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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사항 Jan 18. 2024

반짝반짝 빛공해


1997년 친구와 영주 부석사에 놀러 갔다. 1박 2일 일정이었는데, 가기 전날 밤샘으로 피곤했던 우리는 저녁을 먹자마자 잠이 들었다. 일찍 잠든 덕분(?)에 새벽에 깨서 밤하늘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별이 많았던지, 밤하늘을 보며 감탄했다. 도시에서는 몇 개의 별밖에 셀 수 없다. 그것마저도 희미해서 노력해서 찾아야 한다. 그때 자다가 깬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대기 오염과 빛 공해가 심해질수록, 밤하늘의 별이 점점 사라져 간다. 얼마 전 몽골 여행 가는 지인을 엄청 부러워하며, 돌아오면 별을 본 얘기를 꼭 해달라고 했다. 안타깝게도 밤하늘의 별은 이제 특정지역에서나 감상할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거나 고효율 가전제품 사용하기, LED 조명으로 교체하기를 권장한다. LED 조명은 처음 설치비용은 비싸지만 전력 소모가 적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 집 조명도 모두 LED이다. 그런데 이 LED 조명 사용이 많아지면서 빛공해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별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기간 중 밤하늘이 매년 9.6%씩 밝아졌다. 빛공해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밤하늘의 별이 점점 더 사라진다는 말이다. 단지 밤하늘이 덜 아름다워진다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자연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클까?


인공조명의 과한 사용은 온전하게 깜깜해야 할 밤 시간을 밝게 만든다. 빛 공해는 여러 야생 동물의 수면을 방해한다(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새들에게는 빛에 이끌리는 습성이 있는데, 야간에 등대나 선박, 구조물에 충돌하여 죽기도 한다. 빛 공해 증가로 곤충은 개체 수가 확연하게 감소한다. 블루라이트는 곤충을 끌어들이고, 이상행동을 유발했다. 개구리나 맹꽁이, 두꺼비 등 양서류나 포유류는 번식이 어려워지고, 생체 호르몬이 변화된다.


도심 속 가로수는 매일 인공조명에 노출된다. 느티나무, 은행나무의 야간 조명에 의한 생장과 개화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야간조명의 조도가 높을수록 잎 생장률이 빨라지고, 결국 봄철 수목의 개화 및 잎 생장이 상대적으로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2015년 한국환경생태학회지). 낙엽수는 비정상적인 시기에 잎의 색깔이 변하기도 했다.

어느 것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겨울이면 아파트 안 나무에 작은 전구들로 장식을 한다. 크리스마스트리를 연상시킨다. 예전에는 그저 반짝반짝 이쁘다고 생각했는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나서는 이 조명이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스트레스를 줄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순전히 사람들의 눈이 즐겁기 위해 나무에 전구 장식을 한다. 하루도 아니고  달 동안 저녁부터 밤까지 조명을 켠다. 말 못 하는 동식물들에게 얼마나 민폐일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겨우내 나무가 몸살을 앓지 않을까?


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는 점점 더 밝아져 간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 식당, 카페도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 와서 놀라는 점이 바로 낮처럼 환한 밤이다. 9시가 넘은 시각에도 거리에 사람들이 엄청 많고 모든 가게가 환하다. 또 인공위성에서 본 북한과 한국의 밤의 모습 또한 아주 대조적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자본주의의 힘'이라고 얘기하겠지만, 한편으로 얼마나 전기를 아낌없이 사용(낭비) 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분명 우리는 과하게 사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율 6%도 채 되지 않는 나라에서 마구 소비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전환을 한다는 노력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빛공해는 인간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앞세운 데서 발생하고, 그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세어지고 있다. 백번 양보해서 인간이 한 행동의 결과가 인간에게 되돌아온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태계의 다른 존재들에게까지 해를 끼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빛공해의 강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꼬마전구 장식은 나무를 괴롭혀가면서까지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 가로수는 살아있는 나무이지, 생명 없는 전봇대가 아니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생명들과 같이 살고 있다. 그들의 존재를 인지하고, 공생하자. 우리는 그저 지구 생태계의 일부일 뿐이다.


*공생:서로 도우며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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