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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Sep 01. 2023

그 섬에서 난 들을 수 없는 소릴 들었단다.

(싱가포르 중학교 캠프 3편)

"아니.. 이게 누구야?"

주만에 몰라보게 달라진 막내를 본 수영 선생님 E도 역시나 깜짝 놀라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 물어왔다.

(E는 한국 여행 가서 김치통부터 샀다는 바로 그 싱가포르 친구다.)


"학교 캠프를 다녀왔는데~~ 세상에 말이지.. "

캠프 동안 잘 먹지도 못하고 씻지도 못하고 많이 힘들었던 거 같다 했더니 빙그레 웃으며 듣던 E는 자기도 중학생 때 경험한 일이라며.. "생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학교 캠프인데.. 군대 체험도 아니고 밥은 줘야지 너무 험난한 거 같다 했더니.. 내년엔 높은 산이 있는 이웃 나라로 캠프가게 될 테니 기대하란다. 높은 산이 없는 싱가포르와 완전 다르니 새로운 경험일거라며..


어느 섬으로 갔었냐 묻던 E가 갑자기 막내에게 던진 질문..

E ; "혹시.. 그 섬에서 귀신 봤어? "

막내 ; " 어.. 아니요. 그런데 그 섬에 ghost beach 가 있단 이야기는 들었어요."

E ; " 아무것도 못 듣고 아무것도 못 봤다면 넌 아주 나이스한 캠프를 다녀온 거야!"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E는 자기가 이 섬으로 캠프 갔을 때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난 그 섬에서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들었거든!"

E의 이야기는 이랬다..


늦은 밤이었어..

바닷가에 텐트를 치고 힘들어서 잠시 바닷가에 앉았는데.. 갑자기 저 만치서 중국 전통 악기 연주가 들려오는 거야.

혹시 알아? 현으로 된 악기?

둘러봤더니 당연히 주위엔 악기 연주하는 사람이 없었어. 게다가 그 소린 저 멀리 바다 쪽에서 들려오는 거야. 그때 지나가는 배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단다. 겁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정말 정확히 중국 전통 악기 연주였어.


"으악~~ 제발 그만해.. 갑자기 무슨 말이야? "

거기까지 듣다 악~ 소릴 지르고 말았다. 캠프 얘기하다가 갑자기 귀신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이야..


그런데 E는 이게 끝이 아니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더 놀라운 건 다음 날 새벽 내 친구가 본 거야..

텐트에서 자다가 눈을 뜬 친구는 너무 더워서 누운 채로 텐트 지퍼를 열었대. 그런데 얼핏 옆쪽으로 뭔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대. 잠결에 뭔가 하고 누워서 내다보니 허공에 뭔가 왔다 갔다 하더래..


처음엔 새가 나는 건가 했는데.. 다시 보니 그네가 공중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그네를 타며 까딱까딱 움직이는 아이의 다리가 보이더래. 너무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더니 어떤 꼬마 아이가 그네 타면서 고개를 빼꼼 내밀어 쳐다보더래. 꼬마와 눈까지 마주쳤으니 얼마나 놀랐겠어. 

어젯밤에는 분명 아무것도 없던 자리였는데..

너무 놀라 달려 나가 보니 아무것도 없더래.



"꺆~~  그만 ~ 그만!!!"

이야기를 듣는 내내 너무 무서워서 수영장 물속에서 그대로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혹 떼려다 혹 하나 더 붙인 기분이랄까..

"아.. 그 섬이 궁금했는데 앞으로도 갈 일은 없을 거 같아!"


리 반응이 재밌었던지 신나 보이던 E는 조금 더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다 막내에게 다시 한번 더 강조하며 말했다.

"아무것도 못 듣고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면 넌 정말 행운아고 멋진 캠프를 다녀온 거야!"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E의 엉뚱하고 황당한 결론으로 막내의 힘들었던 캠프는 그나마 나이스했던 걸로 매듭지어졌다.





(사진 출처 ; Photo by Gabi Repas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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