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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이코노미 Oct 11. 2022

희소성(SCARCITY) – 2부 (비트코인)

비트코인(Bitcoin)의 가치가 계속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대표적 논리는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의 생산은 알고리즘에 의해 2100만개로 한정되는 희소성(Scarcity)이 있기에, 미국연방은행이 발행량을 정할 수 있는 미국달러에 비해 가치가 더 잘 유지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표적 반론은 다음과 같다.  

비트코인의 생산이 한정되어 있기는 하나, 누구나 비트코인의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암호자산을 만들 수 있기에, 비토코인의 희소성은 환상일뿐이다. 경제학적 용어로는, 비트코인의 (완전)대체재인 새로운 암호자산을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까우므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의 가치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위의 첫번째 논리는 금의 가치에 관한 논리와 거의 동일하다. 금의 내재적 가치(즉 생산물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는 매우 작고, 비트코인의 내재적 가치는 0에 가깝다. 금의 총량은 실질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이 제한적이며, 비트코인의 총량은 미리 정해져 있다. 즉 내재적 가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희소성에서 두 자산의 가치가 나온다는 논리이다. 


지난 회에 서술한것처럼, 금이 가진 다음의 독특한 특성들이 금을 높은 가치를 가진 금융자산으로 만들었다: (1) 빛나는 금속, (2) 녹이 슬지 않음, (3) 제련의 상대적 용이성, (4) “희귀 금속”보다는 많은 매장량, (5) 분할성과 표준화 가능성. 이러한 “역사적인” 이유로 가치보존수단인 자산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되었다. 그러나 현대의 기술과 금융기술의 발달로 인해 언급한 금의 특성을 가진 대체 금속이 존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백금이나 팔라듐처럼 (1) 빛나는 금속이며 (2) 녹이 슬지 않은 금속들이 이미 존재한다. 비록 과거에는 이 금속들을 (3) 제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4) 매장량은 작고, 또한 (5) 금처럼 분할이 용이하지도 않았으나 (아주 가벼운 무게의 금종이로 만드는 것조차 가능할 정도로 금은 분할성이 뛰어나다), 지금의 현대기술로는 백금이나 팔라듐의 금속 제련이 어려운 일이 아니고, 매장량이 작고 물리적 분할성이 작다 하더라도 실물의 금속을 거래하지 않고 실물 금속의 권리를 쪼개어서 거래하는 방식으로 “가상적”인 분할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은 여전히 금융시장에서 주요 가치저장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금융)기술적으로는 금의 완벽에 가까운 대체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금은 여전히 금융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즉 “비트코인의 (완전)대체재인 새로운 암호자산을 만드는 비용은 0에 가까우므로,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반론의 논리는, 금에 대해서는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금의 (완전)대체재인 금속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금의 가치는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고, 결국 금의 희소성에서 오는 가치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논리를 받아들여 비트코인의 실질적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을 수도 없는 것이다. 금이 역사적 이유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논리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이 처음의 블록체인 코인이라는 역사적 이유가 이 논리를 부정할 수 있다.


Arthur C. Clarke의 오디세이(Odyssey)시리즈 중 3편인 Odyssey Three에서 다이아몬드 최대 생산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다이아몬드 공급과잉으로 인한 다이아몬드 희소성(Scarcity)의 하락과 그로 인한 가격폭락을 막기 위해 유로파로의 탐사를 막으려고 혼신의 애를 쓰나 결국 실패하고, 유로파의 거대한 다이아몬드 산들은 채굴되며, 그 다이아몬드들은 귀금속이 아닌 *우주엘리베이터*를 건설하기 위한 재료로 사용될 것을 암시한다. 즉 다이아몬드 공급과잉임에도 불구하고, 사용성의 확장으로 인한 지나친 가격폭락은 없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마찬가지로 비록 이더리움, 솔라나 등의 비트코인 경쟁자들이 나오고 있으나, 블록체인 기반 코인들의 사용성이 점점 커지면서 코인들의 가치가 점점 안정화 되는 시나리오도 상상할 수 있는 미래의 모습이다.


*우주엘리베이터: 우주로 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지표면에서부터 우주로 뻗어 있는 거대한 엘리베이터 구조물로서 로켓에 비해 운송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건설이 가능하기는 하나 탄소나노튜브나 다이아몬드실 같은 강한 강도를 가진 재료가 필요하다. 

**이번회는 이승덕 교수가 쓴 금 그리고 디지털골드로서 비트코인 의 주장과는 다른 주장이다. 여러 가능성을 탐색해 본다는 관점에서 두 관점 모두 고려할만하다 생각하며 이번회를 썼다.


metaecon.io 에 연재하고 있는 글을 재게시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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