 똑같이 생활을 계속 지속하였다. 


그리고 회사에서 비즈니스 트립으로 미국에 가서 3박 4일간 하루 8시간 가까이 걸어 다녔더니 무릎이 남아나질 않았다. 


물론 역도도 주 2-3회 가는 걸 멈추지 않았으며 아침마다 러닝/퇴근 후 근력 이 루틴 또한 바꾸질 않았다. 

가련한 양측 무릎은 결국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작은 동작만으로도 화끈한 고통을 전달하기 시작했다. 이때조차 나는 그저 대퇴 사두 근육을 갑자기 많이 써서 근육이 뭉쳤다고만 생각하여 한국 정형외과에서 3년 전에 어깨 통증으로 처방받은 근육 이완제와 폼롤러로만 버텨 냈다.


이게 무슨 미친 짓인가 싶겠지만, 



사실 이건 캐나다 의료 시스템도 한몫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는 사람들은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을 매우 부러워하며 캐나다 사람들도 캐나다의 의료 시스템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일단 MSP (각 지역마다의 이름은 조금씩 다르다) 또는 헬스케어 카드만 있다면 패밀리 닥터(주치의;이하 팸닥 ) 혹은 드롭인 닥터의 리퍼럴만 있다면 웬만한 치료는 무료이기 때문이다. 단 여기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이 팸닥 프로세스는 매우 느리다. 정말 느리다 미친 듯이 느리다. 


진심 기다리다 죽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내가 몇 달 전에 항문에서 하혈을 1-2주간 해서 드롭인 닥터를 찾아간 적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난 캐나다에서 11년을 살았는데도 팸닥이 없다. 왜냐, 팸닥 찾기도 무슨 프로듀스 101 급으로 어렵고, 다들 줄 서있거나 의사가 어느 날 갑자기 지역 이동을 해서 사라진다. 진짜다. 내가 그 산 증인이다. 몇 년 전 어렵게 집 근처에 새로 생긴 병원에 팸닥을 연결했으나,


WOW, 어느 날 갑자기 증발했다. 


오랜만에, 팸닥을 찾아 병원에 갔더니, 팸닥이 다른 지역으로 갔다고 내 팸닥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 찾으라고 통보받았다. 아니 적어도 옮기기 전에 다른 팸닥을 리퍼럴 해주던가 미리 말을 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여하튼, 그 뒤로 계속 기회가 안돼서 팸닥 없이 드롭인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나의 델리케이트 한 항문에 대해 이야기를 다시 하자면, 코비드 덕분에 더욱 복잡해진 클리닉 절차에 따라 전화상 닥터와의 어포인트먼트 이후 실제 대면 어포인트먼트를 잡게 되었는데. 이때도 그저 간단한 검사만 가능하다. 검진 후 이건 대장 내부의 문제였기에 스페셜리스트한테 리퍼럴을 해주겠다고 했다. 

여기서 스테 셜리스 트는 대장항문외과의를 연결해주겠다는 거다. 근데 캐나다는 이런 스페셜리스트를 직접 만나는 게 매우 어렵다. 프라이빗으로도 곧바로 가는 프로세스가 존재는 하나 비용도 비용이고 잘 만나 주지 않는다. 팸닥들의 리퍼럴이 있어야만 만나준다. 심지어 리퍼럴도 바쁜 곳들은 몇 달이 걸린다. 난 항문외과 가는데만 3개월 걸렸다. 그 사이에 하혈도 다 멈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프로세스다. 정작 미국만 해도 버젓이 항문외과가 따로 길에 존재한다. LA만 가봐도 길에 많다. 이비인후과도 있다. 다 있다. 


근데 캐나다는 없다. 이게 말이 되는 것인가? 이비인후과조차 없다. 전부 팸닥을 통해야 한다. 그렇다고 팸닥이 한국 병원처럼 다양한 의료기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흔한 이비인후과 치료조차 하고 싶으면 한인 한의원 찾아가야 한다. 다행히 비염 전문 한의원은 있다. 


한국인 만세. 


근데 솔직히 말해서 캐나다는 에드빌과 타이레놀이라는 만병 통치약이 있기 때문에 굳이 팸닥을 찾아갈 이유도 없다. 왜 에드빌과 타이레놀이 만병 통치약이냐면, 클리닉에 찾아가면 거의 모든 일에 에드빌 혹은 타이레놀을 사 먹으라고 한다. 이럴 때마다 한국 병원이 참 그립다. 



시간이 흘러 흘러 한국에 3년 만에 입국을 했다. 솔직히 들어왔을 때도 무릎에 대해서 크게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그냥 양쪽 무릎이 아픈 건 너무 당연했었고 그냥 일상이 되었었다. 인간은 참 적응의 동물이다. 


그리고 난 또 한국 역도를 배우겠다는 큰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생각해보면 정말 미친 거 같다. 그렇게 역도 장 물색을 다하고 강남의 역도장에 체험을 갔다가 일시불로 한 달 수강권을 끊었다. 

근데 거기 코치님의 한마디가 갑자기 내 생각에 많은 변화를 주셨다. 액세서리 운동이 스쾃였는데 내가 무릎이 아파서 잘 못 내려간다고 했더니, 병원은 가봤냐고, 병원을 우선 가서 어디가 아픈지 알고 아픈 부위를 어떻게 덜 아프게 운동을 할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

사실 부모님 걱정할까 봐 단 한 번도 무릎 아프단 이야기를 이때까지도 안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저 한마디에 너무 많은 생각이 오가다가 2일 정도 생각 뒤 걷다 보니 무릎이 많이 아프니 정형외과를 다녀오겠다고 했다. 

무릎이 진짜 많이 아팠던 것도 사실이다. 이때는 정말 최고치로 아팠다. 좀만 걸었다고 아프고, 앉았다 일어났다 할 때 아프고 조금만 숙여도 아프니 이건 더 이상 적응됐어도 적응되기 싫은 아픔이었다. 


놀라운 점은 한국에는 조금만 병원 밀집 지역에 가면 병원이 정말 많다. 정형외과가 무슨 10개도 넘게 한 블록 안에 있는 듯하다. 정말 많다. 그중 하나만 골라 잡아도 될듯하다. 사실 정형외과가 그냥 동내에도 기본 한두 개 있고 이 멋진 인프라 정말 대단하다. 한국은 정말 의료 시스템의 천국이다. 


병원에 가니 아니 무슨 X-ray와 초음파를 앉은자리에서 5분도 안돼서 숙숙숙 진행하더라. 심지어 담당의사가 엑스레이를 직접 보면서 설명까지 해준다. 

이건 혁명이다. 캐나다는 팸닥이 스페셜리스트한테 리퍼럴 해주면 스페셜리스트가 한번 보고 다시 팸닥한테 전달한다.  이것만 해도 벌써 2-3주가 지난다. 사람 정말 죽으라는 프로세스 같다 가끔은. 

담당의사가 나에게 말하길 나이도 젊은데 양쪽 무릎도 염증이 있고 한쪽은 물이 찾다가 흡수된 거 같은데 한쪽은 아직도 물이 차있다고 했다. 그렇다 난 양쪽 무릎이 물이 찬 상태로 2달 가까이 버틴 것. 그 상태로 운동이란 운동은 다 했다. 풋살도 /농구/ 배드민턴 / 스쿼시/ 러닝/ 역도/ 근력운동 등등 미친 듯이 했다. 정말 대단하다 나 자신. 


아니 근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정말 혁명이다. 비급여 항목조차 금액이 싸다. 물론 실비가 있다면 더 싸다.


정말 한국은 적당히 돈만 번다면 정말 살기 좋은 나라임이 분명하다. 물론 살기 힘든 것도 사실인데 의료 시스템만은 어쩔 수 없이 한국이 최고다. 특히 무한 경쟁 사회라 그런지 병원들 시설도 엄청나게 좋다. 절대로 한국 시민권은 버리면 안 될 시민권 중 하나이다. 


그리고 무릎 또한 아프면 곧바로 정형외과 가면 다 해준다. 정말 엄청나다. 


마지막으로 무릎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병원 꼭 가길 바란다. 괜히 나처럼 방치했다가는 충격파 치료로 매번 10~15만 원씩 지출하게 될 것이다. 실비라도 있으면 다행이지 이것마저 없다면 당신은 큰일 난다. 제발 무릎을 위해서라도 병원은 늘 곁에 두자. 그것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모든 운동을 하며 살 수 있는 비결이다. 무릎 다치면 정말 할 수 있는 운동의 선택지가 줄어든다. 사람이 상체만 운동하고 살 수도 없지 않은가, 심지어 상체 운동도 하체 힘을 쓰는 운동이 태반이다. 


우리 모드 해피 건강 라이프를 위해서는 꼭 병원은 늘 가까이 두자. 

사실 가까이 있기도 하다. 그니까 꼭 가라.


난 요즘 충격파 치료를 주 2회 받고 있는데 정말 드라마틱하게 나아지고 있지만 또 미친 듯이 아프다. 그리고 통장도 아프다. 초기에 물리치료로 잡을 수 있을 때 충분히 쉬고 충분히 치료하자. 

그리고 오늘은 심지어 등 하부 쪽에 10센티짜리 주사를 맞았다. 주사가 뻐근하다곤 했지 10센티 긴 주사라곤 말 안 했잖아요. 10센티라고 했다면 난 안 맞겠다고 했을 거다. 끊임없이 들어가는 주사 바늘 그리고 그 찌릿한 아픔 정말 매우 짜릿하다. 다른 분들은 제발 이런 일이 없길 바란다.


정말 무릎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역도가 너무 하고 싶다. 현재는 운동도/ 바닥에 앉는 것도/ 아빠 무릎 하는 것조차 금지당했다. 

정신 아직도 못 차린 거 아닐까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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