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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Mar 26. 2024

통통 외쳐도 통하지 않는..

"아이고~~ "

숨이 턱 막힐 만큼 강한 통증에 순간 얼굴이 일그러져 버렸다.

"아포?, 아뽀?"

어느 게 맞는지 자신 없었던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프냐 물었다.

'오 ~~ 한국어 잘하네요. 네네 ~~ 아파요. 너무 아파요!"


그저 꾹 누르는 거 같은데 너무 아파서 온몸이 뒤틀렸다. 아픈 와중에도 '아포" 하며 한국어로 아프냐 묻는 발음이 귀여워 피식 웃고 말았다. 웃는 바람에 덜 아프다 느낄까 주 많이 아프니 제발 살살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랬다. 이곳은 발마사지 가게..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더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쑤셔서 오랜만에 찾아왔다.

그런데 하필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내 앞에 앉으셔서 살짝 미안한 마음에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부모님 연배의 어르신에게 마사지를 받으려니 다리 뻗고 누워있기 죄송한 마음이었다. 괜히 죄송해서 마사지하기 힘드실 텐데 싶은 걱정이 들기 무섭게.. 제대로 된 손맛을 보여주시는데 아파서 깜짝 놀라 신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손가락 힘도 대단하셨지만 마사지가 시작되자 본격적으로 팔꿈치를 이용해서 다리 근육을 쓸어내리는데 너무 아파서 비명이 절로 나왔다.

'아 ~~ 살살해 주세요.. 아프다구요!!"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아파서 다시 한번 더 간절한 눈빛을 담아 부탁했다.  


이 정도면 아셨을 테니 이제 맘 놓고 있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맙소사!!! 참아보려 발가락 끝에 힘을 주며 견뎌봐도 도저히 견디기 어려워 다리를 팔딱거렸다. 

'아니.. 몇 번을 부탁해야 통하는 거지?'

다급하게 중국어로 "통()~ 통(아파요)!!!" 하고 외쳤다. 혹시 중국어가 더 편하신가 싶어서..

슬슬 내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르신은 자꾸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며 빙그레 웃으시더니..

" No Pain No Gain lah (라 )~~" 하신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게 없다! >

"아픈 곳이 지금 네 몸에서 안 좋은 부위고 그곳을 잘 풀어줘야 너에게 좋은 거니.. 아파도 좀 참아봐."

'그런가? 그래도 너무 아픈데..'

어느 정도의 통증이 있더라도 마사지받고 효과를 보려면 이 정도 고통은 견뎌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고통을 견뎌야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씀..

아무리 통통(痛, 아프다)~~ 외쳐고 통하지 않는 순간이다.


싱가포르에서 여러 해 살면서 힘든 순간을 참고 견뎌야 얻는 게 있다는 <No Pain No Gain >은 사실 이곳에서 제일 많이 듣는 말이었다.




언젠가 주말 저녁, 쇼핑몰에 잠시 들렀는데 이상하게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줄로 늘어서 있어 많이 혼잡했다. 왜 이러나 둘러보니 싱가포르에서 아주 유명한 학원이 있어 수업받을 아이들과 끝난 아이들을 데리러 온 부모님들이 가득 모여 혼잡한 상황이었다.


서둘러 지나가려는데  여자아이가 옆에 있던 아빠에게 주말이라 수업받기 정말 싫다고 다.

그러자  아빠가 웃으며..

 "그럼 오늘 수업가지 말까?" 되물었다. 

그러자 초등학교 2,3학년쯤 되어 보이는 딸이..

"엄마가 그랬어요. No Pain No Gain이라고.. 내 생각에도 그래요. 힘든 걸 견뎌야 실력이 늘죠."

그러더니 아빠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씩씩하게 교실에 들어갔다.


 말을 같이 들은 우리 집 둘째와 셋째는 오만상을 쓰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댔다.  말 정말 너무 많이 듣는 말이라고.. 의 모든 선생님들이 하는 말씀이라고..


아이고나..

저 말이 학교에서도 많이 쓰이는 말이구나..

맞는 말이라 반박하기 어려워 괜히 억울해지는 말.. 공부하기 힘들다, 어렵다, 못하겠다.. 아무리 수많은 이유를 끌어와 통통(痛, 아프다)~~ 외쳐도 역시 통하지 않는 순간이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이에 이미 아주 어려운 시험(PSLE) 준비하느라 힘들었던 아이들이 안쓰러워서..

앞으로는 너희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막내가 하는 말..

"진짜 행복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는 사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래요." 했다.


그렇지..

우리에게 주어진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날마다 마땅히 해야 할 일들이 있지만..

회사 가기 좋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학교 가기 즐거운 학생은 몇 명이나 될까..

밥하고 청소하기 좋아하는 주부는 얼마나 될까..

주어진 역할에 따라 매일 바쁘게 달려가야 하는데..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을 즐겁게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진짜 행복한 사람이 되기란 정말 어려운 거구나 싶다. 힘들고 어려워서.. 무수한 하지 못할 이유를 끌어와 통통(痛, 아프다)~~ 외쳐봐도 역시 피할 길 없이 통하지 않는 현실 속에서.. 또 하루하루를 묵묵히 견뎌보며..

어쩌면 위로가 되기도 하는 그 말을 되뇌어본다.

No Pain No Gain..




(사진 츨처 : Photo by Rune Enstad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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