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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소시 Mar 03. 2024

매달 200만 원 올려달라는 집주인..

(말도 안 되는 싱가포르 집 렌트비)

" 얼마 정도 생각하고 있나요?"

" 아니.. 벌써요?"

정말이지 피하고만 싶은 질문이었다.

다시.. 돌아왔구나!


해외살이 중에 제일 힘든 순간은 언제일까?

남의 나라에서 살아가기가 뭐 하나 쉬운 일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내 경우엔 제일 피하고 싶은 순간이자 제일 어려운 상황은 바로  재계약 시기이다. 싱가포르에 온 이후 이미 여러 번 이사해서 다섯 번째 집에서 살고 있으니..


생활 물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싱가포르라 원래부터 뭐든 다 비싼 편이었지만 최근 집 렌트비는 제대로 미쳐있다.  

2~3년 전부터 급격히 더 올라서 눈으로 보면서도 이 숫자가 맞나 의심스러워 동그라미 개수를 여러 번 세어보게 만들 만큼 말도 안 되게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맞물려 많은 와국인들자기 나라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는데도, 어쩐 일인지 한번 오른 집값은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당시 너무 오른 가격에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서 렌트로 나오는 집이 별로 없었고, 집을 보러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서로 조심스러운 시기였기에 더더구나 집 구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재계약 시기에 가격에 맞춰 이사 갈 집을 찾을 수 없으니 그냥 올려주고 계속 사는 게 낫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실제로 주변에선 싱가포르 달러로 1000 불, 약 100만 원을 올려주고 재계약했다는 소식들이 종종 들려왔다. 그게 보통의 일반적 상황이었다. 그럴 만큼 살던 동네에 렌트로 나오는 집이 없었다고들 했다. 아이들 학교가 있으니 멀리 이사 갈 수도 없고 선택할 다른 방법이 없어 진짜 울며 겨자 먹기로 올려줘야 했단다.  시기에 이런 이유로 본국으로 돌아간 외국인도 정말 많았다.


우리 역시 2년 전 그 시기에 재계약을 해야 했는데, 마침 집 바로 앞에 대단지 HDB 아파트 공사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소음과 먼지로 창문도 열 수 없 불편 항을 알렸고, 시기상 급격히 오르기 바로 전이라 약간의 돈을 더 올려주고 재계약할 수 있었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땅을 파느라 울리는 소음을 녹화해 보낸 게 도움이 됐지 싶다.


더 올려줬는데도 주변에서 다들 운이 좋다고들 했다. 한 달만 계약이 늦었어도 우리 역시 1000불 정도, 아니 그 이상올려줘야 할 상황이었다. 완전 선방했다 좋아하며 안심하기도 전에.. 우리가 재계약을 한 이후 더 급격히 올라버린 렌트비를 보면서 다음  땐 어쩌나 진심 걱정이었다.




걱정하던 바로 그 재계약 시기가 다시 돌아온 거다! 시간은 왜 이렇게 빠른지..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지나고 경기가 풀리면 집값도 조금 안정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집값은 여전히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기다리는 소식은 영영 안 들려올 듯하다.


싱가포르에 있는 집 형태는 주택에 해당하는 Landed House가 있고, 시큐리티가 출입하는 차량이나 사람을 관리하며 수영장이나 놀이터, 테니스 코트나 짐 같은 운동 시설을 포함하고 있는 콘도, 그리고 콘도보다 작은 규모의 아파트먼트가 있다. 그 외 HDB라고 불리는 정부 아파트가 있다.

어느 거 할 거 없이 모든 형태의 집값이 다 너무 많이 올라 있는 상태다. 콘도보다는 저렴했던 싱가포르 정부 아파트인 HDB는 싸냐 하면.. 역시나 어마어마하게 많이 오른 가격에 기절각이다. 지하철역 근처 거나 최근 지어진 HDB는 콘도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심지어 더 비싼 경우도 있다.

(Photo by 서소시 :; 싱가포르 HDB )


게다가 최근 싱가포르에 새로운 지하철 노선이 개통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지하철역과 거리가 있던 외곽 지역의 저렴하집값마저도 엄청 많이 올라 버렸다. 시내와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다 역세권 집이 된 거다.

(Photo by 서소시 ; 싱가포르 지하철 노선도/ 남북을 잇는 갈색 라인이 최근 개통했다. 여전히 공사중인 곳도 믾다.)


처음 싱가포르에 왔을 때부터 이미 있던 집들이 부분이니 그 세월만큼 더 낡아가는데.. 렌트비는 왜 이렇게 많이 오르는 건지..

예전 가격을 아니 지금의 렌트비가 더없이 아깝게 느껴진다. 이 집이 이 가격이라고???

2년 전, 방 3개 구조의 콘도 렌트비로 현재 2개 구조의 콘도로 이사가기도 어려울 만큼 올라 있으니..


달력을 넘길 때마다 다가오는 시기에 맘 졸이며 주변 시세를 확인하고 있던 찰나, 집주인 쪽에서 연락이 왔다. 보통 재계약 시기 2달 전에 재계약을 할지, 이사 갈지 미리 알려야 하는데.. 3달 전에 연락이 온 거다. 

얼마를 원하는지 가격을 말해보라고.. 집주인이 생각하는 금액을 바로 알려주면 좋을 텐데..


최근 나오는 우리 콘도의 집값을 보면서, 집주인 입장에선 지난번 계약에 싸게 줬다 생각하며 억울했을 테니 많이 올려 부를 거라 예상했지만.. 부르는 대로 다 낼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니 남편과 고민하다 우리가 낼 수 있는 최선의 금액을 말했다.


당연히.. 거절이었다!

집주인이 원하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슬쩍 물어보니.. 무려 매달 200만 원을 더 올려달란 답이 돌아왔다.

"설마요.. 정말 싱가포르 달러 2000불? 진짜 200만 원이나 더 올려 달라고요? 동그라미 개수 정확한 거죠? "


가격을 듣고 그대로 얼어붙어 버렸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이 올려달라고 할지는 몰랐다.

기절할 노릇이다. 그 가격을 맞춰 줄 수 없으니 이번엔 이사가는 게 불가피한 수순이었다.


이 가격에 이사 오는 사람들이 정말 있을까? 매달 얼마나 벌기에 집값으로 이 가격을 감당하나 싶어 힘이 빠진다. 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진심 단전에서부터 욕지거리가 올라오게 만드는 가격이다. 이런..


황당해하는 내게 싱가포르 지인들도 미친 가격임을 인정한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정말 좋아졌단다.. 이게?, 어디가?

왜 상황이 좋아졌다고 하는지 들어보니.. 지금은 이사 갈지 고려하며 둘러볼 집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 골라볼 수는 있지 않냐고.. 1년 전까지만 해도 나오는 집이 많이 없었단다.

이런 어이없는 긍정적 해석은 뭐란 말인가?




집 구하기도 사실 만만한 일이 아니다.

서둘러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희망 지역의 저렴한 가격 위주로, 방 2개 구조의 집을 찾아 하우스 뷰잉을 요청했다. 너무 비싸니 집 크기를 줄여가는 게 최선이라.. 

집 구하는 정보는 PropertyGuru라는 앱에서 찾아볼 수 있다.

(Photo by 서소시 ; PropertyGuru 앱 캡쳐, 방 2개 구조의 콘도, 아파트먼트 렌트 현황)


이때 우리 가족의 상황을 설명해야 한다.

가족 인원수, 아이들 나이대, 비자 종류, 애완동물 유무, 원하는 거주시기와 거주기간 등등..

인종, 출신 나라, 직업을 묻기도 하고 아이들 학교를 묻는 경우도 많다.

우린 지금 집에 들어올 때 집주인의 인터뷰를 거쳐야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그런데 보기도 얼마나 어려운지 어이없는 대답이 너무 많다. 거절하는 이유도 참 여러 가지다. 

우리 식구 수가 너무 많다며 보여주기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이 집은 커플을 위한 집이라며 거절하는 경우,

작은 방이 침대 놓기 어려운 사이즈라 안 되겠다며 거절하는 경우,

성별 다른 사춘기 아이들이 잘 곳이 없을 거 같다며 거절하는 경우,

공부하는 학생들인데 방안에 책상이 안 들어간다며 거절하는 경우,

아예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경우..


" 너네는 안돼!"라는 다 같은 말이다!

잠은 우리가 알아서 잘 잘 텐데.. 공부도 알아서 잘할 텐데.. 적합할지 어떨지 한번 보여달라는 것도 이렇게 다양하게 거절한다.


또 다른 경우는 우리 쪽 에이전트가 있으면 집 계약이 성사된 후 수수료를 반반으로 나눠야 하는데, 집주인 에이전트가 나누기 싫으니 우리 쪽 에이전트 없이 직접 연락하면 보여주겠다는 답도 많다. 코로나 시기 이후로 계약건이 많이 줄어들면서 수수료 나누기를 거절하는 경우는 더 많아졌단다.

살다가 계약이 끝난 이후 보증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우리 쪽 에이전트가 있는 편이 훨씬 더 도움이 되기에 잘 고려해 봐야 할 상황이다.


그냥 보여달라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렌트비가 싸지도 않거늘.. 그들이 말하는 대로 그나마 보러 갈 집들은 있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그래도.. 200만 원이나 올려달라는 건 너무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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