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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부른곰 Feb 17. 2020

1-3. 영어와 준비물

알뜰신준? 알아두면 쓸만한 신박한 준비물

영어 

현지에서 쓰는 영어 뻔하다. 그냥 대충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내가 한 달 여행 여행을 간다고 했을 때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았다. 여러 가지를 물었지만, 그중에, 영어 문제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다들 자신이 있어서일까? 절대 아니다. 가식 쟁이들이다. 분명 많은 이들에게 영어는 해외 자유 여행의 강력한 브레이크일 것이다. 겉으로는 “현지에서 쓰는 영어 뻔해! 대충 말하면 다 알아들어!”라고 하지만, 두려움이 없을 리 없다. 


한국에서 외국인이 길을 물어봐도 봐도 땀이 나는데, 외국에서 외국인에게 길을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만 해도 숨이 막혀온다. 그래서 보통 그런 경우,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국에서 한국인에게 길을 물어본다. 현명하다. 외국에서 한국말로 질문하다니. 문제는 대답하는 한국 사람들도 길을 잘 모른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길을 물어보던 한국사람들끼리 뭉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실제 여러 번 봤다. 어? 나도 거기 가는 길인데 어떻게 가죠? 자연스럽게 동행이 되어 같이 길을 찾아다닌다. 운이 나쁘면 길 모르는 사람들 서너 팀이 모여 함께 길을 찾아 돌아 다닌다. 옆에서 보면 단체 여행객이거나 RPG 게임에서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뭉친 팀같다. 이런 경우를 옆에서 지켜보게 되면 나도 슬쩍 그 그룹에 합류하고는 한다. "아, 저도 거기가려고 하는데 같이 갑시다." 외국인들에게 물어가는 것보다 한국인들에게 묻어가는 것이 편하다.


여행 자주 다녔지만, 영어는 곤욕이다. 하우 머치로 물건은 살 수 있지만, 잔돈은 어떻게 헤야 하는지, 마음에 안 드는 물건의 환불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면 아득하다. 실제 그런 일이 생기면 대인배처럼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넘길 수 있긴 하다. 환불? 그까이것 안 하면 된다. 어차피 쓰려고 산 건데, 어떻게든 쓰지. 잔돈? 그냥 팁으로 준다. 너도 고생했는데, 주머니에 넣어 두렴. 난 그런 호탕한 한국사람이다. 이런 컨셉이면 영어는 하우 머치만 해도 충분하다. 물론 호탕한 컨셉을 따라갈 만큼 자금이 충분해야 한다. 반대의 컨셉도 빈약한 영어 실력을 커버할 수 있다. 안 사고 안 먹는 것이다. 그러면 아예 영어 쓸 일이 안 생긴다. 부유하거나 거지가 되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하면, 영어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영어 책을 몇 권 봤다.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학교부터 대학까지 10년 넘게 영어 해서 안됐는데 책 한 권이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유튜브도 조금 보고, 영화로 공부하겠답시고 교재도 사 봤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달라지면 더 이상하다. 10년을 해서 안 되었는데, 한 두 달 해서 되는 영어 학습법이 있으면, 그건 대박인 것이다. 


사실 영어 때문에 여행을 못 다니지는 않는다. 약간 불편할 뿐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 수 있는 약간의 용기만 있으면 큰 불편 없이 다닐 수 있다. 여기에 상황과 분위기를 파악하는 눈치가 더해지면 돈이 있건 없건 마음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사람사는 모습 비슷하고, 생각하는 과정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에서 쓰는 영어 뻔하다. 그냥 대충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진짜다.


치안


예전에 로마에 혼자 갔을 때, 지갑을 털릴 뻔한 적이 있다. 덩치 좋은 나 같은 아저씨에게 접근해 오는 것은 여린 소녀 같은 아기 엄마였다. 뻔한 스토리였는데, 아기는 울고 어린 엄마는 슬픈 표정을 짓고, 나는 그 아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옆에서 할머니 같은 사람이 손짓 발짓하며 시끄럽게 정신 사납게 떠들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내 몸을 터치하는 상황. 아차 싶어서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몇 초간 나는 아기에 대한 동정심에 정신 줄을 놓았었고, 그 와중에 누군가가 내 몸을 건드렸었다. 다행히 잃어버린 것은 없었지만, 깜짝 놀랐었다.


리오넬로 스파다가 1614년에 그린 손금 보는 집시. 사람 정신 혼란하게 해 놓고 주머니를 털어가는 집시의 역사는 유구하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가 무려 광해 6년이다. 


이번에는 가족과 같이 간다. 내가 가장이다. 나만 조심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까지 케어해야 한다. 솔직히 치안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고대 유럽의 놀라운 문화와 르네상스 문화의 화려함을 보여주려고 떠난 여행에서, 유럽 제국주의의 포악함만 보고 올까 걱정스럽다. 유럽 식민지들처럼 우리 가족이 탈탈 털리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준비물을 몇 개 챙겼다. 일단 자전거용 자물쇠. 기차 타고 이동할 때, 짐칸에 올려놓은 캐리어가 신경 쓰인다. 잃어버렸다는 혹은 누가 가져갔다는 후기도 여럿 봤다. 유튜브를 찾아보면 기차나 버스 출발할때 슬그머니 가지고 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자전거용 자물쇠가 다관절이 아닌 이상 끊기 쉽지만, 그래도 쉽게 가져가는 것과 한번 걸리적거리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복대와 크로스백. 복대는 한국에서 샀고, 크로스 백은 중국 알리에서 샀다. 복대에는 큰돈을, 자물쇠 달린 크로스백에는 휴대폰이나 잔돈을 넣어 다닐 생각이다. 유심 라우터도 이곳에 넣어둘 계획이다. 



준비물


여행 준비물 체크리스트는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엑셀로 만들어 놓은 것도 봤다. 참조하면 유용할 듯하다. 아래는 내가 그런 리스트 외에 덧붙여 가져 가는 준비물이다. 


방한장비

여행 기간은 1월 말부터 2월 말이다. 이 기기 한국도 춥지만, 유럽도 춥다. 로마에 도착하는 2월 말에는 따뜻하긴 하겠지만, 1월 런던과 2월 초의 파리는 꽤 춥다. 게다가 으슬으슬할 때 등허리 팍팍 지질 수 있는 온돌도 없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발열 조끼를 한 개 챙겼다. 핫팩도 챙겼다. 여행 갔다 와서 유용했다고 말하게 될지, 몽땅 짐이었다고 푸념하게 될지, 그때 다시 적겠다. 지금의 나도 궁금하다.


방한복

옷은 여러 벌 껴 입을 수 있도록 내복과 긴 팔 티셔츠를 많이 넣었다. 내복과 긴 팔 티셔츠를 입고, 얇은 패딩과 점퍼를 하나 껴 입으면 시베리아에서 야영을 하지 않는 이상 버틸 수 있을 것이다. 비니, 장갑, 목두리도 각자 하나씩 넣었다.


압축팩

겨울 옷은 부피가 꽤 되기 때문에 압축 팩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두꺼운 옷들은 모두 압축 팩에 넣어 부피를 줄였다. 압축하는 방식은 수동식과 전동식이 있는데, 수동으로 압축팩에 바람을 넣는 일은 노동이라는 후기가 있어 전동으로 골랐다. 몇만 원 해서 망설였지만 두고두고 쓸 것 같아 하나 사 두었다. 


고추장

햇반과 라면은 현지 조달하겠지만, 고추장 쌈장은 비싸다. 마법의 식재료 다진 고기 고추장과 쌈장을 한 개씩 넣었다. 보온병도 두 개 넣었다. 스위스에 며칠 있을 예정이라, 산에 오르면 유용할 것 같다. 음식물을 넣어 둘 수 있는 비닐 팩도 여러 장 넣었다. 


슬리퍼

여행에서 슬리퍼는 필수다. 호텔에서 주기도 하지만 천으로 되어 있어 젖는다. 플라스틱 슬리퍼 하나는 꼭 가져가는 것이 좋다. 수영 다닐 때 쓰는 건식 수건도 넣었다. 에어비엔비 숙소의 경우 수건이 부족할 때가 있다. 


쇼핑 주머니

천으로 된 쇼핑 주머니를 가져가면 좋다. 장을 볼 때나, 빨래방에 갈 때 매우 유용하다. 


둘째가 잔병치레가 좀 있다. 어린이용 해열제도 잊지 않기로 했다. 넣는 김에, 어른들 타이레놀도 같이 넣었다 내가 알레르기 증상이 있어, 항히스타민제도 같이 넣었다. 작은 아들은 여행을 떠나기 전 늘 후시딘과 밴드를 챙긴다. 가끔 쓸 일이 생기는 것을 보면, 유용하다는 생각도 든다. 비후염이 있어 코싹을 넣었다. 먹으면 졸린 약이라 수면제로도 쓰일 수 있다.


멀티포트 충전기

얼마 전에 PD를 지원하는 100W 멀티포트 충전기를 샀다. 여행에는 멀티포트 충전기가 필수다. 하나의 전원코드로 여러 개의 기기를 충전할 수 있어 편리하다. 노트북이 PD (Power Delivery)를 지원한다면 PD 기능이 있는 멀티포트 충전기 하나면 여러 대의 휴대폰, 태블릿, 노트북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무선충전이 되는 멀티포트 충전기도 있어, 무선충전이 지원되는 워치류나 에어팟도 충전이 가능하다.


USB-C 타입을 DC전원으로 변환해 준다. PD에는 전압과 전류를 조정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


USB-c to DC 변환 잭

PD 지원이 되는 노트북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PD 지원되는 멀티포트 충전기 하나면 충분하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노트북용 아답터를 별도로 챙겨야 한다. 내 노트북은 GTX 1060이 달린 게이밍 노트북이다. 이걸 충전하려면 벽돌만 한 아답터를 들고 다녀야 한다. 2년이나 지난 모델이지만 2kg 밖에 되지 않은 컴퓨터이고, 중간중간 업무를 봐야 할지도 몰라 이번 여행 갈 때 들고나갈 생각이다. 그렇지 않아도 무거운 짐들에다가 벽돌만 한 충전기를 하나 더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USB-C 타입을 DC 전력으로 변환하는 것이었다. PD 지원되는 멀티 포트 충전기는 가져갈 생각이라, 이걸 활용할 수 있다면 노트북 아답터를 굳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 검색해 보니 선구자들이 있었고, 다들 성공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전압과 전류가 적정하게 조절되는 지에 대한 다양한 리포트가 있었는데, 대부분 별 문제가 없었다. 필요한 분들은 검색해 보시길 권한다. 


PD 포트에 DC 변환 잭으로 노트북을 연결하면 게임만 돌리지 않으면 제대로 충전이 된다. PD 전원으로 충전하는 도중 노트북이 방전되면 문제가 될 수 있겠지만, 외출 시에 노트북과 연결해서 충전시키는 용도라면 아무 문제없다. 어차피 필요한 USB 충전기였는데, 노트북 충전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되어서 꼭 챙겨갈 생각이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USB-C TO DC 변환 잭을 검색해 보길 권한다. 노트북 충전뿐 아니라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증명사진 

증명사진 몇 장 준비해 두었다. 프랑스 교통카드인 경동 나비엔 아니 나비고는 사진을 붙여야 한다. 그리고 여권을 분실한다거나 하는 만일의 사태를 생각해서 사진을 서너 장 넣었다.


목베개

뭔 이런 걸 다 적나 싶지만, 나름 고민 끝에 챙긴 거라 기록해 본다. 왕복 비행기 시간도 길지만 나라와 나라 사이를 이동하는 시간도 매우 길다. 런던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베른으로, 인터라켄에서 베니스로, 베니스에서 로마로. 그 긴 시간 기차에서 목베개는 유용할 것 같다. 여기에 더해 몽생미샐 투어, 친퀘테레 투어, 폼페이 투어 역시 버스로 몇 시간씩 오가는 일정이다. 목베개 하나 있으면 여러모로 요긴할 것 같다. 


유심 라우터

유심 라우터의 사용법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 이름 그대로 유심을 넣어 다니는 공유기다. 휴대폰에 데이터 공유 기능만 따로 빼서 만든 기기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KT, SK, LG에서 빌려 주기도 한다. 화훼이의 라우터가 유명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구형인데, 신형은 더 편리하다고 한다. 충전해서 써야 하며, 한 번 충전해 두면 보통 3-4일 정도는 사용 가능하다. 알리에서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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